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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 정진오




인종 임금 시절인 1545년 4월 28일(음력 3.8) 탄생한 충무공 이순신은 47세 때부터 53세 때까지 일본군을 막아냈다. 그는 탄생 400주년인 1945년의 일제 패망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 군국주의가 그를 이용하려다가 패착을바다이야기예시종료
저지른 결과였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4월 22일, 일본은 영국·미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참가한 런던회의에서 해군군축조약을 체결했다. 런던 해군군축조약이나 런던조약으로 불리는 이 협정은 일본 해군의 보조함 숫자를 미국 해군에 비해 69.75%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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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년 2월 6일 체결된 워싱턴 해군군축조약(워싱턴조약)에서는 일본의 주력함을 미·영에 비해 60%로 한정했다. 런던조약에서 다뤄진 것은 잠수함·순양함·구축함 같은 보조함이다. 군비 경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 시달리던 세계 제국주의국가들의 사정이 워싱턴조약에 이어 런던조약을 낳았다.
그런데 런던조약이 체결된 1930년은 일본 군부의 발황금성게임장
언권이 강해질 때였다. 1927년부터 일본 내각은 군국주의 성격을 띠었다. 이런 흐름이 런던조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일군사문화연구> 2010년 제9집에 게재된 이정용 명지대 연구교수의 논문 '런던군축회의와 일본 해군'은 조약 체결을 둘러싸고 조약파(찬성파)와 함대파의 대립이 있었다면서 "70% 확보를 관철하되 불가하다면 군축회의 결렬도코스피지수200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그룹"이 함대파였다고 한 뒤 "러일전쟁의 영웅으로 해군의 최장로격인 도고는 대미 80%를 주장"했다고 기술한다.
함대파는 조약 체결 뒤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들은 '환불'을 추구했다. 이들이 조약 탈퇴를 위한 선전전을 펼치면서 이순신을 활용했다. <일본언어문화> 2024년 제68집에 실린 김준배 해군사관학교 교발행시장
수의 '1930년대 일본 해군의 이순신 서술'은 이렇게 기술한다.
"1930년대 초반 일본 해군의 이순신 서술에는 흥미로운 점이 확인되는데, 그것은 이순신의 사례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은 1930년의 런던군축회의였다. 런던회의의 결과로 군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일본 해군은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언론매체를 적극 활용한 선전 활동에 들어갔고, 그 결과로 군축체제로부터 이탈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처럼 일본 해군이 런던회의의 결과를 불수용하며 적극적인 언론 선전활동을 펼칠 때 그들의 저술에서 이순신의 사례가 빈번하게 언급된다."
패한 것은 해군력 열세 때문이었다며 해군 군축 위험시
일본 군국주의세력은 이순신을 적장으로 지칭하면서도 군축조약 탈퇴의 명분을 그에게서 찾아냈다. 이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태합(太閤)'이 일으켰다 하여 '호타이코(豊太閤) 정한(征韓)전쟁'으로 불리는 임진왜란에서 일본이 패한 것은 해군력의 열세 때문이었다며 해군 군축을 위험시했다.
위 논문에 따르면, 해군 소장 나카지마 곤키치(中島權吉)는 1934년에 발표한 '해군 병술(兵術) 상에서 본 호타이코 정한전쟁과 청일·러일전쟁'이라는 글에서 "적에게는 고금에 드문 명장 이순신"이 있었다면서 "우리 수군 장수들은 도저히 적수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평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도요토미공의 정한전쟁에서 우리 육군이 연승한 것에 반해 우리 수군은 연패하였고, 그 결과로 해상권이 상실되었다. 나아가 우리 육군의 병참은 파탄나고, 결국 전쟁은 실패하기에 이르렀다."
해군 소장 아리마 유타카(有間寬)도 같은 해에 발표한 '분로쿠·게이초(文祿慶長)의 해전에 관해'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분로쿠와 게이초라는 연호를 사용한 시기에 벌어진 임진왜란에서 일본이 패한 것은 제해권 장악 실패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위 논문에 따르면, 그는 이순신을 '불세출의 명장'으로 지칭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수군의 실패가 정한전쟁을 용두사미로 끝나게 한 사실을 돌아보아, 만일의 경우 적 함대를 격멸하여 제해권을 획득하기에 충분한 해상 무력의 정비가 제국의 국방상 또한 세계적 발전상 반드시 필요한 바임을 인식하여 이를 충실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강경파들은 강연회장에서도 선전전을 펼쳤다. 함대파인 스에쓰구 해군 군령부 차장은 1934년 10월 15일 오사카 중앙공회당에서 열린 '비상시국과 국방문제' 강연회에서 16세기 말의 대륙정복이 실패한 원인과 관련하여 이런 연설을 했다.
"당시 육군이 대승을 거두어 만주 인근까지 밀고 들어갔음에도 어째서 실패했는가. 그 최대의 원인은 해군이 빈약하여 조선 남안에서 한걸음도 진출하지 못하고 싸울 때마다 심한 꼴을 당하여 함대가 항상 조선 남안을 방황하였기 때문입니다. 조선에서는 당시의 명제독 이순신의 사적을 대단히 자랑스러워 하는데, 이는 두말할 필요 없이 육상에서 그 정도로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해군이 참담한 상황을 맞이하여, 호타이코도 나폴레옹도 같은 실패에 빠졌던 것입니다. 해군이란 것을 실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대망이 중도에 좌절된 것입니다."

1936년 런던조약 탈퇴한 일본










▲  현충사 충무공 이순신기념관 전시실에 놓여 있는 거북선 모형.


ⓒ 정진오




흥미로운 것은 군국주의세력이 런던조약 탈퇴의 구실로만 이순신을 활용하지 않고, 런던조약으로 인한 국내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그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군축으로 해군력이 약해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고 희망을 제시할 때 이순신이 인용됐다.

위 논문에 따르면, 일본 해군과 자주 접촉한 기자인 모리타 아키라(盛田曉)는 1931년에 저술한 <런던조약 이후의 태평양>에서 군축 실시로 인해 일본 해군이 미국 해군에 비해 열세에 놓인 상황을 우려하면서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거론했다.
"일본도 또한 허수는 아니다. 육할이든 칠할이든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전멸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다. 단순히 실질적 숫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조선의 이순신은 12척의 패잔 함대로 명양도(明洋島)에서 우리 군선 130척을 전복시킨 전사가 있다. 과학화된 오늘날 그대로 되지는 않을지라도, 미 해군에 대한 다소의 대답은 되지 않는가."
당시의 일본인들이 이순신을 무조건 칭송하기만 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1928년에는 대구고등보통학교(중등) 학생 14명이 이순신을 적으로 지칭하는 일본인 교사에게 항의했다가 강제전학 조치를 당했다. 1931년에 <조선일보>를 통해 <조선상고사>를 연재한 단재 신채호는 이순신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기심을 이렇게 언급했다.
"언젠가 영국 해군성 보고서에서 '세계 철갑선의 시조는 1592년경의 조선 해군대장 이순신'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은 일본의 배가 철갑선이었지 이순신의 것은 철갑선이 아니었다면서 보고서를 반박했다."
이순신을 앞세워 런던조약의 부당성을 홍보한 해군 강경세력의 노력은 결국 성공을 거뒀다. 해군의 적극적 선전 활동으로 일본 여론은 조약 폐기를 지지하게 됐다. 1936년 1월 15일, 일본 정부는 런던조약을 탈퇴했다.
일본 극우세력이 런던조약 탈퇴를 모색한 시기는 1931년 만주사변을 계기로 일본과 서방세계의 관계가 악화되던 때였다. 1840년 아편전쟁 이전부터 서양 제국주의국가들의 공통된 숙원은 중국대륙 정복이었다. 그런 서양 국가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한 것을 일본은 1931년에 과감히 저질렀다. 이는 1870년대부터 유지된 일본과 서방세계의 협조체제를 금가게 만들었다.
만주사변과 더불어 런던조약 탈퇴는 일본과 서방세계를 벌려놓은 주요 사건이다. 서양과의 협조체제하에서는 더 이상 대외팽창이 어렵다고 판단한 일본은 1930년대부터 이 관계를 깨트렸다. 이때 일본 군국주의세력이 활용한 역사적 소재가 이순신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이순신을 자주 거론했다.
일본이 서양과 등진 것은 결국 패착이었다. 1945년 패망이 증거다. 이순신을 앞세워 서방세계와 등진 전략은 일본의 몰락으로 귀결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일본 군국주의세력을 이순신이 부추긴 셈이다. 이순신이 현대 일본의 패망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