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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들은 채혈 등 몸에 링거를 놓을 때 (간호사) 손을 치거나 발길질을 하는 것이 꽤 일상적이에요. 입원 환자에게 밥을 가져다주니 식판을 엎어버리는 일도 흔하고요. 동료 중엔 (환자한테) 팔을 물려 흉터가 남은 사람도 있어요.”
일본에서 과거 성범죄를 연달아 고발한 ‘미투(Me Too·나도 겪었다) 운동’처럼, 간호사 등 의료진이 환자에게 당한 괴롭힘을 폭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지에서 “환자의 폭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등 숨겨 온 과거의 일을 고 연체중대출 백하는 건데요. 일본 온라인 매체 히가시스포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의료진 70%가 환자의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환자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를 일본에서 '페이하라'라고 부른다./마이니치신문 디지털 마이너스통장 이자계산


환자에 의한 괴롭힘을 일본에서 ‘페이하라(ペイハラ)’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환자’를 뜻하는 ‘페이션트(patient)’, ‘괴롭힘’을 뜻하는 ‘하라스먼트(harassment)’를 합성한 말입니다. 일본인들은 각종 괴롭힘을 ‘OO하라’라고 부릅니다. 직장 내 갑질은 ‘파워하라’, 소비자의 갑질은 자동차유지비가격 ‘카스하라’입니다.
지난달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병원에서 벌어진 사건이 ‘페이하라 폭로 사태’의 발단이 됐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추돌 사고를 내고 응급 이송된 한 여성 환자가 의료진 통제를 따르지 않고 원내를 돌아다니다가, 한 간호사의 팔을 할퀴고 발로 차는 등 부상을 입혀 폭행 혐의로 체포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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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활동 중단을 발표한 일본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45)/일본 연예 매체 엔카운트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는 일본의 국민 배우, 히로스에 료코(広末涼子·45). 히로스에는 이 일로 약 열흘간 구치소에 구금됐고, 현재까지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 공학계산 다. 사건 초기 음주 운전이나 마약설(說)이 돌기도 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히로스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일 저녁 소속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심신 회복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16일 폭행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일본 배우 히로스에 료코


히로스에의 소속사는 그가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병원을 찾은 결과 ‘양극성 감정장애’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진단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양극성 감정장애는 조증(躁症)과 우울증이 연달아 나타나는 질환.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릅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장기 대사를 담당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질환입니다. 체중 감소와 손 떨림, 빈맥 등의 증상이 따른다고 합니다. TV아사히는 히로스에가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낯선 행인에게 난데없이 ‘히로스에입니다’라고 인사하거나, 운전 도중 도로로 뛰쳐나가려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96년 일본 이동통신사 도코모 광고에 출연한 히로스에 료코. 이 광고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유튜브


1980년 7월 일본 고치현 출생인 히로스에는 유년기부터 연예인에 대한 동경을 느꼈다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94년 영국 여드름 치료제 브랜드 ‘클리어라실’의 광고 오디션에서 그랑프리상을 받았고, 이듬해 광고 모델로 데뷔했습니다. 같은해 후지TV 단편 드라마 ‘하트에 S’에 캐스팅돼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히로스에가 일본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1996년 출연한 이동통신사 도코모 광고였습니다. 앳된 얼굴에 똑단발 머리를 하고 카메라를 지긋이 응시하는 모습. 연예계에서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냐’는 반응이 터져 나왔고, 같은해에 후지TV 연속 드라마 ‘롱 배케이션’에도 출연하게 됐습니다.



1996년 일본 후지TV 드라마 '롱 배케이션'에 출연한 히로스에 료코/ameblo.jp


이 드라마에서 남주인공 기무라 타쿠야의 피아노 제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기계처럼 악보 그대로 감정 없는 연주를 하던 그가, 주인공의 진심 어린 지도를 받고 마음을 여는 짧지만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담겼습니다. 사춘기 여학생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연기해 ‘씬스틸러’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히로스에는 1997년 가수로도 데뷔해 일본 대표 연말 가요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했습니다. 여성 아이돌 가수가 데뷔 첫해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건 ‘푸른 산호초’를 부른 마쓰다 세이코 이후 17년 만이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히로스에가 첫 발매한 싱글 앨범 ‘진짜로 사랑에 빠지기 5초 전’은 60만장 이상 팔려 대흥행했습니다.



영화 '철도원' 속 히로스에 료코


히로스에는 1999년 국내 개봉한 영화 ‘철도원’을 통해 한국에서 인지도도 높였습니다. 이때는 김대중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던 때였는데요. 당시 한국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9)’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비밀(1999)’, 그리고 철도원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중 두 개(비밀·철도원)에 히로스에가 출연했습니다.
한국 팬이 많아진 게 기뻤는지 2002년 ‘초난강’으로 유명한 가수 겸 배우 쿠사나기 쓰요시와 ‘사랑해요(サランヘヨ)’란 제목의 간사이TV 단편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였는데 그대로 소화했고, 후에 언론 인터뷰까지 한국어로 했어요. 같은해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한국에서 팬 미팅도 했습니다.



1999년 일본 와세다대에 등교해 취재진에게 둘려싸여 있는 히로스에 료코/dot.asahi.com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톱스타 반열에 오른 히로스에가 처음 논란에 휩싸인 건 1999년 도쿄의 명문 사립 와세다대에 입학하면서였습니다. 그는 ‘자기추천(自己推薦)’이라는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는데,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내신이나 수능 성적을 거의 보지 않는 전형이라 ‘특례 입학’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와세다 출신인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가 “매우 기쁘다”며 축하할 정도로 입학 자체가 큰 뉴스였습니다.
‘특례 입학’ 논란에 더해 히로스에가 학기 중 세 달여를 등교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2001년엔 도쿄의 한 클럽에서 취한 채 치바현까지 약 150㎞를 택시로 이동하곤 ‘현금이 없다’며 무임승차한 일이 발각됐습니다. 결국 2003년 “배우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며 대학을 자퇴했습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하나와미소시루'에서 자상한 엄마역을 맡은 히로스에 료코(오른쪽)/유튜브


자퇴 이듬해인 2004년 패션모델 오카자와 다카히로와 결혼했고, 2005년 한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오카자와와 2008년 이혼한 뒤 2년 지나 해외 봉사 활동에서 만난 캔들(양초) 아티스트 ‘캔들 준’과 재혼했습니다. 이후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서 ‘국민 엄마’ 이미지로 탈바꿈해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상한 엄마 역을 맡으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던 2023년 6월 폭로로 유명한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이 히로스에와 스타 셰프 토바 슈사쿠의 불륜설을 보도했습니다. 히로스에의 불륜 의혹은 두 번째였어요. 2014년 9월 연하 동료 배우 사토 타케루와 자택 데이트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당시엔 둘이 같이 찍힌 사진이 없어 스캔들 정도로 흐지부지됐습니다.



2023년 불륜설에 휘말린 일본 배우 히로스에 료코(왼쪽)와 스타 셰프 토바 슈사쿠/주간 FLASH


히로스에는 이번 보도 초기에도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토바에게 쓴 편지가 호텔 직원에 의해 공개되면서 결국 불륜을 시인했습니다. 당시 편지 내용의 수위가 높아서 화제였어요. 소속사로부터 무기한 근신 처분을 당했고, 보도 이듬달 캔들 준과 이혼했습니다.
이 논란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히로스에는 지난해 8월 월간지 문예춘추와 인터뷰하는 등 활동 재개를 시사했습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지난해 소동으로 많은 분께 민폐와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개인 소속사까지 차렸습니다.



히로스에 료코


하지만 지난달 교통사고와 간호사 폭행으로 재차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겁니다. 히로스에는 이날 성명에서 “(당시 사건이) 병에 의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의도는 일절 없다”며 “경찰 조사에 계속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현해탄 건너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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