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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기사 수정 : 23일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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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 소송 설명회에 참여한 시민 이금희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영 반도체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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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을 때 이금희는 드디어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는 곳은 처인구였지만 수지구와 기흥구 등 용인시 어디서든 그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긴 어려웠지만, 용인 사람들은 다들 이금희처럼 지역에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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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몇 가지 현수막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금희가 거의 10년 동안 산 동네는 빠르게 바뀌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는 '클러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 단지가 분양을 시작했다. 여러 동네 집 값이 오를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금희의 마음이 소문과 함께 점점 부풀기 시작했다. 무언가 좋은 게 들어설 예정인가 보다.웅진에너지 주식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보다.
그 좋아 보이는 무언가에 대해 더 알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금희는 지난해부터 용인기후행동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마침, 모임에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을 열었다. 그곳에서 그전까지 알지 못했던 문제들을 잔뜩 듣고 말았럭키세븐
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금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물과 전기를 사용했다. 하루에 1톤 급수차로 13만 대 분량의 물, 그리고 24시간 가동 시 서울시 전체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의 최대 두 배 가까운 전기.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7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소식도 있었다.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으니까
이금희는 그 교육을 들으며 용인이라는 동네에 대해 생각했다. 이금희는 동네가 필요해 용인으로 왔다. 한때 서울에서 살았으나 서울은 동네가 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살수록 마음이 점점 건조해졌다.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속에서 자주 갑갑한 느낌을 받았다. 적당히 멀지 않으면서도 여유 있는 동네에 사는 꿈을 꾼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용인으로 이주했다. 그 후에야 겨우 자신의 동네를 얻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금희는 둘째를 낳았다. 아이들은 빠르게 자랐고, 이금희와 아이들은 용인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용인은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많았으니까. 용인이 도시이기도 하고 농촌이기도 한 동네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맹꽁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곳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었다. 건조하거나 너무 뜨거운 햇빛이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농사에 사용할 물이 부족한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농부에게 부족한 물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양의 눈곱만큼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금희네 집 모든 구성원이 쓰는 전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사용하는 것의 눈곱만큼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도체는 물도 쓰고 전기도 쓰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장점은 이금희에게 막연한 것이었지만, 피해는 확실한 것처럼 느껴졌다. 평생을 용인에서 살아온 노인과 맹꽁이들이 동네를 떠나야 한다는 것. 그건 죄 없는 이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씌우는 것 같았다. 보상금 수령과 클러스터 문제에 대해 찬반이 나뉘어 이웃끼리 싸우게 되는 일. 그건 겨우 얻게 된 동네가 사라지는 일을 의미했다. LNG 발전소 건설로 인해 공기질이 악화되고 주민이 건강 피해를 보는 일. 이 모든 것은 다른 것으로 상쇄 불가한 피해였다.
그런데도 이금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LNG 발전소 건설에 반대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메탄을 마구 뿜어내는 LNG 발전소가 들어온다면 '생태 친환경 도시'라는 용인시의 슬로건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질 위기에 놓일 텐데도 그랬다. 그건 몹시 부당한 일인 것 같았다.
이금희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 소송인단으로 참여했다.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 자신의 동네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걸까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경기환경운동연합, 시민 소송인단과 함께 16일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지난 16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행정소송 소장을 들고 서울행정법원 앞에 섰다. 소송에는 용인 주민을 포함한 45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에서는 LNG 발전소로 전력을 조달하는 계획이 수행될 때 RE100(재생에너지 100%) 목표 자체가 달성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과, 전체 전력 공급량이 반영된 기후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주민과 협의나 논의가 미흡했던 절차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었다.

2024년 정부가 공개한 전력 공급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필요 전력 중 3GW는 LNG 발전소로 충당할 예정이다. 나머지 7GW 전력은 원전과 석탄, 재생에너지로 채워질 예정이다. 과연 지금처럼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LNG와 석탄, 원전으로 전력 수요를 채우는 것이 긍정적일까?
분명한 것은 이것만이 대규모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의 건강 피해를 줄이고 RE100 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의 연구에 따르면 LNG 발전소로 충당하는 3GW 전력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도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반경 25km 이내 지자체들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66GW, 인천 및 충남 지역 20km 이내 해상풍력 잠재량은 11GW에 이른다.
필요한 것은 지자체마다 들쑥날쑥하게 정해진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고객사인 여러 세계적 기업이 RE100 목표를 중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조달하는 것이 더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동네
이금희는 여전히 용인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용인에서 살아갈 예정이다. 소송에 참여한 다양한 용인 거주자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이금희는 인터뷰 끝에 누구도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LNG 발전소 건설은 찬성과 반대를 넘어선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 경쟁력 확대라는 이익을 위해 실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존재들의 권익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송전탑과 기후재난 복구, 대규모 발전소 건설의 문제에서 주민과의 갈등은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문제이다. 그 아래에는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훼손되는 자연의 문제와 화석연료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느라 야기된 기후위기, 주민의 피해를 단기적인 기업의 요구보다 뒷전으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을 때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용인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 소송 설명회에 참여한 한 시민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어릴 때 항상 푸르게 있던 산이 어느 날 보니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흙바닥이 드러나고, 높은 기계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국가 경제를 위해 반도체 공장이 꼭 필요하다면 짓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피해와 지구에 미칠 영향을 무시한다면 아무리 발전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중요한 가치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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