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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해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액터스스튜디오마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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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은 순제작비 3억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일반 상업영화라면 주연배우 한명 개런티도 안 되는 예산이다. 박정민, 신현빈 등 모든 배우들은 처음에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대신 흥행에 따라 개런티가 정해지는 방식으로 여유자금굴리기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목소리 연기, 영화 ‘반도’ ‘방법: 재차의’,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등으로 연상호 감독과 오래 작업해온 배우 권해효도 같은 방식으로 합류했다. ‘얼굴’의 파격은, 제작비는 나날이 늘지만 관객은 줄어 침체에 놓인 영화산업에서 다른 작품, 다른 방식을 열망하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카드설계사 “영화제에는 해마다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관객이 몰리는데 극장은 텅 비어 있으니 아이러니하죠. 오랫동안 영화산업이 관객들 요구가 아닌 공급자 마인드로 접근하며 쌓아온 문제들이 결국 지금의 위기로 터져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매년 참석해온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올해도 어김없이 다녀온 권해효를 지난 7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그와 영화제의 사금융대출연체 인연은 각별하다.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진행을 24년간 도맡았고, 2018년부터는 그 영화제 프로그램으로 배우 발굴 프로젝트 ‘60초 독백 페스티벌’을 직접 기획·운영하며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정착시켰다.



배우 권해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골목길에서 한겨레와 8호선 별내역 만났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영화제가 잘된다는 건 영화를 문화적으로 향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투자·배급사나 극장은 그냥 즐기면 된다는 오락거리로만 관성적으로 접근해온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영화는 대중문화이고 산업이죠.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문화적으로 고양시키고 싶을 때 찾는 매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그는 “멀티플렉스가 멀티가 아니게 돼버린” 극장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단관 시절과 비교하지 않아도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주기가 갈수록 너무 짧아지고 있어요. 독립영화들은 개봉만 할 뿐, 편한 시간대에는 찾아볼 수 없죠. 지금처럼 상업영화도 관객이 별로 없어 힘들 때 발상을 전환해 대형 멀티플렉스가 2개관 정도를 예술·독립영화관으로 바꿔 운영하면 장기적으로 관객이 늘어날 거라 봅니다.” 그는 단지 영화 상영의 다양성뿐 아니라 영화관 자체가 좀 더 문화적인 공간으로 바뀌어 관객을 끌어들이기를 기대했다. 최근 영화보다 훨씬 비싼 공연이나 미술 전시 시장이 활황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2시간의 ‘킬링 타임’에 만족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변화는 그의 견해와 분명 맞닿는 지점이 있다.



배우 권해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골목길에서 한겨레와 만났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 개런티가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져 산업의 투기적 성격을 강화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그는 “오해가 하나 있다”며 답변을 꺼냈다. “한국에서 어떤 배우가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신성일·김지미 시대였던 1960~1970년대에 끝났어요. 지금은 ‘범죄도시’ 마동석 배우 정도가 유일할 겁니다. 톱스타 배우도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이 있고, 좋은 연기를 감독이 잘 썼을 때 흥행이 되는 것인데, 여전히 제작자들이 투자받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캐스팅, 즉 배우 이름값이죠. 관객들이 원하는 건 특정 배우가 아니라 다양하고 새로운 서사라는 걸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에서는 흥행 성패를 좌우하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캐스팅 디렉터가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건 산업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한 예다.
권해효는 1990년대 초반 영화로 데뷔해 영화·드라마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해왔다. 그 역시 최근 들어 시장의 침체를 피부로 느낄 정도로 출연 제안이 줄었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며 좋아진 것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 “15년 전 명필름이 각 스태프별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면서 그 전에는 도제식으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일하던 관행이 점차 사라졌죠.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현장 운영도 효율화됐어요. 피곤에 찌들지 않고 밝고 건강해진 스태프들과 작업한다는 것만으로도 현장이 전보다 훨씬 즐겁죠.”



배우 권해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액터스스튜디오마인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다만 그는 제작자들이 제작비 상승 요인으로 지적하는 주 52시간제 적용의 문제점에도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날씨 같은 외적 조건이나 장비 대여 등의 문제로 빨리 끝내야 하는 일부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간외수당을 주면서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스태프도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라며 합의를 통한 일부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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