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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군대까지 다녀온 그가 호주로 떠난 것은 2002년이다. 여행으로 다녀왔던 호주의 자유로움이 좋았던 그는 호주 '맥쿼리 대학교'로 진학했다. 한국에선 불문과를 졸업한 그가 새롭게 선택한 것은 회계였다.
"어렸을 때부터 새로운 도전을 좋아했어요. 직업을 좀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회계를 선택했고, 졸업하고 가장 좋은 취업처가 어딜까 고민하다 맥쿼리은행이 제일 좋다길래 지원했고 운 좋게 붙어서 금융업에 첫 발을 딛게 됐죠."
세계적인 투자은행에 입사한 뒤알앤엘바이오 주식
처음 맡은 업무는 글로벌 주식과 채권의 '미들 오피스'였다. 고객을 가장 먼저 만나는 프론트 오피스의 거래와 결제, 대차 업무 등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호주에서 맥쿼리은행을 '밀리어네어 팩토리'(백만장자 공장)라고 불러요. 그만큼 호주에서도 인정받는 회사고, 전 세계 공항을 20여개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에요. 지금도 한국의 바다이야기
지하철과 도로도 몇 개 가지고 있을걸요?"
맥쿼리에서 프론트 오피스로의 진급을 꿈꾸던 그에게 처음 찾아온 변곡점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인프라 투자 1위 기업인 맥쿼리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 상무 입장에선 입사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터진 대형 위기였다.
"제가 맥쿼리주식시황
은행에 들어가고 만약 5년쯤 후에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다고 하면 계속 거기에 있었을 것 같아요. 회사가 비용을 절감해야 하니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저를 싱가포르로 보내더라고요."
싱가포르로 떠난 그에게 회사는 마닐라에서 새로운 팀을 만들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던 그에게 새롭게 손을 내민 것은 HSBC였다. 영오션파라다이스 온라인
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금융그룹 HSBC로 이직한 그는 당시 한국지점으로 발령 받아 오랜 해외 생활을 접고 정착하려 했지만, HSBC는 다시 그를 홍콩으로 불렀다.
"갑자기 프로젝트를 하나 했어요 아시아 지점 담당자들을 모아서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재배치를 지시하더라고요. 한국과 일본 지점은 살아남았는데, 다른 지점들은 홍콩에 업무를 2011주식전망
집중시키고 아웃소싱을 주는 거였어요. 그 프로젝트가 끝나니까 홍콩으로 와서 글로벌 오퍼레이션의 비즈니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한국생활을 접고 일단 홍콩으로 갔죠."
이 상무는 홍콩에서 리스크 관리를 맡으며 아시아 전역 지점들로 출장을 다니며 시야를 넓혔다. 동남아시아와 스리랑카 지점까지 출장을 다니던 그는 이번엔 JP모건 홍콩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JP모건의 아시아태평양 본부는 미국을 제외하면 내부에서도 비중이 꽤 큰 지역이에요. 거기서 기관들의 자산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에이전트로 근무했죠. 당시 고객이 한국은행과 일본의 국민연금 같은 큼직한 기관이었죠."
이 상무의 또 다른 변곡점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코로나와 함께 홍콩 내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며 JP모건이 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엔 중국의 금융그룹 CSOP가 그를 불렀다.
"개인적으로 이번 팬데믹이 글로벌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두 번다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호주에는 여전히 아시아인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직급이 있었고, JP모건도 코로나 때 어수선해져서 불확실성 너무 컸어요."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을 거쳐 CSOP자산운용에 입사하며 대부분의 금융투자업무를 섭렵하게 된 그에게 각 회사와 업종의 특징을 물었다.
"투자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라는 업종별 특징도 있고, 호주와 영국, 미국, 중국이라는 나라별 특징도 다 다른 것 같아요. HSBC는 역사가 오래 되기도 해서 그런지 '규정'이 엄청 엄격해요. 런던에서 테러사태가 한번 일어났는데 그때 유리창이 깨지면서 책상 위에 있던 대외비 문서가 다 밖으로 날아갔대요. 그 이후로 '책상 위에 아무런 서류도 올려놓지 말아라'라는 규정이 생겼어요.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담당자가 직원 책상에 아무 것도 없는지, 있다면 그 문서가 기밀문서인지 아닌지까지 따져서 점수를 매겨요. 반대로 맥쿼리는 호주스러운 '자유로움'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렇고 금융기관에서 서류랑 실제가 5달러만 달라도 난리가 나는데, 맥쿼리는 '그딴 거에 신경쓸 시간에 네 일을 하나라도 더 해라'라는 분위기에요. CSOP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이 정말 많아요. 중국 모기업에서 바라보는 CSOP도 '해외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 상무는 지금은 호주 국적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CSOP운용이 출시한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도한 것도 그다.
"한국 ETF 시장이 홍콩의 두 배 가까이 돼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서 그런지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도 '관치'가 남아있어서 상품에 대한 자율성은 크지 않죠. 이런 부분을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것으로 보충할 수 있죠. ETF 특성상 해외 시장에 상장했다 하더라도 구성종목에도 돈이 흘러갈 수 있으니 마냥 '국부유출'이 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윈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홍콩 시장의 차이점도 물었다. "홍콩이 글로벌 금융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강점은 '투명한 규제환경'이에요. 이미 선진화된 시장에서 공매도와 같은 시장을 모두 마련해 놓은 다음 시장 참여자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필요한 부분을 바꿔 나가요. 그런데 한국처럼 갑자기 규제를 바꾸면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힘들다고 봐야죠."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번 선거 전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었어요. 한국 종목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잘 알지 못했죠. 그나마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SK하이닉스 정도만 들어봤을 거에요. 시가총액 순으로 인지도를 따진다면, 네이버까지도 못 갈거에요."
"그런데 요즘 투자은행들에서 내는 보고서들을 보면 한국 소식이 포함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제가 받는 뉴스 10개 중 1~2개가 한국 내용이 담겨있어요. 종목 분석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결국 주가가 오르며 긍정적인 시선이 늘어났다는 의미죠. 예전 일본 밸류업 시절에 관심이 뜨거웠던 것처럼 한국 정부의 주식시장 관련 정책들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책 실현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지배 구조 개선과 함께 새로운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나와서 유니콘으로 커지는게 보여야 시장의 수급도 좋아질 겁니다. 이것 역시 현 정부가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제한적인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외국인 투자 등록제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100% 사라지진 않았어요. 한국 투자자가 외국에 투자할 때는 증권사 계좌만 열면 되는데, 외국인 투자자는 그렇지 않아요. 이것 외에도 원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폐쇄적인 자금 이동'을 개선해 통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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