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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성에가 낀 창을 녹인 후 하루를 시작하면, 얼어붙은 건물들 사이로 반사된 투명한 햇살이 더없이 빛나는 겨울입니다. 두터운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움츠러든 몸으로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마치 도시의 겨울 바다를 헤엄치는 고기 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삶을 끌어안고 바삐 움직이는 우리들,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최근 정해인 닮은꼴로 유명세를 탄 붕어빵 장수가 있었습니다. 청년은 붕어빵 포차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시작했다가 불법 노점 신고로 포차를 접었다지 햇살론 대환 요? 전화위복으로 대형 백화점의 러브콜을 받고 팝업스토어까지 열어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 생존과 포기의 갈림길에서 겨울 거리를 포근하게 감싸줬던 그 작은 온기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붕어빵 노점 보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 붕세권을 찾아주는 대동풀빵여지도, 가슴속삼천원 등 대구은행 직무소개 '앱'까지 등장했으니 '가슴속 붕어빵'이 맞는 게지요. 1930년대 벨기에 와플이 일본을 지나 한국에 들어와서 오늘날 한국인의 겨울철 간식의 대표선수가 되기까지 약 100년이 걸렸습니다. 경제 개발로 모두가 허리끈을 졸라맬 때도, IMF의 혹한기에도 붕어빵은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간식이지만, 붕어빵은 추운 겨울날 길가에서 손을 녹이고 마음 식품제공 을 위로했지요. 스마트폰 속 홀로섬을 이루고 사는 지금도 붕어빵만큼은 사람과 사람, 섬과 섬을 이어주는 따뜻한 연륙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붕어빵은 단순한 겨울철 먹거리가 아닙니다. 주인장이 불에 달궈진 붕어빵틀에 하얗고 걸쭉한 반죽을 붓고, 팥소를 넣어 한 마리의 붕어가 탄생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것은 기대감을 더합니다. '따각 미국취업정보 따각' 소리가 나는 붕어빵틀을 열고, '노릇노릇, 바삭바삭' 잘 익었는지 열고 닫고 회전하는 과정은 관중인 고객을 몰입시키기까지 합니다. 구수한 빵 굽는 냄새가 부추기는 것도 있지만, 발도 시렵고 포장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니 어서 '내 붕어'가 구워지기를 '간절히'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달달 떨다가 손에 들어온 붕어를 별내선암사 급하게 한입 베어 물다 입천장을 데기도 하지만, 속까지 퍼지는 그 따뜻함은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소소한 행복이죠.
전국에 있는 1000여 개의 붕어빵 노점은 어느새 겨울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노점은 낯선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좁은 틈바구니에서 몸을 녹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겨울왕국'이자 도시를 따뜻하게 하는 촛불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각자가 한데 어우러져 도시는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되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어쩐지 녹록지가 않습니다. 붕어빵 재료인 밀가루값은 2년 새 40%나 넘게 올랐고, 설탕과 팥 등도 참 많이도 올랐습니다. 여기에 임대료와 각종 규제가 더해져 결국 많은 노점들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인구 약 1000 명당 한 개씩 있는 편의점에 비해 붕어빵 노점은 약 5만 명당 하나꼴로 존재하니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붕어빵 노점이 경제적 약자의 생계 수단으로 시작했지만, 도시의 경관을 해치고 주변 상권을 저해하는 골칫덩어리만은 아닙니다. 붕어빵이 도시를 본격적으로 점령한 지난 30년을 돌이켜볼 때, 그것은 얼어붙은 도시에 생동감을 주고 온기를 더하기도 했으니까요. 팥소에서 시작해 슈크림, 초콜릿, 치즈, 김치 등으로 진화한 붕어빵은 이제 도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붕어빵을 이야기하면 '붕어 싸만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겨울철에 먹는 붕어빵을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니까요. 당시로선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고, 지금도 아이스크림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역설적인 매력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한에 난방도 되지 않는 얼음호텔을 찾아 겨울여행을 떠나고, 꽁꽁 얼어붙은 강을 망치로 깨서 물고기를 잡기도 합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빤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붕어빵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붕어빵 역사가 모름지기 100여 년이나 되었는데 붕어빵 장인조차 뽑은 적이 없고, 그 흔하디 흔한 축제 중 붕어빵 축제는 없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늘 가까이 있는 붕어빵을 단순히 노점이 아닌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천시나 서울시가 해 온 노점허가제도 방안 중의 하나이겠습니다만 더 진지한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붕어빵이라도 누가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도시도 그러합니다. 정돈된 건물과 상점으로 빼곡한 도시라도 사람의 온기와 소통이 없다면 그저 차가운 구조물 집합체에 불과합니다. 차가운 이성으로 평생 예술에 인생을 바쳐온 네덜란드 출신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마지막 유작 '승리 부기우기'는 뉴욕의 도시 리듬을 담은 작품입니다. 기존의 엄격한 구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채와 자유로운 구성으로 도시의 미묘한 생기를 표현했지요. 차가운 질서 속에 따뜻한 색의 변주를 더한 것입니다.
몬드리안이 생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구도와 색채를 마지막에 쓰면서 인간적인 온기를 더했다는 것은, 결국 도시의 모든 핵심이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뜻이 아닐까요?
오늘도 '사각사각' 붕어빵 틀을 돌리는 소리가 여전하겠지요. 퇴근길, 붕어빵 노점에 들러 붕어 한 마리 손에 쥐고 걸어가 봅니다. 그것은 차가운 도시를 데우는 작은 촛불이자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우리 도시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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