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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모자보건법에는 무엇을 담고 어떤 것을 구체화할지,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의 임신중지 약 허가는 형법·모자보건법과 같이 갈지 따로 갈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안에 정부 입장을 마련해보자는 것이 식약처·보건복지부·법무부 세 개 부처의 계획이다.” 9월2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남인순 의원실 등이 주최한 유산유도제(임신중지진양산업 주식
약) 도입 관련 국회 간담회에서 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국장이 말했다. ‘올해 안에’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최근 정부가 이와 관련한 변화의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8월13일, 이재명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임신중지 법·제도 추진’을 국정 과제로 명시했2011년펀드추천
다. 보름가량 지난 8월27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의) 안전한 사용 방안을 식약처와 협의해 검토하겠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안전문제가 있는 상황이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부의 제도개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파격적이고, 한편으로비엠티 주식
는 갑작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성·재생산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등을 공약에 담았지만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넣지 않았다. 선거운동 기간인 5월14일에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후속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주제란 뜻 아니겠나. 신중하게 국민의 뜻을 살펴주식독학
보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금지법과 임신중지 관련법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집권 100일도 되지 않아 기존 입장과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법을 정비하겠다는 것이 처벌을 부활시키는 법을 되살린다는 의미인지, 안전한 임신중지를 오션파라다이스3
뒷받침하는 지원체계를 법으로 담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시사IN〉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20대 대선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약과 연속성을 가지는 논의가 이어진다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4월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6년이 지났다.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지금까지 낙태죄 대체법안이 7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임신 허용 주수와 사유, 먹는 임신중지 약 도입 등이 매번 격렬한 쟁점이 됐다. 정부는 2020년 10월, 후속 입법 시한 두 달을 앞두고 단 한 번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모든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기한 만료로 폐지됐다. 임신 14주까지는 임신중지를 전면 허용하고 24주(임신 후기) 이후에는 세 단계로 임신중지 허용 시점을 나누어 사유를 충족할 때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사실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무분별하게 낙태를 허용한다’는 반발이 양립했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이 같은 주수 논쟁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문에 나오는 ‘산부인과 학계도 (···) 임신 22주 내외부터 (태아는)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는 임신 제1삼분기(약 임신 14주)에 잘 훈련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낙태가 시행되고’ 같은 내용들로 임신 허용 주수가 부각되면서 의도치 않게 논란을 유발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현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헌재 결정이 가치를 둔 자기결정권의 의미와 임신중지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입체적 관점, 낙태죄 형사처벌의 과도한 권리침해에 대한 판단 등에 집중해서 임신중지 비범죄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결국은 ‘무엇이 인권에 부합하는가’라는 기준으로, 당대의 인권 기준에 맞춰 입법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8월27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국회 보건복지부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법안 심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1년 1월1일을 기점으로 임부와 집도의가 임신중지를 시행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 의사낙태죄 조항)가 사라졌다. 하지만 임신중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후속 입법을 미루는 동안 사회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WHO 필수 의약품인데 한국에선 불법

식약처는 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먹는 임신중지 약(미프진) 심사를 미뤄오고 있다. 미프진은 프랑스·중국·미국·스위스 등 9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 의약품이다. 한국에서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못해 사용·유통 모두 불법이다. 2021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임신중지가 어려운 나라의 여성에게 임신중지 약품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위민온웹’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한국 정부가 그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위민온웹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며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를 질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임신중지 건수는 약 3만2000건에 이른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주된 이유는 ‘학업과 직장 등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41.9%)’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39.7%)’ ‘파트너와의 관계가 불안정해서(24.1%)’ 등이다. 이런 이유로 임신중지를 결심해도 실행하는 과정은 어렵다.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중지 약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SNS와 메신저,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임신중지 약 불법 거래가 음성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2년 606건, 2023년 491건, 2024년 741건 온라인 불법 판매를 적발했다. 해외에선 병원에서 처방하는 안전한 의약품이 국내에선 불법유통 단속이 되었다.


절박한 여성들의 사정을 이용해 효능이 없고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약 거래도 횡행한다. ‘미프진 사기 제보’라는 이름의 포털 카페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2022년에는 출산한 아기를 변기에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불법 낙태약을 180만원에 판매한 30대가 “한 건당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가담하게 됐다”라며 혐의를 인정한 사건도 있었다. 그의 집에는 시가 1억원 상당의 미프진이 보관돼 있었다. 공인된 의료 정보가 아닌 네이버 지식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정보를 토대로 임신중지 방법을 ‘독학’해야 하다 보니,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임신중지 접근성이 크게 제약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가가 책임 방기하는 동안

임신중지가 의료서비스로 인정되지 않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불법 거래를 해야 하니 임신중지 약값 역시 천차만별이다. 9월2일 열린 국회 간담회에 참석한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중지가 사치재가 되고 있다”라며 음성화된 임신중지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인 위험비용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벌어진 의료대란으로 필수의료 인프라가 축소되고 동시에 산부인과 의료인도 줄었다며, 수술이 아니어도 안전한 임신중지를 돕는 임신중지 약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특정 사유가 인정될 경우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고 한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을 근거로 수술 외의 방법인 임신중지 약을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임신중지 약물 이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 약물 도입을 지연시킬 충분한 근거는 아니다. 또한 법으로 임신중지 허용 주수를 규정하더라도(혹은 하지 않더라도) 의약품은 안전성 등을 기준으로 심의 절차를 거쳐 별도로 복약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식약처가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지연하며 ‘법 개정’을 핑계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초기 임신중지를 막는 제약들은 결국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고 수술 및 약물적 방법을 쓸 경우 더 긴 시간, 더 복잡한 방법을 적용해야 돼 훈련된 의료인조차 위험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윤정원 전문의)” 후기 임신중지로 연결되기도 한다.




​9월4일 서울 은평구 인권재단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초대로 방한한 성과 재생산권리 전문가 수잔 펠트하이스 박사가 임신중지 약의 안전성에 대한 강연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후기 임신중지는 불법 브로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과 관련 있다. 낙태죄 형법은 효력을 상실했지만 후속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강간·유전학적 문제·산모의 건강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임신 24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은 법령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 조항이 법조문에 남아 있다는 이유로, 임신 24주 이후인 후기 임신중지는 불법 경로를 거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WHO에서 정의하는 안전한 임신중지는 ‘위생적 환경’ ‘훈련받은 의료인’ ‘정해진 프로토콜 준수’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것을 뜻한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후기 임신중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앞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불안전한 시술인 셈이다.


지난해 6월, 임신 36주째인 한 20대 여성이 자신의 낙태 브이로그를 공개해서 보건복지부와 경찰 등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병원장 윤 아무개씨와 집도의 심 아무개씨를 살인·의료법 위반 혐의로, 임신부 권 아무개씨를 살인공범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낙태 수술을 원하는 임신부를 알선한 브로커의 존재도 드러났다. 병원장은 브로커를 통해 2년간 527건 이상 임신중지 수술을 했으며 약 14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후기 임신중지가 이루어지는 불법 시장의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금액이다.


오승이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2023년 〈서울대학교 법학〉 저널에 투고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정을 딛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우리 사회가 임신중단 문제에 관하여 대체로 취해온 태도는 불꽃 튀기는 대치라기보다는 이율배반적인 무관심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어차피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공유하고 있는 탓에 후속 입법 기한 만료를 지키지 못하고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법률 재정비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임신중지를 둘러싼 모든 책임과 위험은 개인의 몫이 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그간의 비관적 전망을 넘어설 수 있을까? 다시, 입법과 행정의 시간이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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