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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직후 이북에서 내려와 양키시장에 터를 잡고 ‘평양양복점(평양수선집)’을 운영해 온 정정숙(94)씨. 정씨는 양키시장의 마지막을 지킨 1세대 최고참 상인이다. 양키시장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수선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는 정씨가 100년이 넘은 중고 ‘미싱기’ 앞에서 웃음짓고 있다. 2025.9.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철거를 앞두고 있는 ‘양키시장’은 인천 시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곳이자 한국전쟁 직후 인이니시스 주식
천의 사회상이 반영돼 있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하나 둘 모여 시작된 시장은 1970~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인천 부평 미군부대에서 밀반출된 ‘미제상품’과 인천항 하역 노동자들이 들여온 각종 외국 제품들이 이 곳에서 유통됐다. 이후 맞춤 양복과 교복, 수선 제품 등이 시장의 중심 상품이 됐다. 한 때 인천야마토2 pc버전
의 ‘핫 플레이스’였던 양키시장은 도심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철거될 예정이다. 이 곳에서 수십년간 ‘미싱기’를 돌리며 삶을 일궈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양키시장을 들여다봤다.

■ 동인천 양키시장의 1세대 최고참…100년된 ‘미싱기’

부침 겪은 1세대 최고참 정정숙씨
주식모의투자
양복점 시작 1970년대 ‘문전성시’
멀지 않은 곳으로 옮겨 단골 받아


동인천 양키시장에는 6·25 전쟁 직후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1세대 최고참이 남아 있다. 이북에서 내려온 남편의 고향 이름을 딴 ‘평양수선집’을 운영하는 정정숙(94)씨가 그 주인공이다. 정 씨는 1·나스닥실시간
4 후퇴 때 고향인 개성을 떠나 인천으로 왔다. 당시 정씨의 나이는 20살이었다. 북에서 함께 내려온 7살 남동생은 어느덧 80대 할아버지가 됐다.




동인천 양키시장의 1세대 최고참 정정숙(94)씨의 ‘평양수선집’ 한편에는 가족들과의 추억, 세월이 담긴 사모바일 바다이야기
진액자가 걸려있다. 2025.3.13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당장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그는 여러 가게를 다니며 삯바느질과 미싱(재봉틀)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몇 년 간 모은 돈으로 양키시장에서 남편과 함께 양복점을 시작했다. 정씨는 “내가 이 미싱기를 중고로 사서 70년 넘게 썼다. 미싱기가 100년 정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정씨의 양복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맞춤 교복·정장 시대였다. 인천지역 대다수의 학교 교복이 양키시장에서 판매됐을 정도로 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그는 “학교 반장이 ‘평양양복점’으로 가라고 하면 여기로 와서 다들 까만 교복을 맞췄다”며 “공장 작업복도 만들어서 납품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동인천 양키시장의 1세대 최고참 정정숙(94) 할머니의 평양수선집에 양복점을 운영했던 흔적이 남아있다.2025.3.13/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1970년대 후반부터 교복자율화와 기성복 대중화로 맞춤 교복·양복의 수요가 줄면서 평양양복점은 평양수선집으로 바뀌었다. 남편과 사별한 후에도 수선집 운영을 계속해 온 정씨는 철거를 앞둔 양키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단골 손님을 받고 있다. 그는 “고향으로 다시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다. 양키시장에서 5남매를 낳아 길렀다. 꼬부랑 할머니가 돼 아직도 벌어먹고 산다”며 미소를 지었다.
■ 양키시장엔 고마운 마음만…양복 원단점

양복원단점 ‘제일모직’ 이길자씨
맞춤옷 유행 직원 많게는 3명도
“한평생 보내 떠날 생각에 눈물”


“양키시장에는 고마운 기억밖에 없어요. 떠나기 아쉽네요.”

이길자(81)씨 부부의 원단 가게 ‘제일모직’은 1984년 양키시장에 터를 잡았다. 양복·신사복이 일상복으로 통용되던 시절, 이씨의 원단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지금은 이씨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직원 2~3명을 둬야할 정도로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손님들이 가게에서 원단을 골라 맞춤 양복점으로 가져가는 형태로 가게가 운영됐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은 웬만하면 다 기성복을 입지만, 당시엔 모두 맞춤 옷을 입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무조건 맞춤옷을 입었다”며 “결혼을 할 때도 양복을 맞춰 입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원단만 취급하다가 나중엔 양복을 만들어 팔았다”며 “그땐 워낙 장사가 잘 돼 혼자서는 못 했고, 직원을 많게는 3명까지도 뒀다”고 회상했다.
이씨의 가게 역시 양키시장 철거를 앞두고 문을 닫았다. 그는 “한 평생을 시장에서 지냈는데 떠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난다”며 “내 삶의 전부였던 양키시장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1984년 양키시장에 터를 잡은 원단집 ‘제일모직’의 40여년 된 양복걸이. 2025.3.13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시어머니 ‘황해사’ 이어 42년…

시어머니 ‘황해사’ 이은 이숙자씨
외환위기 주머니 가볍자 ‘전성기’
보따리 장사로 일군 가게 대물림


양키시장의 터줏대감 중 한 명인 이숙자(70)씨는 양키시장 1세대였던 시어머니의 옷 가게를 물려받아 40여년간 장사를 해왔다. 이른바 ‘짝퉁(이미테이션)’ 제품이 성행하던 1997년에는 양키시장에 기성복 가게 ‘라인’의 문을 열었다.

피란민인 이씨의 시어머니는 인천에 정착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군복을 팔기 시작하다가 양키시장 내에 터를 잡았다. 고향인 황해도 연백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가게에 ‘황해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씨는 1983년 시어머니의 ‘황해사’를 물려받았다. 당시 이씨의 가게도 직원을 2~3명씩 둘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이씨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를 오히려 양키시장의 전성기로 기억했다. 그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이들이 ‘짝퉁’ 옷을 사러 양키시장으로 몰려들었다”며 “2000년대 초반까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친정 부모님, 시어머니와 아버님도 모두 이북민들이다. 양키시장엔 역사가 있다”며 “시어머니가 보따리 장사로 시작해 일군 가게가 아들과 며느리에게까지 왔다. 그 어려운 시기를 거쳐 이젠 양키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키시장이 사라지는 건 섭섭하지만, 이제는 개발이 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동인천 일대가 활기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 양키시장(송현동) 순대골목

순대국밥집 운영하는 김기순씨
밤 10~11시 ‘북적’ 지나간 추억
“없어진다고 하니 시원섭섭해”


양키시장에는 순대골목도 자리잡고 있다. 1960년대 동구 수문통 시장이 개장한 이후 인근 화수동의 항만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순대국밥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수문통 시장이 사라지면서 그곳에 있던 식당들이 양키시장 쪽으로 옮겨왔고, 지금의 순대골목이 형성됐다. 양키시장 순대골목의 식당들은 1970~1980년대 산업화 시기, 공단 노동자들과 경인전철을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든든하고 저렴한 한 끼를 제공했다.

1986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 김기순(73)씨는 밤 10~11시까지도 사람이 북적일 정도로 손님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나간 추억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양키시장이 없어진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 가진 게 없어서 먹고 살겠다고 덤볐는데 이렇게 세월이 갔다”며 “여기도 세월에 묻혀 다 흘러가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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