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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저가항공사인 루이리 항공이 중국 장쑤성 우시와 캄보디아 남부 해안도시 시하누크빌을 잇는 노선을 4년만에 재개했다.


ⓒ 캄보디아관영통신(AKP)




중국 저가항공사인 루이리항공이 장쑤성 우시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잇는 직항 노선을 지난 18일 다시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 전세담보대출 이자 후 약 4년 만이다. <크메르 타임스> 등 현지 주요언론들은 첫 비행에는 126명의 승객이 탑승했으며, 이번 노선 재개가 양국 간 관광과 경제 협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는 캄보디아공항공사 측의 발표를 전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고 해서 캄보디아 도시들이 곧바로 활기를 되찾는 것은 주4일제 아니라고 말한다. 수도 프놈펜과 남부해안도시 시아누크빌 그리고 국경도시 포이펫 등 주요 도시들은 여전히 범죄와 사회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계 자본과 각종 범죄조직들이 도시 곳곳을 장악해 현지 주민들의 삶이 점점 더 위협받는 현실이다.
시아누크빌, '제2의 마카오'는 어디로 갔나
한때 카지노 중심지로 차할부금연말정산 급성장하던 남부 해안도시 시아누크빌은 지금 미완공 건물과 방치된 카지노가 뒤섞인 도시가 되고 말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호텔과 콘도, 복합상업시설 건설이 활발했지만, 중국 정부의 해외 도박 단속 강화와 팬데믹, 글로벌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건설이 중단됐다.
더 큰 문제는 이 미완공 건물들이 불법 온라인 smbacon 도박과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범죄 조직의 거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아누크빌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교민 A씨는 "하루 평균 100개 이상 도시락 배달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비밀스러운 고층 건물로 들어간다. 외부 경비도 삼엄해 내부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계이거나 한국인으로 하나은행 채용 안다"고 귀띔해 주었다.
오창수 시아누크빌 한인회장도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 관광도시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중국계 범죄 조직의 온상으로 변했다"며 "팔다리에 문신을 새긴 한국인들도 최소 수백 명에서 천여명 이상이 사이버 범죄에 연루돼 이 도시에서 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포이펫, 국경지대의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
태국 국경 인근 북부 바탐방주의 포이펫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카지노 밀집 지역인 이곳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범죄자들이 빈 건물과 카지노 내 비밀 아지트를 빌려 집단으로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현지 교민 B씨는 "한국인 약 300명 이상이 이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주식 리딩방 운영 등 범죄에 동원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그는 "이곳에선 감금, 인신매매, 노동 착취도 빈번하지만 부패한 현지 경찰의 비호로 신고가 접수되어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거나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최근 이 곳을 탈출하려던 한국인 여성이 도주 중 현지경찰에 의해 잡혀 범죄소굴로 도로 끌려간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 여성은 또 다른 교민 여성의 도움을 받고 이후 재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수 개월 전에는 프놈펜국제공항 인근에서 대낮 중국인 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체포된 적이 있다. 당시 현지 경찰은 이들이 온라인 사기 조직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캄보디아 내 중국계 조직 간 세력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한국인 피해자 C씨는 "당시 일하던 건물 전체가 범죄 집단 거점이었다. 중국인들이 관리하는 이 건물 각 층은 보이스 피싱방, 주식 리딩방, 로맨스 스캠까지 사기 유형별로 구분돼 있었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SNS 계정을 분석하고 자동 대화 시나리오를 만드는 소프트웨어까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첨단 AI 디지털 기술이 여기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왔다는 그는 주캄보디아대사관에서 발급 받은 임시여권을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다시는 캄보디아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어 간판과 국기, 현지인의 삶을 잠식하다










▲  불과 10여 년 사이 중국어 간판으로 도배가 된 프놈펜 한 도심 거리 풍경


ⓒ 박정연




수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중심가에는 중국어 간판이 넘쳐난다. 호텔, 식당, 병원, 부동산 중개소뿐 아니라 거리의 작은 상점들까지 대부분 중국어 간판을 달고 있으며, 일부 건물에는 중국 국기까지 걸려 있다.

프놈펜국제공항에서 중국인 손님들을 거의 매일 밤 베트남 국경지대 중소도시로 실어나르는 한 캄보디아인 택시기사는 "여행 가방을 들고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중국인들이 가자고 하는 목적지 대부분이 사이버 범죄소굴이란 사실을 기사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중국인들이 갑자기 밀려오면서 현지에서 오래 산 주민들이 수배 이상 올라간 임대료를 감당못해 장사를 아예 접거나 집값이 싼 도시 외곽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며 "이 작은 도시마저 더 이상 우리나라 도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수도 프놈펜 중국인 밀집지역 거리를 한 중국인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 박정연




시아누크빌 소재 L 대학교는 현재 한국어과에 재학중인 학생수가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학생 상당수가 취업 기회와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지 중국계 회사나 호텔 식당 등을 선호해 중국어과로 전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현지 교민은 귀띔해 주었다.

훈 마넷 총리는 지난 3월 중국과 사이버 범죄 대응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경찰과 관리들의 조직과 결탁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NGO 활동가 D씨는 "경찰이 범죄 거점을 알고도 단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2024년 최빈개도국(LDC) 지위를 졸업하며 새로운 투자 환경으로 전환 중이다. 정부는 이를 기회로 국내외 자본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법치에 기반한 투자 유치를 실현해야 할 큰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진짜 회복은 신뢰와 법치 회복에서 시작
현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단순히 중국발 항공 노선이 늘고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사회 경제 회복을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과의 교류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범죄와 부패,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숫자만으로 '회복'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수도 프놈펜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의 화려한 중국식 고층 빌딩과 불법 카지노 뒤에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깊은 어둠이 존재하고 있다. 현지 지식인들도 상당수 이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해결방안은 요원해 보인다.
한 교민 언론인은 "중국 하늘길이 다시 열렸지만, 그리 기뻐할 만한 일은 못된다. 캄보디아가 마주한 진짜 과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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