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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욕망을 숨긴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본 귀족 가문 출신의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는 후지와라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후지와라 백작과 함께 히데코의 마음을 흔드는 소매치기 출신의 하녀 숙희(김태리 분)와 그들 모두를 움켜쥐는 대저택의 주인 코우즈키(조진웅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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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컷. 감금되어있는 공간. / 넷플릭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0405dxzw.jpg" data-org-width="1200" dmcf-mid="XTXsYRFOv9" dmcf양귀비 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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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 스틸DS제강 주식
컷. 감금되어있는 공간. / 넷플릭스 제공


이중적 공간
배경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 네 사람은 일본식 주택과 서양식 주택이 기묘하게 결합된 대저택에서 암투를 벌인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공간의 접합은, 속내를 감춘 인물들의 이중적 모습을 상징한다. 일본식 저택에 서양릴게임뜻
식 저택이 과장되고 어설프게 붙어있는 모습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대변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 공적 모습과 사적 욕망이 교차함을 보여주는 건축적 상징이다.
이들은 영화를 지켜보는 우리에게까지 거짓된 얼굴을 내보이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춘다. ‘조선인과 일본인’, ‘귀족과 사기꾼’, ‘피해자와 가해자’, ‘고상함과 음침함펀더멘탈
’ 같은 상반된 정체성들이 이들 각자에 뒤엉켜있다.
히데코는 일본인 부모를 잃고 조선으로 건너와 이모부에게 길러진 '아가씨'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모습 아래에 치밀한 계획을 숨기고 있다. 후지와라 백작은 실제 백작이 아니라 머슴과 무당의 아들로서, 일본에서 하인으로 일하며 고급문화로 자신을 한껏 겉치레한 인물이다. 숙희는 조선의 유명한 대도의 딸로서, 히데코를 속이려 일본 이름을 받아 하녀로 들어갔지만 곧이어 마음을 바꾸는 인물이다. 코우즈키는 일본인이 되기 위해 일본의 몰락한 귀족의 딸과 결혼한 조선인으로, 고상한 척하지만 그릇된 성적 욕망을 숨기고 있다.
저택의 내부 또한 이중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정한 정원과 건축양식이 돋보이지만, 그 속에는 외설스러운 소설을 낭독하는 공간과 고문으로 쾌락을 얻는 은밀한 공간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히데코가 자란 환경, 즉 겉으로는 교양과 품위를 가장했으나 사실은 성적 노리개의 교육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틸 컷. 저택. / 넷플릭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1739mita.jpg" data-org-width="1200" dmcf-mid="ZdQDvPZwC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1739mita.jpg" width="658">

영화 <아가씨> 스틸 컷. 저택. / 넷플릭스 제공


억눌린 공간
저택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역시 '히데코의 방'과 '코우즈키의 낭독실'일 것이다. 인물들의 은밀한 속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히데코의 방은 감옥이면서 연극 대기실이다. 겉보기엔 고급스럽고 화려하지만, 히데코가 ‘말 잘 듣는 아가씨’로 길러지는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억압당해온 장소다. 역설적이게도 이 방은 숨막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정갈하게 정리된 침대와 책상, 옷장과 거울, 화려한 벽지 무엇을 보더라도 아름답다. 일본식 공간에 서양식 가구가 혼재된 구성은 그녀의 모순된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곳은 히데코에게 유일한 은신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는 감시와 낭독 연습이 반복되는 ‘연극의 대기실’이다. 숙희와 함께 있을 때조차 히데코는 창밖을 응시하거나 깊은 욕조에 몸을 숨긴다. 하지만 도망칠 순 없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무거운 배경 장식들은 히데코의 억눌리고 혼란한 정신 상태를 시각화한다. 겉으로는 품위와 교양을 가장하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숙희를 맞이한 순간부터, 히데코의 방은 점차 억눌린 욕망과 흔들리는 감정의 균열을 드러내는 무대로 변해간다.





스틸 컷. 히데코의 방. / 넷플릭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4211whbu.jpg" data-org-width="1200" dmcf-mid="13xwTQ5rW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4211whbu.jpg" width="658">

영화 <아가씨> 스틸 컷. 히데코의 방. / 넷플릭스 제공


코우즈키의 낭독실은 그의 위선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무대는 일본식, 관객석은 서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단식 객석에 정중히 앉아 있는 양복 차림의 청중은 서양식 극장을 연상시킨다. 객선 반대편의 일본식 무대에선 히데코가 외설스러운 소설을 낭독한다.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은 침착하지만, 그 위에 음란한 상상이 덧입혀진다. 히데코는 금기의 제공자이자 착취의 피해자이며, 관객은 고상함을 가장한 공모자다. 거리낌 없는 그들의 성적 욕망은 절제된 공간과 극명히 대비된다.
관객 뒤편으로 책이 빼곡한 서재는 코우즈키의 교양을 상징하지만, 실상은 그의 음습한 욕망을 은폐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아래, 서재와 낭독실 지하에는 코우즈키의 고문실이 숨겨져 있다. 위층의 서재와 낭독, 아래층의 고문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구조다. 가장된 교양과 숨겨진 폭력, 침묵과 비명은 수직적으로 중첩되며, 영화는 이 건축적 구조를 통해 억압과 욕망이 공존하는 사회의 은밀한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스틸 컷. 코우즈키의 낭독실. / 넷플릭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6676aebi.jpg" data-org-width="1200" dmcf-mid="FSh78ldzy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6676aebi.jpg" width="658">

영화 <아가씨> 스틸 컷. 코우즈키의 낭독실. / 넷플릭스 제공


해방의 공간
저택 전체가 억압의 장치로 작동하는 가운데, 한 조각의 희망이 존재한다. 바로 일본식 정원이다. 그러나 이 정원은 실제로 향유할 수 없는, 감상의 대상에 불과한 공간이다. 창문 너머로만 바라볼 수 있는 이상화된 풍경은 자유를 꿈꾸게 만들면서 더욱 잔인하게 가두는 창살에 가깝다. 자연은 누구의 피난처도 되지 못하며 오히려 그 아름다움은 인물들의 고립된 현실을 조롱한다.
히데코의 이모(코우즈키의 아내)의 죽음은 이 정원 속에서 아름답게 전시된다. 그녀의 죽음은 외설 속 여성들처럼 벚나무에 목을 매 자살한 듯 연출되지만, 실상은 코우즈키에게 살해당한 뒤 꾸며진 비극이었다. 이 정원은 희망이 아닌 파멸의 배경이 된다.
이모와는 달리, 히데코와 숙희는 영화 후반부에서 마침내 저택을 벗어난다. 전시되고 통제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욕망과 감정을 선택하는 주체로 변모한다. 기차와 배를 타고 안개를 헤집고 나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은 정신적 해방을 상징한다. 그 여정을 통해 두 사람은 비로소 그들만의 자아를 실현한다. 반면 억압의 실행자인 코우즈키와 후지와라 백작은, 그 공간을 끝내 벗어나지 못한 채 저택 안에서 죽음으로서 그릇된 욕망으로부터 해방된다.





스틸 컷. 상반된 결말. / 넷플릭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9122czvy.jpg" data-org-width="1200" dmcf-mid="00sQgFDxC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49122czvy.jpg" width="658">

영화 <아가씨> 스틸 컷. 상반된 결말. / 넷플릭스 제공


<아가씨>에서의 건축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관계의 위계를 설계하며, 역사적 억압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겹겹이 쌓인 공간구조는 감춰진 감정과 권력, 그리고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들춰낸다. 영화 속 공간은 숨 막히게 아름답지만, 그것은 ‘불편한 아름다움’, ‘우아한 감금’, ‘은밀한 해방’이라는 역설로 구성된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이야기꾼은 바로 그 공간 그 자체다.

스틸 컷. '해방'을 보여주는 화면. / 넷플릭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50371jtnl.jpg" data-org-width="1200" dmcf-mid="pfJpVIMUl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1/ked/20250811094150371jtnl.jpg" width="658">

영화 <아가씨> 스틸 컷. '해방'을 보여주는 화면. / 넷플릭스 제공


최영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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