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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한국 올리브영에서 직접 보내드려요. 정품 영수증 동봉!”
15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淘宝)에서 한 판매업자는 이런 안내문과 함께 한국 올리브영 매대의 상품을 손에 쥔 모습까지 사진으로 찍어 함께 올려놨다. 타오바오 검색창에 한국, ‘Olive young’(올리브영) ‘大創‘(다이소) ‘MUSINSA’(무신사)라고 입력하면 상품 수백 개가 뜬다.
과거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일대 면세점에서 명품과 화장품을 쓸어 담던 중국 ‘다이궁(보따리상)’들이 최근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매장을 무대로 부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이 매장들에서 직접 구매한 정품임을 강조하며, 중국 온라인 플랫폼인터넷으로주식
에서 ‘서울 현지 직송’ 간판을 내걸고 고가에 판매한다. 면세점 VIP룸에서 물건들을 박스째 구매하던 ‘다이궁 1.0’이 사라진 자리에, 이른바 올다무 매장에서 소량의 제품을 구매해 중국으로 직송하는 ‘다이궁 2.0’이 등장한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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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궁 “한국 올다무를 팝니다”
2세대 다이궁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올리브영의 인기 색조 화장품부터 중소 뷰티 브랜드의 마스크팩, 무신사에서 판매하는 의류와 다이소의 건강 기능 식품과 소품까지 다양하다.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한 중국 판매자는 다이소 매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밀크시슬, 은단 등일성신약 주식
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유통 트렌드를 중국 시장에 가장 빠르게 전파하는 일종의 첨병인 셈이다.
다이궁 2.0의 등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해외 쇼핑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은 현지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샤넬·에스티로더 등 고가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치주투자
를 중심으로 한 개별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중국의 MZ세대에겐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핫플레이스인 셈이다. 올리브영은 ‘K뷰티의 메카’, 무신사는 K패션의 최신 흐름을 반영하는 플랫폼, 다이소는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각각 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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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직구한 정품’ 인증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모조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다. 디이궁들은 그래서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매장에서 직접 구매한 ‘정품’임을 인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매장 방문 인증샷, 정품 영수증을 내거는 것은 기본이다. 한글이 보이는 매대를 배경으로 파는 물품의 사진을 찍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한국 현지 직송’을 내세운다. 정품 영수증을 물품과 함께 택배 안에 넣어서 보내는 판매자도 있다.
자신이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이라는 걸 강조하는 다이궁도 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인등록증을 채널에 함께 올리는 것이다. 타오바오의 한 판매자는 판매 채널에 “한국인 남편과 4년째 살고 있다”며 본인의 외국인등록증을 아예 스캔해서 사진으로 올려두기도 했다.
이런 ‘정품’ 인증을 거친 경우 40% 안팎 더 비싸게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1만7000원짜리 마스크팩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택배비를 제외하고 2만3800원에 파는 식이다.
한국 올다무를 주로 취급하는 다이궁이 대거 등장하면서, 세 회사는 고민에 빠졌다. 공식 채널이 아닌 다이궁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자칫 모조품이 유통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제품 수십 개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다이궁들 때문에 정작 일반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도한 사재기로 다른 소비자들이 물건을 못 사는 수준이 아니라면, 알고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