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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그 돌이야? 한 개에 6000만원인가 하는 그거?”
“6000만원짜리 돌이 세상에 어디 있어? 글자도 반듯반듯하지도 않고 그냥 굴러다니던 돌 같은데… 돈 아깝네.”
26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입구에 놓인 돌 앞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가로 3.5m, 세로 2.5m, 높이 2.5m 크기의 거대한 돌에는 아직 씻기지 않은 흙이 묻어 있었고, 이 아파트 단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런 돌이 단지 내에 두 개 더 놓여 있다.
문제가 된 돌의 가격은 창업보육협회 1개에 6000만원으로, 총 30개 설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돌을 납품한 조경업체는 돌 값으로 부가세를 포함해 22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것보다 4억원 비싸다. 다만 조합 측은 논란이 되자 ’현재 설치된 조경석은 샘플’이라고 주장했다.



9월 청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는 대형 조경석. /인터넷 캡처


◇주민들 “이게 어떻게 1개에 6000만원” 조합 측 “좋아하는 분도 계시다”
거대 조경석이 설치된 것은 지난 23일이다. 이 아파트는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했다. 아직 가중평균수신금리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지 않아 재개발 조합이 남아 아파트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조경석을 갖다 놓은 주체도 재개발 조합이다.
조경석이 설치된 사진은 곧 입주자 단체 채팅방에서 퍼졌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포됐다. 부동산 정보 앱 호갱노노에서는 이 아파트 단지가 실시간 검색 1위로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을 접목시킨 국내 자동차 회사 높은 안목” 같은 조롱조의 댓글을 남겼다.
돌 앞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조합을 비판했다. A씨는 “사전에 안내는 전혀 없었다. 이게 어떻게 1개에 6000만원이냐”라고 했다. 김모(43)씨는 “조경석을 설치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26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아파트 단지. 최근에 설치된 거대한 조경석 외에도 이미 단지 곳곳에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조경석이 설치돼 있다. /이호준 기자


그러나 조합 측은 조경석을 왜 설치했는지 문의하자 “왜 그렇게 조경석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일부 항의하는 사람들은 시골서 굴러다니는 돌이 있냐는 식으로 전화를 하는데, 좋아하는 분도 계시다”면서 “돌 하나에 6000만원이라는 건 부풀려진 것이고, 국내 업체에 주문한 자연석 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돌 하나에 실제 가격은 6000만원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 조선비즈는 조경업체 B사가 조합에 제출한 조경 용역 제안서를 입수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자연석 30개 이상을 설치한 비용으로 22억원(부가세 포함)이 책정돼 있다. 이 밖에 단지 내·외 조경 관리에 4억4000만원, 조경 수목 추가 조성 조사에 11억원 등 총 37억4000만원짜리 사업을 맡겠다는 게 제안서 내용이다.
◇조경석 시공 업체 선정 안건, 29일 대의원회의 상정 예정… 6일 전 이미 3개 설치
조합은 오는 29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이 같은 조경석 시공 업체를 선정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회의가 열리기 6일 전에 조경석 3개가 이미 설치된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조경석 설치 업체 선정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에서 이 아파트 단지가 공고한 입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조경석 설치 관련 입찰은 게재된 적이 없다.
조합 측은 회의를 거쳐 조경석 27개를 단지 내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입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에 설치된 조경석도 철거하고 원상 복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문의에 조합 관계자는 “공사 일정상 샘플로 돌 몇 개가 일찍 왔을 뿐이지, 돈은 아직 지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건축 조합장과 조합 이사들은 전부 출장을 떠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여전히 조합 측을 믿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일반 분양 세대 입주민 C씨는 “아파트 단지 이름을 새겨 놓은 돌을 샘플이라고 한다”면서 “나무와 잔디가 있던 자리를 뜯어서 거대한 돌을 갖다 놨는데,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6일 해당 아파트 입주자 모임에서 해당 조경사업 관련 공지. /SNS 캡처


◇“동의 없이 조경석 설치하면 조합원 재산권 침해” 의견도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역할을 끝낸 조합이 사업을 벌여 돈을 쓰면 조합이 청산됐을 때 조합원들이 받을 유보금이 줄어든다. C씨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며 “이미 3월 초에 전체 세대의 70~80%가 입주했다. 그러면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야 하는데, 조합에서 관리를 인계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조합원 동의 없이 조경석을 설치한 것은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다안의 윤성준 변호사는 “추정 금액이 5000만원이 넘어가는 사업은 대의원회의에 상정한 뒤 입찰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그러지 않았다면 도시정비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천재민 변호사는 “만약 조합이 원복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조합장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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