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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8월29일 반도체 기업이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지 않도록 했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12월31일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제외된다고 공표했다. 이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장비의 유지·보수가 지연되고 공정 미세화가 불가능하게 돼 신제품 생산을 못 하게 됐다. 반도체는 3~4년 후 시장 변화를 예측해 미리 투자해야 하는 장치산업이다. 중국 내 공장은 두 회사 실적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산시성 시안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2014년부터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 전개미주식
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스마트폰,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데이터센터 등 전 세계 저장장치 수요를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다.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 2006년부터 D램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우시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PC, 서버, 스마트폰 등 시스템 구동용 메모리의 글로벌 공급망교보악사파워인덱스
에서 큰 역할을 수행한다.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가졌다. 이들이 10월31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정상회담을 가질지 주목된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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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타격" 삼성·SK, 추가 투자·판매 빨간불
트럼프 정부가 이 조치를 느닷없이 단행한 이유는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VEU 프로그램은 2023년 10월부터 주로 한국과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비록 인텔이 랴오닝성 다롄에서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지만, 핵심 사업이었던 낸드한국프랜지 주식
플래시는 2020년 SK하이닉스에 11조원을 받고 매각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인수를 완료했다. 다롄공장은 코로나19 기간에 미·중 패권전쟁과 수요 침체로 영업적자를 계속 냈으나, 지난해부터 SSD의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기업들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실제 마이크론은 중국에 생산기지가 없석유관련주
다.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다. 미국이 마이크론에 큰 수혜를 안겨주려는 목적이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9월2일 대만 TSMC도 미 정부에서 VEU 프로그램 제외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TSMC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기에 마이크론과 경쟁관계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을 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신들은 뜻밖에도 또 다른 승자가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장비의 공백을 메울 절호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중국에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등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등이 진출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 기업과 협력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갖췄다. 그 덕분에 최근 중국 빅테크는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표 기업이 화웨이다. 화웨이는 2018년부터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 칩 '치린'을 장착하고 있다.
치린은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생산한다. 2018년 치린980을 시작으로, 2019년 치린990, 2020년 치린9000, 2023년 치린9000S를 잇달아 내놓았다. 올해는 치린9100을 선보일 예정이다. 비록 TSMC보다 훨씬 뒤처지는 SMIC의 제조 기술력 때문에 아직도 7㎚ 공정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SMIC는 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성능 및 수율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EUV 노광 장비는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만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다. SMIC는 심자외선(DUV) 장비에 의존해 치린 칩을 생산하고 있다. 화웨이는 치린뿐만 아니라 AI 칩 '어센드'도 자체 개발했다. 2018년 처음 공개한 어센드910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올해 어센드910C를 내놓았다. 화웨이는 어센드910C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 대비 60%의 추론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H100은 글로벌 빅테크가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사용 중이지만 미 정부의 제재로 중국에는 수출이 안 된다.
그렇기에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저사양 칩 H800을 제조한다. 지난 1월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H800 2048개를 사용한 LLM인 R1을 내놓아 큰 충격을 주었다. 딥시크는 공개를 앞둔 R2를 어센드910C로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 따른 결정이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 칩을 쓰는 이유를 제출하라고 지시하거나,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면 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면서 경고하고 있다. 
미 정부는 수출 재개를 허용하면서 엔비디아와 H20 매출의 15%를 납부받기로 계약했다. 중국 빅테크가 미국 반도체를 쓰도록 해 기술 종속을 유도하고, 화웨이 같은 중국 경쟁업체도 견제할 수 있다는 엔비디아의 주장을 받아들인 조치였다.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의 신경을 건드렸다. 비록 첨단 AI 칩 확보가 향후 미·중 기술 패권경쟁에서 핵심적인 사안으로 꼽히지만, 미국이 모든 실익을 챙기는 현실에 분노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중국 빅테크는 자체 설계한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대체불가' 기술과 제품 없는 한국 반도체
9월13일에는 중국 정부가 직접 칼을 뽑아들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수입 아날로그칩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이 자국산 집적회로(IC)에 내린 수입 금지의 차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공표했다. 15일에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엔비디아를 겨냥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결정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이 한국과 무관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됐던 미국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매진했다. 이로 인해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는 한국보다 더 성장해 AI 칩을 잇달아 개발했다. 낸드플래시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SMIC가 내년까지 생산 용량을 두 배나 늘릴 계획이다. D램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했다.
미·중이 반도체를 두고 벌이는 패권경쟁은 글로벌 공급망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국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대만과 달리 대체불가한 반도체 기술이나 제품을 갖고 있지 않다. SK하이닉스에 큰 수익을 안겨주는 HBM은 마이크론도 생산하고 있다. 그에 반해 TSMC는 독보적인 양산 기술력으로 미국과 중국 빅테크의 칩 주문을 독점하고 있다. 급팽창한 AI 서버 시장에서는 대만이 진작 부품을 개발해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8월 대만의 수출액은 584억 달러로, 월간 수출액에서 금세기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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