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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야마토 ┽ 바다이야기apk ┽▦ 23.rea731.top ▥여행지마다 스타벅스를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낯선 도시를 헤매다 익숙한 초록빛 원형 로고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솔직히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맛이 뭐 그리 대단할까. 하지만 스타벅스 매장은 미국이나 서울, 심지어 아프리카에 가도 어디서나 비슷하고 매장 안 조명도 늘 적당히 따뜻하며 와이파이 또한 잘 잡힌다. 그 일관성이 여행객을 안심시킨다.



지난 10일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열린 천선란 작가 북콘서트가 끝난 후 천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을 들고 나가 저자 사인을 받았다./편성준 제공


나는 이와 똑같은 신용등급조회방법 감정을 도서관에서 느낀다. 시립·공립 도서관들은 전국 어디를 가든 넓은 서가와 책상이 있고 원하는 책을 웬만하면 찾아서 읽고 빌릴 수 있다. 1년 전 보령으로 이사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보령시립도서관이었던 것도 이런 믿음 때문 아니었나 싶다.
보령시립도서관의 단골 이용자가 된 뒤 어쩌다 도서관에서 12주짜리 ‘필사 강연’을 맡았고 개인사업자정부지원대출 ‘장르문학 읽기’라는 독서클럽 진행도 한 달에 한 번씩 하게 됐다. 아무런 연고 없이 내려와 살기 시작한 보령에서 도서관 덕분에 기존 시민들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소프트 랜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생겼다. 좋아하는 작가 천선란이 보령시립도서관에 와서 북토크를 한다는 안내문이 도서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것이다. 기회를 놓 바보취급 칠세라 얼른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을 했다. 천 작가는 2019년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발표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출간된 ‘천 개의 파랑’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았다.
지난 10일 ‘SF, 다른 세계로의 초대’를 타이틀로 천선란 작가 북콘서트가 열렸다. 천 작가가 사회자와 나란히 앉아 자신의 작품 %포인트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천 개의 파랑’을 영화로 만든다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인지 강연장 안은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천 작가가 쓰는 SF는 거대한 우주 전쟁사를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가까운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삶이나 결핍을 살피고 사람을 새마을금고 담보대출 금리 넘어 생물이나 무생물들의 입장까지 생각해 보는 ‘다정한 세계관’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독자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비주류로 인식됐던 SF를 인기 장르로 올려놓은 작가다.
“작가가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천 작가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는 있는데,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가’이다. 계속 쓰려면 체력이 필요하니 스쾃을 하시라”고 했다. 아무리 아이디어나 필력이 좋아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우문현답이었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천 작가도 신춘문예부터 시작해 수많은 공모전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문청(문학청년)’이었다.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신기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도 여러 번 낙방했다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고, 쉽게 잘되는 사람 없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나도 질문자로 나섰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쓰다가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고 ‘천 개의 파랑’을 쓰셨다는 얘기를 읽었습니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도 줄거리나 캐릭터보다 세계관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세계관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예상을 넘어선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넷플릭스 등 OTT들이 ‘세계관’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인데 그걸 제대로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겉모습만 베끼면 작품이 망합니다. 실제로 ‘인터스텔라’나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를 표방했지만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하지 못한 채 찍다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한 경우가 있었죠. 세계관이란 결국 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SF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사고 실험’이다 보니 ‘작품에서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에서 시작됐고 ‘듄’ 시리즈는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영웅 서사입니다.”
그의 소설집 ‘노랜드’에 수록된 단편 ‘옥수수밭과 형’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가 화두라고 했다. 젊은 작가의 입에서 이런 통찰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아낌없는 박수가 터졌다. 나는 ‘천 개의 파랑’을 좋아해서 책은 물론 연극으로도 보았는데 지방에서 그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를 갖다니 꿈만 같았다.
지금 사는 곳이 대도시가 아니라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지금 당장 지역의 도서관으로 가보시라. 도서관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강연과 뉴스가 있고 세계와 통하는 콘텐츠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도서관은 계속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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