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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이었던 오지 오스본의 죽음
지난 7월 22일, 오지 오스본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상징적인 것이었다. 1970년 블랙 사바스로 데뷔하며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의 제왕으로 지금껏 살아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20세기의 전설적 인물들이 하나둘씩 부고를 알려오는 와중이다. 그중에서도 그의 죽음은 어떤 아이콘의 소멸처럼 각별하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1980년대 후반 청소년기 시절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 블랙 사바스보다는 솔리스트였던 오지 오스본으로 더 친숙했다. 그래도 내가 그의 부고를 듣고 아쉬움을 달랠 수황금성게임
있었던 건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시티브레이크 페스티벌을 통해 그의 무대를 직접 봤기 때문이다.




오지 오스본 장편 다큐멘터리 일부 장면 (사진 오지 오스본 공식 유튜브 갈무리, 파라마운트)


까망콩

양일간 펼쳐졌던 그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각각 오지 오스본과 (영국 출신 브릿팝 밴드) 뮤즈였다. 20세기 말에는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블러, 뮤즈 그리고 오아시스 등과 같은 ‘브릿팝(Britpop)’이 로큰롤로 인지되었다. 내게 오지 오스본, 메탈리카와 같은 헤비메탈이 정신적 지주로 작용했다면, 1990년대와 20현대위아 주식
00년대 초반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브릿팝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어떤 음악적 범주였다.

한참 영국 드라마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던 시절, 그러니까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라는 작품이 있었다.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3개의 시즌을 선보인 드종목토론
라마는, 1996년을 배경으로 영국에 사는 소녀 레이(샤론 루이 분)의 성장기를 펼쳐낸다.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건 당연하게도 브릿팝이고, 이 시리즈는 공개되자마자 일종의 브릿팝 바이블로 음악 팬들에게 회자되었다.


브릿팝 바이블이 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그러나 ‘온라인파칭코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시즌 1이 방영되던 2013년에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 오아시스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밴드의 주축이었던 형 노엘 갤러거와 동생 리암 갤러거의 불화가 극에 달하며, 오아시스는 2009년 8월 28일 해체했다. 1994년 데뷔 앨범을 낸 이후 약 15년 만의 일이다. 물론 그 이후에 리암은 비디 아이라는 밴드로, 노엘은 하이 플라잉 버즈라는 밴드로 각각 활동해왔다.

사실상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극 중 시기인 1996년은 오아시스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노동계층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비틀즈를 잇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주축으로까지 꼽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아시스의 해체와 더불어 록 뮤직 자체가 음악 산업의 중심에서 슬금슬금 사라지는 듯해 보였다. 물론 그게 오아시스의 탓은 아니지만, 오아시스라는 밴드가 록 신에서 가졌던 무게가 그만큼 컸기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 2010년대는 록보다는 힙합이 산업의 중심에 서 있던 시기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멤버들을 대동하고, 무거운 장비까지 필요한 록 밴드보다 홀로 USB에 멜로디를 담아와 마이크 들고 랩을 쏘아붙이는 힙합이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그렇게 시대는 록을 뒤로 하고 다른 장르를 음악의 얼굴로 교체했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사진 채널E4)



오아시스가 해체한 2009년 이후로 다시금 15년의 시간이 흐른 2024년, 오아시스는 굉장히 놀라운 사실을 알렸다. 해체한 지 꼭 15년이 되는 2024년 8월 27일에 오아시스가 재결합한 것이다. 그들의 SNS에 올라온 한 줄의 문구 ’27.08.24 8am’! 이때부터 전 세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시 재결성? 그럼 공연? 새 앨범도?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소문은 현실이 되었다. 오아시스는 재결성을 했고 2025년 7월부터 시작될 영국 투어 및 월드 투어 일정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4년에 팔기 시작한 2025년의 공연 티켓들은 오픈되자마자 매진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SNS에는 공연 연습을 위해 지하철로 출근하는 노엘 갤러거와 밴드들의 일상 모습이 종종 노출되며 2025년부터 다시 시작될 재결성 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공연 중인 갤러거 형제(사진 오아시스 인스타그램)



솔직히 말해 이때만 하더라도 난 이게 하나의 해프닝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음악 역사상 많은 밴드 및 그룹들이 은퇴 또는 해체했다가 다시 뭉치는 게 일상다반사였으니 말이다. 결국 그 재결성 혹은 은퇴 번복의 주요 원인은 돈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돌아온 밴드나 그룹들은 과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공연을 펼치곤 했었다. 오아시스의 재결성도 그런 관습적이고 의례적인 행색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게 나의 초반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자본과 연계된 꿍꿍이도 분명 있을 테지만, 오아시스의 컴백은 단순함을 넘어선 어떤 현상에 가까워 보였다.

사실 그 전부터 록 뮤직 신에서 이와 같은 재결합 붐이 존재하긴 했다. 록 뮤직은 십수 년 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건스 앤 로지스, AC/DC 등과 같은 관록의 노장들의 공연 티켓이 연일 완판되는 기현상도 보였다. 지금의 록이 아닌 과거의 록이 지금의 세대에 의해 다시 발견되는 듯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오아시스가 불러 일으킨 현상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오아시스 해체 후 15년, 2025년 월드 투어 돌풍
드디어 오아시스 재결성 후 2025년 7월 4일, 영국 웨일즈의 카디프에서 그들의 첫 공연이 시작됐다. SNS에서는 난리가 났다. 카디프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자신들의 고향 맨체스터에서 또 공연을 했다. 그리고 런던의 웸블리 구장에서도 공연을 했다. 아,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마치 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행세하는 것 같다. 결코 아니다. 난 그곳에 있지 않았다. (있고 싶어 안달이 나긴 했었지만 결국 그곳에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건 SNS, 유튜브, 온라인을 순회하며 오매불망 그들의 공연을 가슴 속에 그리는 한 팬의 시선일 뿐이다.

각설하고 맨체스터에서의 공연 때였던가? SNS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피드 하나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내 나이 또래쯤 되었을 법한 엄마가 오아시스 공연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업로드한 건 곁에서 함께 공연을 즐긴 지금 세대의 딸이었다. 문득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주인공 소녀 레이가 오버 랩 되었다. 마치 1996년에 오아시스의 음악에 심취해 있던 소녀 레이가 엄마가 되어 과거 자신과 닮은 딸과 함께 2025년의 오아시스 공연장에 있는, 그런 기시감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웸블리구장(사진 픽사베이)



시쳇말로 오아시스의 재결성 투어가 전 세계 음악 산업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여전히 세기말 브릿 팝이 인생 음악의 전부로 여겨지는 골수 팬들만으로 오아시스는 이런 돌풍을 일으킬 수 없다. 브릿팝 전성시대에도 오아시스가 태풍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지금도 오아시스는 ‘20세기 로큰롤 전성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러니 새로운 세대도 대체 이들이 누군지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엄마 아빠 세대만 독점으로 즐겨선 안될, 새로운 음악이었던 셈이다.

여기에서 오아시스 재결성이 폭발적 힘을 얻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저 그런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록 밴드가 재결성을 했고, 추억 팔이나 할 것으로나 여겼던 이들은 완전히 오판한 셈이다. 심지어 오아이스는 현 시점에서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들의 패션마저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톤 아일랜드’는 밴드의 프론트 맨 리암 갤러거가 즐겨 입었던 브랜드다. 그들은 다시금 그 시절의 복각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아디다스’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시티의 골수 팬인 형제들은 풋볼 저지를 자주 착용했었다. 지금 아디다스는 오아시스와의 협업 굿즈를 절찬리 판매 중에 있다. 아니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오아시스 공식 투어 머천다이즈 스탠드(사진 오아시스 팬 스토어 제공)




유튜브에서 오아시스 발견한 MZ…패션까지 다시 유행
오아시스 역시 이와 같은 폭발적 반응을 예상치 못했을 테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국에서만 투어를 할 것처럼 발표가 되었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영국 투어는 ‘월드 투어’로 변환되었다. 한국에서 오아시스가 공연을 펼칠 날도 벌써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한국에서의 공연이 10월 21일로 확정되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말해 나는 시큰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전성기 시절’이며 해체가 곧 도래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2009년 4월 잠실에서의 공연과, 몇 달 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의 헤드라이너 공연을 보았기 때문이다. 해체 이후 리암 갤러거의 밴드 비디 아이 내한 공연도 2번 정도 보았고, 노엘 갤러거의 하이 플라잉 버즈 공연도 두어 번 관람했다. 내가 오아시스의 멤버 공연을 본 총 공연 횟수는 대략 6번 정도인 셈이다. 그들의 라이브를 눈앞에서 본 그때의 강렬함이란…. 이런 탓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질 16년 만의 내한 공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었을 때도 큰 감흥이 없었다.



오아시스 공식 투어 머천다이즈 스탠드



그런데 오아시스의 런던 웸블리 구장 총 5회 공연이 그 무덤덤하던 내 심장을 다시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회당 약 9만 명의 관객으로 가득 찬 런던 웸블리 구장. 그곳에서 오아시스의 음악에 출렁거리는 파도와 같은 모습을 연출해준 관객들. 그것만으로 내 가슴은 다시 오아시스 공연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예매가 오픈되었던 건 이미 작년 연말이었다. 순식간에 매진되었으니 공식적으로 표를 구할 방법은 없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듯하다. 해외 티켓 사이트에서는 이보다 훨씬 비싼 100만 원대에도 판매되고 있었다.

일단 공식 사이트를 통해 티셔츠를 이미 사두긴 했다. 자, 이제 나는 어떻게 표를 구할 것인가? (9월 초 기사 작성일 기준)공연 직전까지 취소표가 있나 샅샅이 살펴야겠다. 그리고 10월 21일 저녁. (아마)나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목청껏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지 않을까.



오아시스 투어 포스터(사진 oasisinet)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오아시스 인스타그램, 오아시스 팬스토어, 픽사베이, Oasisnet]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1호(25.10.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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