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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21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는 '법정토론'에서 대선후보들은 별다른 제지 없이 문제적 발언을 내놨고, 정책과 비전 논의는 뒷전이다. 토론 뒤엔 주로 여성혐오 발언 등 네거티브 공방이 언론에 부각된다. TV토론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사회자 역할을 강화하 remark 고 법정토론 외 토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 공멸 부추긴 토론” 이준석 여성혐오 발언만 화제
이번 대선에서 치러진 3번의 TV토론은 모두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법정토론이다. 토론 참여 기준부터 진행 방식까지 모두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신용경색 토론의 형식은 법정토론 기준으로 '시간총량제 토론'과 '주도권 토론'으로 구성된다. 시간총량제 토론은 후보자가 주어진 시간 총량 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며, 주도권 토론은 후보자들이 순서에 따라 상대 후보자를 지목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주어지는 시간은 각각 6분30초다. 당초 대선 TV토론의 질문과 답변 시간은 1~3분으로 제한돼 있었다. 전세보증금액 이에 2017년 19대 대선부터 시간 총량제 토론이 도입됐고, 2022년 20대 대선에서 주도권 토론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시간·방식에 대한 제한은 엄격해졌지만 토론 진행은 후보자들의 역량에 의존하게 되었다. 사회자는 정해진 질문을 하거나 토론 시간·순서를 알리는 제한된 역할만 수행하며 주요 토론은 후보자들 재량에 맡겨진다. 이는 이번 경남은행 TV토론에서 문제적 발언과 후보 간 비방이 이어진 원인이기도 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지난 27일 정치 주제 토론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자는 특별한 제지를 하지 못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에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대선인데, 그 기대를 모두 엉망으로 만든 TV토론”이라며 저축은행보증 “후보들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태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토론에 임했다. 이는 정치 불신을 불러와 대의민주주의의 공멸을 부추기는, 역대 최악의 토론”이라고 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에 “각 정당과 후보자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며 “공직선거법에 보면 TV토론을 '정책토론회'로 규정하는데 정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후보들이 정책을 준비해왔어야 하는데, 누가 더 다른 후보를 잘 공격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언론의 비판도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지난 29일 사설 <어른들 보기도 창피했던 TV토론… 아이들이 볼까 두려웠다>에서 “프라임 시간대에 아이들 보여주기 부끄러운 원색적 표현까지 등장한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이런 식이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무용론까지 제기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28일 사설에서 “후보들은 정책과 국정 수행 능력을 따지기보단 인신공격과 말꼬리 잡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자. 사진= OBS 방송 캡처.



차명진 '세월호 막말'도 못 거른 TV토론 “사회자 역할 강화해야”

TV토론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의혹 등으로 충돌하며 격한 발언을 주고받아 비판이 나왔으며, 차명진 전 의원이 2020년 4월 총선 TV토론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방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특히 차 전 의원 발언이 나온 TV토론은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였지만 선관위 주최 토론회여서 편집에 제약이 있었다.
이와 관련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미디어오늘에 “후보들이 아무 얘기나 하면 사회자가 적당한 수준에서 끊어줄 필요가 있었다. 한국 TV토론은 논란을 최소화하는 진행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제 이런 방법은 벗어날 때가 됐다”며 “편파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는 시청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사회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미국 ABC방송 대선 TV토론에선 사회자가 토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제 이탈을 막고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TV토론을 진행한 CNN 사회자는 트럼프·바이든 후보 토론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트럼프 후보가 CNN 토론에서 허위사실을 발언했음에도 사회자가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ABC방송 사회자를 두고 언론의 긍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마가렛 설리번 가디언 기자는 지난해 9월11일 칼럼에서 “우리는 수년 동안 '사회자가 대선 TV토론에서 후보자 발언을 검증해선 안 된다'는 온갖 변명을 들어왔지만, ABC방송은 그 불가능하다는 것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법정토론 외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식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법정토론에선 사회자 역할을 강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TV토론에 대한 법 규정이 없고, 대선후보들과 방송사가 TV토론 방식을 정하기에 ABC방송 같은 사회자 개입이 가능했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인데, 문제적 발언이 나왔을 때 사회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개별 방송사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선 사회자의 개입이 가능하다. (법정토론이 아닌) 방송사가 개최하는 토론회가 늘어난다면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10일(미국 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TV 토론 전에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flickr



김준일 시사평론가 역시 “TV토론의 효과가 크지 않고, 지지층의 확증편향만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지만 후보자들의 토론이 더 늘어날 필요는 있다”며 “지금은 특정 후보가 법정토론 외 TV토론에 응하지 않으면 개최할 수 없는데, 어느 정도 강제성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달 대선후보 TV 토론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이재명 후보의 거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 지연으로 토론회 일정을 지난 13일에서 지난 15일로 변경하려 하자 이 후보 측에서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거부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후보 TV토론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사회자 참여 강화와 TV토론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의 경우 특정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거나 심도있는 정책 토론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며 “사회자의 역할을 강화해 집중도와 흥미를 높이고 후보의 자질과 정책검증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체 다양화에 따라 TV 외 매체 활용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TV토론 형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어떻게 하면 정책 중심의 TV토론에 적극적인 후보들이 유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토론에 적극적인 후보만 불러서 집중적인 정책검증을 할 수도 있고, 캠프 정책담당자 토론도 더 이뤄져야 한다”며 “기계적 중립이나 형평성을 우선에 두는 게 아니라 유권자를 중심으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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