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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율씨(35)는 2019년 말 강원도 고성군에서 반려동물 간식업체 ‘동해형씨’를 세웠다. 처음부터 고향 고성에서 창업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도시로 떠나는 다른 청년들처럼 김씨도 대학 진학하고부터 20대를 서울에서 보냈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학부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디자인 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 한 건축 관련 영화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가락시장자연산 했다. “건축과 디자인 사이의 일들을 많이 했다.”




김은율씨가 운영하는 동해형씨. 반려동물 간식을 제조하고 카페·반려동물 호텔로 사용한다. 그의 부모가 횟집을 하던 장소에 세웠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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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오기 전까지는 한 스타트업에서 브랜딩·디자인 업무를 총괄했다. 유명 전자상거래 대기업의 식품기획팀이 큰 거래처였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 특산물을 발굴하고 그곳의 이야기를 디자인·영상으로 만드는 브랜딩 작업을 했다. 그때 온라인 마케팅을 많이 배웠다. 하지만 그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어지면서 김씨가 다니던 스타트업도 와해되 차량유지비 비과세 었다. 그는 2~3개월 쉬기 위해 고향 고성으로 왔다. 생각이 많은 시기였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무언가를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좀 더 단단한 탑을 쌓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내 주변의 것들을 잘 행원 직무 엮어서 나를 브랜딩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게 수산물의 비린내였다. 온라인 마케팅을 해온 그가 보기에 수산물 분야는 온라인 유통이 활발하지 않은 분야였다. 냄새, 보관 온도(냉동·실온) 등 유통 난도가 높았다. 그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기회가 있는 분야로 보였다. 반려견을 키우는 경 차량할부 험도 창업에 영향을 미쳤다. 그가 키우던 반려견은 육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 동네에는 생선을 많이 말린다. 고양이가 생선을 훔쳐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수산물과 반려동물을 연결하면 기회가 되겠다 싶었다.” 시장을 지배하는 강자도 별로 없어 보였다. 포털을 검색해도, ‘강아지가 수산물을 먹어도 되나요?’ 하는 소비자의 질문에 답변 내용이 별로 없을 때였다. 비어 있는 시장으로 보였다. 수산물로 된 반려동물 식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원할까. 반려동물이 실제로 수산물을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두 가지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시장 상황과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했다. 답은 ‘된다’였다. 아이템을 정한 후에는 어떻게 하면 염도를 낮추고 첨가물을 넣지 않으면서 기호성을 높일까, 제조 방법을 연구했다.

‘동해형씨’라고 이름을 지은 까닭

처음부터 브랜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동해형씨’는 동해와 형(馨, 향기로울 형)과 씨푸드(seafood)를 합한 말이다. 동해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이라는 지역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인근 어항에서 수산물 중개인을 하는 부친이 횟감 생선을 구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머지 단어를 조합해서 제품 특성을 나타내고 싶었다.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떨어져 있을 때였다. ‘눈으로 직접 보세요’ 하는 마음으로 생선 한 마리 통째로 형태를 유지한 제품을 만들었다. 냄새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형태’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뜻으로 ‘형’자를 넣었다.”


고성군의 인구는 2만7000명이 되지 않는다. 로컬 비즈니스라고 지역민만 상대해서는 창업을 하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더 넓은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동해형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바다가 허락한 만큼’이라는 슬로건을 볼 수 있다. 바다가 허락한 만큼 ‘귀하다’는 뜻과 바다가 허락해야 나올 수 있는 제품이기에 바다를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환경적 의미를 담았다. ‘댕냥어보’라는 이름으로 생선 카드를 만들어 구입 고객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열빙어, 북어 등 동해형씨에서 사용하는 생선 11종류의 어획량, 생태 정보를 카드에 적었다. ‘댕냥어보’ 여러 장을 모아 SNS에 올리면 강아지 밥그릇 같은 굿즈와 교환해 주었다. 밥그릇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바다를 지키자(Save The Sea With Pets)’ 같은 문구를 새겼다. ‘댕냥어보’는 반응이 좋았다.




동해형씨에서 만든 수산물 반려동물 간식들. ⓒ시사IN 이명익



동해형씨 1층 카페의 한 벽에는 그동안 동해형씨가 받은 상패들이 걸려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의 글로벌 분야 업체로 선정됐다. 연말에는 ‘강원 수출인의 날’ 기념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그동안 홍콩·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 등에 수출한 실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수산물이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수출까지 하는 회사를 만들었지만 김 대표도 이따금 지역에서 창업할 때의 어려움을 느낀다. “아무래도 창업 인프라가 부족하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법률이나 회계 자문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서울에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농업회사법인의 일은 잘 아는데, 투자 유치 관련 업무 등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중에는 서울사무소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일단은 고성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성군, 인근 아트페어 업체 등과 함께 반려동물 문화예술축제를 열었는데, 올해는 고성을 반려동물 친화 관광도시로 만드는 작업을 거들고 있다. 1월에는 고성군에 지역 인재 장학금을 내기도 했다. 김은율 대표는, 천생 고성 사람이다.

고성·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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