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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그마틱 슬롯 ㅝ 야마토게임후기 ㅝ└ 90.rsk311.top ◎[김상목 기자]
'페르디낭'은 이탈리아의 부유한 가문 여성과 결혼해 유복한 생활을 누린다. 방송국에서 일하며 근사한 저택과 자가용,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어린 딸까지 부족할 게 없는 삶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권태로 가득 차 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도 얼마 전에 그만두고 나와 백수 상태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운지 연줄을 동원해 여기저기 구직을 제안하지만, 정작 그는 책만 읽으며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런 어느 날, 페르디낭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처가에서 주최한 저녁 파티에 끌려가게 된다. 친지들의 자식과 자신의 딸을 집이 비는 동안 돌봐주기 위해 임시 보모까지 데려왔으니 내키지 않지만 안 갈 수도 없는 노릇. 하지만 부와 쇼핑에만 치우친 권태로운 영어단수취급 분위기에 진저리가 난 그는 자리를 박차고 아내를 남겨둔 채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귀가한 페르디낭은 졸음에 빠진 보모 '마리안느'를 발견한다. 이미 막차도 끊긴 상태에 갑자기 비도 쏟아지는 터라 그는 마리안느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그런데 차에 동승한 둘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다. 실은 두 사람은 5년 전쯤 연인으로 지내던 사이인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둘은 내친김에 함께 밤을 보낸 뒤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자 무작정 남쪽으로 도피 여행을 개시한다. 쫓기는 상황에 순탄할 리 없는 여정이 이어지고, 대책도 없이 그들은 기름이 떨어지거나 돈이 필요하면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며 거듭 사고를 일으킨다. 마침내 지중해 바닷가까지 도착한 두 사람은 해변에 머물지만, 글을 쓰는 데 집착하는 페르디낭과 순간을 만끽하며 즐기 가산명사 고픈 마리안느는 티격태격하는 나날을 거듭한다.
둘은 늘 함께하지만, 마찰은 점점 누적되고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할 즈음, 그들이 그동안 일으킨 사건 때문에 추격이 붙고, 상황은 점점 더 혼란으로 치닫는다.
장르 영화와 느와르 공식에 영향받되, 반드시 핸드폰 연체 신용 비틀고야 만다
▲ <미치광이 삐에로> 스틸
국민임대아파트 ⓒ 엠엔엠인터내셔널
대충 <미치광이 삐에로>의 전반부 줄거리를 언급해 봤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승전결 전개 구조와 연대기 순 서사는 본 작품을 이해하는데 그저 피상적인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이 영화는 장뤽 고다르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고다르'다. 평범할 리 없다.
1960년에 <네 멋대로 해라>를 세상에 선보인 후 감독은 해마다 복수의 신작을 선보이며 파란을 일으킨다. 물론 상업적으로 당대의 흥행 순위를 갱신한다거나 한 건 아니다. 오늘날 '작가주의'라 불리는 경향을 대중에게 각인하고, 예술성과 정치적 소재를 파격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동료 영화인과 열혈 관객 양자 모두에게 일정한 파급력을 불러온 덕분이다. 그런 고다르의 창작욕이 한창 불타오르던 1965년에 선보인 대표작이 바로 <미치광이 삐에로>다. (같은 해엔 또다른 걸작 <알파빌>도 나왔다)
영화는 우리가 흔히 감독의 이름하면 떠올리는 여러 요소가 골고루 녹아들어 있다. 작가주의 예술영화라 하면 일단 국내 관객들은 느릿느릿한 속도와 소소한 일상, 윤리와 도덕의 근본을 파고드는 철학적 주제의식 등을 연상할 테지만, 정작 고다르의 전성기 작품들은 그런 획일화된 특징과는 거리가 한참 멀기만 하다. 그래서 '유럽 예술영화'의 변주로 그저 단정하고 뒤늦게 고다르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려 든다면 1차로 당혹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대체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걸까?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 탓이다.
페르디낭과 마리안느의 범죄와 도피 여정이 이 영화의 기본 줄기라면 줄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전형적인 설정은 보고 있으면 항상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둘은 평범한 연인 사이라 하기엔 확연히 이질감이 드는 관계다. 서로 사랑하는 것 같지만, 수시로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동떨어진 존재라며 힐난하기 일쑤다. 어찌 보면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금지된 사랑의 연인들이 벌이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부류 외전 같지만, 겉으로 뵈는 행색은 그럴지라도 뭔가 박자가 엇나간다. 다양한 장르 형식과 소재를 백화점처럼 제시하면서도 늘 비틀고 구부린다.
그런 감독의 고약한 괴짜 기질 덕분에 관객은 대체 이들의 여행이 어디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종잡을 도리가 없다. 반사회적 범죄자라 보기엔 그들이 치는 사고는 딱히 목표가 명확하지도 않다. 일확척금을 마련해 해외로 도피하거나 새로운 인생을 계획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범행 자체의 스릴에 도취된 것도 아니다. 고다르와 동료들이 어릴 적 즐겨봤던 1930년대 미국 갱스터 느와르의 영향력이 적지 않게 풍기지만, 딱 절반만 그렇다.
페르디낭 역의 장 폴 벨몽도는 미간 주름과 늘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공허한 눈빛, 담배를 항상 꼬나문 골초에 총기를 다루는 면모에서 <말타의 매>에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필립 말로우의 숱한 변형 중 하나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고독한 몽상가나 냉소주의자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팜 파탈' 정석이라 해도 좋을 마리안느 역 '누벨바그의 여신' 안나 카리나 역시 절반의 전형성과 나머지의 의외성을 동시에 뿜어낸다. 둘은 속고 속이며 진의를 알 수 없는 거짓말을 거듭하지만, 자석에 끌리듯 서로에게 밀착한다. 현학적 대사로 논쟁하다 느닷없이 목숨 건 음모를 감행한다. 두 사람조차 서로의 머릿속을 모를 것 같다.
고다르 식 '정치영화'와 작가주의 정형을 체험할 기회
▲ <미치광이 삐에로> 스틸
ⓒ 엠엔엠인터내셔널
고다르 영화답게, 1968년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든 '68혁명' 전조가 한창이던 시절 작품인 터라 온갖 정치적 수사와 상징 장치가 상영 내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의 경향답게 직선적 정치 구호와 주장으로 치닫기는커녕, 얼핏 현학적으로 보일 만큼 다양한 정보와 쟁점이 치고 빠지듯 분출한다. 일일이 분석하려다 머리에 김이 올라도 도리가 없다. 감독은 그렇게 감상하라 권한 적 없다며 능청을 떨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관객이 낙오하지 않으려면, 시대 상황 전반에 관한 기본 고찰이 필수다. 물론 공무원시험 앞두고 시사상식 암기하듯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미치광이 삐에로>를 소화하려면, 감독이 자신이 처한 동시대 상황에 예술가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려 했는지 대략 이해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1965년 당시 프랑스 사회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지, 문화 현상이나 대중의 삶은 어땠는지로 극중 인물 언행을 추정할 수 있다면 굳이 논문 연구할 필요는 없다. 딱 그 정도 시사교양을 미래 관객이 준비하거나 관람 전후로 획득하길 기대하는 태도다.
그렇다면 대체 영화 속 반복되는 주제는 어떤 것일까? 고다르는 평범한 감독들과 어떤 차별점을 갖고 정치적 쟁점을 녹여낼까? 도입부에서 페르디낭이 무위도식하며 소리 내어 읽던 미술사 서적 내용이 암시다. 벨라스케스가 50대 이후엔 구체적 사물을 묘사하는 대신 빛과 색, 움직임만 표현했다는 일화처럼 고다르도 시나리오만으론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작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영화 속 페르디낭과 마리안느가 대립하는 일상 논점, 문학 vs 음악 구도가 상징하듯 이성적 사고 대 순간의 감성이 치고받으며 융합하듯 기존 사회질서에 막연히 순응하길 거부하는 인물들의 공사가 혼재된 말과 태도가 현란하게 뒤섞인다. 차를 훔치거나 주유비 떼먹고 도주하는 와중에도 이들은 미국의 베트남전쟁이나 자국의 알제리 전쟁을 신랄하게 비꼬며 냉소를 던진다. 그들의 거처 벽에 대충 오려 붙인 신문 기사나 사진, 그림들은 다채로운 호기심을 던지지만, 전개에 결정적 영향을 주진 않는다. 즉, 관객 각자 자유롭게 추출하고 응용해 재해석하면 될 노릇이다.
톱니바퀴 진행은 기대하면 안 된다. 약간의 예술 지원에 힘입어 흥행을 별로 기대하기 힘든 작품을 게릴라 방식으로 제작하기에, 속전속결 대본에 맞춰 몇 번씩 재촬영할 여유는 애초 없는 탓이다. 그래서 배우의 엄청난 연기력이나 치밀한 설정이 겹겹이 축적된 수학 공식 같은 설계는 시도조차 않는다. 대신에 마치 소용돌이치는 의식의 흐름이나 추상화 대작처럼 전체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소소한 장치를 능력껏 포착해야 한다. 인물들 말싸움 따라가다 보면, 벽에 붙은 암시를 놓치기 일쑤다. 배경 묘사를 현미경 관찰하듯 응시하다 정작 주인공들 심리 변화를 못 잡아낼 때가 허다하다. 탐정 놀이에 제대로 휘말린 기분이다.
6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고다르의 영화
▲ <미치광이 삐에로> 스틸
ⓒ 엠엔엠인터내셔널
당대 정치사회 논쟁은 영화 저변에 깔린 기류를 파악하는 축 노릇을 하지만, 숙지하지 않는다고 못 볼 영화도 아니다. 범죄 느와르의 묘한 변형으로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다르 작업치고 대중적 입문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러니 너무 겁먹고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틀에 박힌 선입견으로 접근하면 곤란할 따름이다.
1960년대 누벨바그의 얼굴이라 할 두 주연배우 앙상블은 예전 방이나 카페에 걸려 있던 대형 포스터 액자로 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이다. 툭툭 내뱉거나 그저 자유분방하게 활보하는데 묘하게 뇌리에 박힌다. 작품이 자아내는 어떤 분위기가 그들을 통해 결정적으로 구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흥적 자유 연기에 가까운 한바탕 난장은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보고 있자면 어떤 징후가 느껴질 법하다. 명품과 명차를 자랑하는 부유층의 참을 수 없는 권태로움과 이를 부정하고 싶어도 새로운 대안을 구축하기엔 난감한 세태, 2차 대전 전후 유럽을 양분한 동서 냉전의 일상화된 풍경과 미국 문물을 향한 동경( 및 반감)이 툭 던지는 대사 마디마다 농축된 것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이 재회하는 그림 같은 항구 주변엔 거대한 군함이 전쟁의 기운을 머금고 득실거리는 게 언젠가부터 눈에 들어온다.
3년 후 격동을 예언하듯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갈 것인가, 치밀한 작전보다 자유분방한 기습이 더 유효한 방법인가 같은 심각한 주제가 거침없는 주인공들의 폭주와 사건 사고 행각과 평행선을 달리며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 기이한 영화의 매력은 나온 지 사람 나이로 환갑이 된 2025년에도 여전히 치명적이다.
<작품정보>
미치광이 삐에로Pierrot le fouPierrot Goes Wild1965|이탈리아, 프랑스|드라마/로드무비2025.06.04. 개봉|111분|15세 관람가감독 장뤽 고다르주연 장 폴 벨몽도, 안나 카리나원작 라이오넬 화이트 소설 [Obsession]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페르디낭'은 이탈리아의 부유한 가문 여성과 결혼해 유복한 생활을 누린다. 방송국에서 일하며 근사한 저택과 자가용,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어린 딸까지 부족할 게 없는 삶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권태로 가득 차 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도 얼마 전에 그만두고 나와 백수 상태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운지 연줄을 동원해 여기저기 구직을 제안하지만, 정작 그는 책만 읽으며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런 어느 날, 페르디낭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처가에서 주최한 저녁 파티에 끌려가게 된다. 친지들의 자식과 자신의 딸을 집이 비는 동안 돌봐주기 위해 임시 보모까지 데려왔으니 내키지 않지만 안 갈 수도 없는 노릇. 하지만 부와 쇼핑에만 치우친 권태로운 영어단수취급 분위기에 진저리가 난 그는 자리를 박차고 아내를 남겨둔 채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귀가한 페르디낭은 졸음에 빠진 보모 '마리안느'를 발견한다. 이미 막차도 끊긴 상태에 갑자기 비도 쏟아지는 터라 그는 마리안느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그런데 차에 동승한 둘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다. 실은 두 사람은 5년 전쯤 연인으로 지내던 사이인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둘은 내친김에 함께 밤을 보낸 뒤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자 무작정 남쪽으로 도피 여행을 개시한다. 쫓기는 상황에 순탄할 리 없는 여정이 이어지고, 대책도 없이 그들은 기름이 떨어지거나 돈이 필요하면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며 거듭 사고를 일으킨다. 마침내 지중해 바닷가까지 도착한 두 사람은 해변에 머물지만, 글을 쓰는 데 집착하는 페르디낭과 순간을 만끽하며 즐기 가산명사 고픈 마리안느는 티격태격하는 나날을 거듭한다.
둘은 늘 함께하지만, 마찰은 점점 누적되고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할 즈음, 그들이 그동안 일으킨 사건 때문에 추격이 붙고, 상황은 점점 더 혼란으로 치닫는다.
장르 영화와 느와르 공식에 영향받되, 반드시 핸드폰 연체 신용 비틀고야 만다
▲ <미치광이 삐에로> 스틸
국민임대아파트 ⓒ 엠엔엠인터내셔널
대충 <미치광이 삐에로>의 전반부 줄거리를 언급해 봤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승전결 전개 구조와 연대기 순 서사는 본 작품을 이해하는데 그저 피상적인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이 영화는 장뤽 고다르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고다르'다. 평범할 리 없다.
1960년에 <네 멋대로 해라>를 세상에 선보인 후 감독은 해마다 복수의 신작을 선보이며 파란을 일으킨다. 물론 상업적으로 당대의 흥행 순위를 갱신한다거나 한 건 아니다. 오늘날 '작가주의'라 불리는 경향을 대중에게 각인하고, 예술성과 정치적 소재를 파격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동료 영화인과 열혈 관객 양자 모두에게 일정한 파급력을 불러온 덕분이다. 그런 고다르의 창작욕이 한창 불타오르던 1965년에 선보인 대표작이 바로 <미치광이 삐에로>다. (같은 해엔 또다른 걸작 <알파빌>도 나왔다)
영화는 우리가 흔히 감독의 이름하면 떠올리는 여러 요소가 골고루 녹아들어 있다. 작가주의 예술영화라 하면 일단 국내 관객들은 느릿느릿한 속도와 소소한 일상, 윤리와 도덕의 근본을 파고드는 철학적 주제의식 등을 연상할 테지만, 정작 고다르의 전성기 작품들은 그런 획일화된 특징과는 거리가 한참 멀기만 하다. 그래서 '유럽 예술영화'의 변주로 그저 단정하고 뒤늦게 고다르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려 든다면 1차로 당혹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대체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걸까?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 탓이다.
페르디낭과 마리안느의 범죄와 도피 여정이 이 영화의 기본 줄기라면 줄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전형적인 설정은 보고 있으면 항상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둘은 평범한 연인 사이라 하기엔 확연히 이질감이 드는 관계다. 서로 사랑하는 것 같지만, 수시로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동떨어진 존재라며 힐난하기 일쑤다. 어찌 보면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금지된 사랑의 연인들이 벌이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부류 외전 같지만, 겉으로 뵈는 행색은 그럴지라도 뭔가 박자가 엇나간다. 다양한 장르 형식과 소재를 백화점처럼 제시하면서도 늘 비틀고 구부린다.
그런 감독의 고약한 괴짜 기질 덕분에 관객은 대체 이들의 여행이 어디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종잡을 도리가 없다. 반사회적 범죄자라 보기엔 그들이 치는 사고는 딱히 목표가 명확하지도 않다. 일확척금을 마련해 해외로 도피하거나 새로운 인생을 계획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범행 자체의 스릴에 도취된 것도 아니다. 고다르와 동료들이 어릴 적 즐겨봤던 1930년대 미국 갱스터 느와르의 영향력이 적지 않게 풍기지만, 딱 절반만 그렇다.
페르디낭 역의 장 폴 벨몽도는 미간 주름과 늘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공허한 눈빛, 담배를 항상 꼬나문 골초에 총기를 다루는 면모에서 <말타의 매>에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필립 말로우의 숱한 변형 중 하나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고독한 몽상가나 냉소주의자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팜 파탈' 정석이라 해도 좋을 마리안느 역 '누벨바그의 여신' 안나 카리나 역시 절반의 전형성과 나머지의 의외성을 동시에 뿜어낸다. 둘은 속고 속이며 진의를 알 수 없는 거짓말을 거듭하지만, 자석에 끌리듯 서로에게 밀착한다. 현학적 대사로 논쟁하다 느닷없이 목숨 건 음모를 감행한다. 두 사람조차 서로의 머릿속을 모를 것 같다.
고다르 식 '정치영화'와 작가주의 정형을 체험할 기회
▲ <미치광이 삐에로> 스틸
ⓒ 엠엔엠인터내셔널
고다르 영화답게, 1968년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든 '68혁명' 전조가 한창이던 시절 작품인 터라 온갖 정치적 수사와 상징 장치가 상영 내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감독의 경향답게 직선적 정치 구호와 주장으로 치닫기는커녕, 얼핏 현학적으로 보일 만큼 다양한 정보와 쟁점이 치고 빠지듯 분출한다. 일일이 분석하려다 머리에 김이 올라도 도리가 없다. 감독은 그렇게 감상하라 권한 적 없다며 능청을 떨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관객이 낙오하지 않으려면, 시대 상황 전반에 관한 기본 고찰이 필수다. 물론 공무원시험 앞두고 시사상식 암기하듯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미치광이 삐에로>를 소화하려면, 감독이 자신이 처한 동시대 상황에 예술가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려 했는지 대략 이해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1965년 당시 프랑스 사회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지, 문화 현상이나 대중의 삶은 어땠는지로 극중 인물 언행을 추정할 수 있다면 굳이 논문 연구할 필요는 없다. 딱 그 정도 시사교양을 미래 관객이 준비하거나 관람 전후로 획득하길 기대하는 태도다.
그렇다면 대체 영화 속 반복되는 주제는 어떤 것일까? 고다르는 평범한 감독들과 어떤 차별점을 갖고 정치적 쟁점을 녹여낼까? 도입부에서 페르디낭이 무위도식하며 소리 내어 읽던 미술사 서적 내용이 암시다. 벨라스케스가 50대 이후엔 구체적 사물을 묘사하는 대신 빛과 색, 움직임만 표현했다는 일화처럼 고다르도 시나리오만으론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작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영화 속 페르디낭과 마리안느가 대립하는 일상 논점, 문학 vs 음악 구도가 상징하듯 이성적 사고 대 순간의 감성이 치고받으며 융합하듯 기존 사회질서에 막연히 순응하길 거부하는 인물들의 공사가 혼재된 말과 태도가 현란하게 뒤섞인다. 차를 훔치거나 주유비 떼먹고 도주하는 와중에도 이들은 미국의 베트남전쟁이나 자국의 알제리 전쟁을 신랄하게 비꼬며 냉소를 던진다. 그들의 거처 벽에 대충 오려 붙인 신문 기사나 사진, 그림들은 다채로운 호기심을 던지지만, 전개에 결정적 영향을 주진 않는다. 즉, 관객 각자 자유롭게 추출하고 응용해 재해석하면 될 노릇이다.
톱니바퀴 진행은 기대하면 안 된다. 약간의 예술 지원에 힘입어 흥행을 별로 기대하기 힘든 작품을 게릴라 방식으로 제작하기에, 속전속결 대본에 맞춰 몇 번씩 재촬영할 여유는 애초 없는 탓이다. 그래서 배우의 엄청난 연기력이나 치밀한 설정이 겹겹이 축적된 수학 공식 같은 설계는 시도조차 않는다. 대신에 마치 소용돌이치는 의식의 흐름이나 추상화 대작처럼 전체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소소한 장치를 능력껏 포착해야 한다. 인물들 말싸움 따라가다 보면, 벽에 붙은 암시를 놓치기 일쑤다. 배경 묘사를 현미경 관찰하듯 응시하다 정작 주인공들 심리 변화를 못 잡아낼 때가 허다하다. 탐정 놀이에 제대로 휘말린 기분이다.
6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고다르의 영화
▲ <미치광이 삐에로> 스틸
ⓒ 엠엔엠인터내셔널
당대 정치사회 논쟁은 영화 저변에 깔린 기류를 파악하는 축 노릇을 하지만, 숙지하지 않는다고 못 볼 영화도 아니다. 범죄 느와르의 묘한 변형으로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다르 작업치고 대중적 입문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러니 너무 겁먹고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틀에 박힌 선입견으로 접근하면 곤란할 따름이다.
1960년대 누벨바그의 얼굴이라 할 두 주연배우 앙상블은 예전 방이나 카페에 걸려 있던 대형 포스터 액자로 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이다. 툭툭 내뱉거나 그저 자유분방하게 활보하는데 묘하게 뇌리에 박힌다. 작품이 자아내는 어떤 분위기가 그들을 통해 결정적으로 구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흥적 자유 연기에 가까운 한바탕 난장은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보고 있자면 어떤 징후가 느껴질 법하다. 명품과 명차를 자랑하는 부유층의 참을 수 없는 권태로움과 이를 부정하고 싶어도 새로운 대안을 구축하기엔 난감한 세태, 2차 대전 전후 유럽을 양분한 동서 냉전의 일상화된 풍경과 미국 문물을 향한 동경( 및 반감)이 툭 던지는 대사 마디마다 농축된 것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이 재회하는 그림 같은 항구 주변엔 거대한 군함이 전쟁의 기운을 머금고 득실거리는 게 언젠가부터 눈에 들어온다.
3년 후 격동을 예언하듯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갈 것인가, 치밀한 작전보다 자유분방한 기습이 더 유효한 방법인가 같은 심각한 주제가 거침없는 주인공들의 폭주와 사건 사고 행각과 평행선을 달리며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 기이한 영화의 매력은 나온 지 사람 나이로 환갑이 된 2025년에도 여전히 치명적이다.
<작품정보>
미치광이 삐에로Pierrot le fouPierrot Goes Wild1965|이탈리아, 프랑스|드라마/로드무비2025.06.04. 개봉|111분|15세 관람가감독 장뤽 고다르주연 장 폴 벨몽도, 안나 카리나원작 라이오넬 화이트 소설 [Obsession]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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