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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왕 안동 방문 등 성사
현재도 WTT 대사로 활약
“지속 가능한 관광 지향해야”
도영심 대사가 아이엠어머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도영심(78)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 대사는 여전히 활달하고 유쾌했다. 그는 특유의 소탈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그동안 만들어놓은 관광산업 소포트웨어를 잘 모으면 대한민국 경제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그를 만나려 했던 것은 비영리법인 ‘아이엠어마더(I am a mother)’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 별내 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엄마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자’라는 취지로 만든 단체라고 했다.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국회의원 등을 지냈던 이가 노년에 과거의 영광과 추억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활동을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엄마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다음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엔더서버4월6일 생각해요. 대한민국 엄마의 저력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만들었지요. 저는 사실 창립 의지만 밝혔고, 조직 운영은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애써 주고 계셔요.”
서울 내자동 사학회관 내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사무실에서 최근 만났을 때, 그는 ‘아이엠아마더’ 정기회의를 막 마친 참이었다. 전국 각 지역의 ‘작은 도서관’ 대구창업자금 컴퓨터 교체 사업, 어린 암환자 항암가발 기부 방안, 경복궁 주변 해치 둘레길 프로그램 등이 논의 주제였다. “엄마의 마음을 사회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들”이라고, 김영배 ‘아이엠어마더’ 공동대표(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이사장)가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작은 도서관 사업은 도 대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 유엔 팀과 함께 추진했던 ‘ 네이버직장 땡큐 스몰 라이브러리’의 뜻을 잇는 것이다. 아프리카 각국에 180여개 도서관을 짓고 책을 기증했던 이 운동엔 빌 게이츠 등 세계 저명인사들도 동참했다.
도영심 대사와 아이엠어머더 활동을 함께 하는 김영배(왼쪽)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이사장.
10월 스위스
‘아이엠어마더’ 는 창립 이후 이리니 보꼬바 유네스코 전 사무총장,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 제프리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각각 초청한 간담회를 통해 국제적 시야를 넓혀왔다. 도 대사가 오랫동안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인맥을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지난 2월 세계 관광산업을 선도하는 여성 리더에게 수여되는‘Women Leading Tourism(WLT) 글로벌 프리미어 어워드’를 수상했다. 시상식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최대 관광 박람회 ‘FITUR 2025’의 주요 행사로 진행됐다.
알려진 것처럼, 도 대사는 국제 기구, 다국적 기업과 협력해 한국 관광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한국 방문의 해 위원장을 하며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이미지를 떨친 것도 그였다. 그는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안동 방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도영심(가운데) 대사가 지난 2월 세계 관광산업을 선도하는 여성 리더에게 수여되는‘Women Leading Tourism(WLT) 글로벌 프리미어 어워드’를 수상했을 때.
“왜 안동을 가야 하는지를 한자로 설명했어요. 안동의 한자 ‘安東’을 보면, 모자를 쓴 여성이 동쪽으로 오게 돼 있는 것이다. 수 천 년 전에 이름 지어서 여왕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다(웃음). 그 다음에 사랑방 문화를 이야기했지요. 사랑방은 남자들만 들어가니 안반에 모시는데,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그런 설명을 여왕이 들으시고 안동을 가겠다고 하셨다더군요.”
그는 UN세계관광기구 STEP재단 이사장 등의 역할을 하며 관광을 통한 외교활동을 꾸준히 수행해왔다. “그동안 한국의 위상은 놀랍게 변했습니다. K-컬처 덕분이지요. 얼마 전 서울의 세빛둥둥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형 신도시 뉴 무라바(New Murabba)가 투자포럼을 열었는데, 뉴 무라바 CEO인 마이클 다이크(Michael Dyke)가 저에게 말하더군요. 자기 아이들이 한국의 걸그룹 블랙핑크에 미쳐서 런던 콘서트에 비행기로 데려다 줘야 한다고. 그 콘서트에 가지 않으면 자기는 1년 내내 아버지로서 무심하다는 낙인이 찍히니까 꼭 가야 한다는 거에요.”
그는 인터뷰 도중 전화가 걸려오자, 양해를 구한 후 유창한 영어로 응대했다. 그가 영어와 프랑스 등에 능숙해서 해외 유력 인사들과 쉽게 소통해왔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중학교 때 선교사 분에게 영어를 배우며 흥미를 느꼈어요. 미션스쿨인 이화여고에서도 열심히 공부했지요. 1966년에 미국 위스콘신대학에 갔는데, 그때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빈국이었잖아요. 해외에 나가는 일이 드물었지요. 저는 거기서 불란서도 갔는데, 소르본느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가 저에게 ‘영어로 해줄까,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해 줄까’라고 하더군요. 문화적 충격이었지요. 네덜란드 등 유럽 소국이 세계 최선진국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 다중 언어를 하기 때문임을 깨닫게 됐지요.”
도영심 대사는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날의 ‘충격’을 이기기 위해 언어 공부에 더 열정을 쏟았다고 되돌아봤다. “갖은 고생을 하며 외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제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돈이 아니라 외국어 교육을 물려줘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의 딸 일레이나 리(Ellana Lee)가 CNN 그룹 수석부사장으로 글로벌 프로덕션을 총괄하게 됐다는 뉴스를 최근 들어서였을까, 도 대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국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미8군 장병의 부인들과 연결해서 영어를 배우게 하는 일을 30년 째 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영어가 미래를 열어가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여겨서다. 그의 이런 관점은 관광 산업에까지 이어진다.
“이제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을 지향해야 합니다. 관광을 통해 평화를 가져오고, 무엇보다 세계의 취약 지역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지요.”
그에게 부군인 권정달 전 의원(89·전 민정당 사무총장,전 새천년민주당 부총재)의 안부를 묻자,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이 퍼졌다.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골프 등 운동을 하지 않으시지만, 외출하셔서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오시곤 합니다.”
장재선·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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