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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20일 한 칼럼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계속된 숙청은 권력 약화보다는, 주변 측근들조차 경쟁시켜 자신의 권력 유지하려는 편집증(paranoia)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시진핑의 정치적 숙청은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집해 초래한 경제 침체 등의 정책 실패 이후 으레 나타나는 권력의 집중화 현상으로, 이는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역사적 예에서도 드러난다고 밝혔다. NYT는 현재의 숙청은 “시 주석이 곤경에 처했다기 보다는, 이렇게 거대한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5일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장관바다이야기백경
급)으로 거론되던 류젠차오(劉建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구금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류젠차오(61·劉建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과 쑨하이옌(53·孫海彥) 대외연락부 부부장


중국군의 2인자로 시진핑 측근이비트컴퓨터 주식
었던 허웨이둥(何衛東·68)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도 3월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폐막 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2025년 5월에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중국 국방부장 둥쥔(董军)이 갑자기 불참했다. 이 국제안보회의에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불참하기는 21년만에 처음이다. 둥쥔은 이후 공개석상에 WARRANT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202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새로 선출된 중앙군사위 허웨이둥(노란원) 부주석, 장여우샤 부주석, 리샹푸 군사위원 겸 국방부장(왼쪽부터)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리샹푸 국방부장은 2023년 10월 해임됐고, 허P2P금융
웨이둥 부주석도 숙청설이 돌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작년 11월 그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뜬구름 잡는다’는 의미로 ‘포풍착영(捕風捉影ㆍ바람을 붙잡고 그림자를 쥔다)’이라고 답했다.
둥쥔 이전 국방부장이었주가챠트
던 리상푸(李尚福)전 국방부장은 고작 7개월만에 해임됐다. 모두 시진핑이 임명했다.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갑자기 퇴장당한 이유나, 2023년 10월 당시 국무원 총리 리커창의 심장마비 사망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시진핑 권력 약화설, 중국 지도부내 암투 격화 등 온갖 설(說)이 번지며 미세한 ‘단서’를 분석해 정치 변화를 추측하는 이른바 ‘정치루머 분석가(bedside eavesdroppers)’들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1기때 초기 잠시 국가안보보좌관을 했던 마이클 플린이 시진핑 측근의 잇단 제거를 놓고 소셜미디어 X에 “중국에서 명백한 리더십 재편이 진행 중이며, 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해 시 주석의 권력 약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그레고리 슬레이튼 전(前) 주중 미국 대사도 지난 6월 뉴욕포스트 기고문에서 중국 군부가 장유사(张又侠) 부주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시진핑이 퇴진하거나 명예 직으로 물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중국 국적 기자인 리위안은 ‘시진핑은 왜 자신의 충성파들을 계속 숙청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 내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는 독재자의 권력 집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진핑의 숙청은 권력 집착 편집증 반영
시진핑의 숙청은 “엘리트층을 단속하고 한 사람의 절대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계속 자신의 충성 엘리트들조차 솎아내는 스탈린과 마오의 전통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12년간 최고 권좌에 있는 시진핑의 숙청 캠페인은 외견 상 도전 받지 않는 권력을 쥔 지도자라도 거대한 체제를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은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70%와 1934년 당대회 대표 1,966명 중 절반 이상을 제거했고, 광범위한 소련군 지도부가 처형당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스티븐 코트킨은 NYT에 “공산주의의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충성스러운 사람들조차 죽인다는 것이며, 변함없이 충성하는 사람들도 정권의 편집증과 격렬한 행동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숙청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 발생한 최대 규모다. 중국 공산당의 2024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성(省)과 중앙 정부 관리 73명을 포함해, 88만9000명의 당원을 징계했다.
특히 군부가 최대 타격을 받아, 2023년 이후 45명 이상의 인민해방군ㆍ군수산업의 고위층이 제거됐다. 2024년 6월27일에는 리상푸와 전임자인 웨이펑허(魏凤和), 두 명의 전(前) 국방부장이 부패 및 시 주석에 대한 배신 혐의로 당에서 제명되고 기소됐다.
이 모든 일은 시진핑이 2022년 10월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직의 임기제한(2회ㆍ총 10년)을 없애고 세번째 임기를 확보해서 자신의 측근들로 지도부를 채운 뒤에 일어났다.
NYT는 이런 숙청의 주(主)원인은 권력자의 편집증으로, “권위주의 체제에서 군대와 보안 기관에 대한 통제는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며, 충성스러운 측근들도 끼리끼리의 이해 관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도자에게 위험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이 방대한 시스템을 개인 네트워크만으로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리자를 계속 재배치ㆍ숙청하며 서로 경쟁시키고 그 경쟁구도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책 실패 뒤에 따르는 중앙집권화 현상
공산주의 독재체제에서 숙청은 또 정책적 실패 뒤에 따르는 중앙집권화 현상이기도 하다.
스탠포드대 정치학자 우궈광은 NYT에 “이는 스탈린, 마오, 시에게 반복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스탈린의 대숙청은 그의 정책 실패로 인한 참혹한 기근 뒤에 일어났고, 마오의 문화대혁명도 대기근 이후 발생했다.
시 주석의 현재 캠페인도 제로 코로나 정책, 퇴행적 경제 조치,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외교 정책 이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 실패와 독재자의 권력 강화 사이의 핵심 연결 고리는 숙청”이라고 말했다. 정책 실패가 클수록, 숙청 규모와 이로 인한 권력 집중은 커진다.
◇독재 정권의 최대 취약점은 엘리트층이 권력자에 의심 가질 때
NYT는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에 대한 현재의 추측은 그의 ‘통치 종말’ 보다는, 그와 공산당 엘리트층 간 긴장 고조의 조짐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중국 공산당 엘리트층은 시 주석이 권력 집중ㆍ반(反)부패 캠페인ㆍ헌법 개정ㆍ민간기업 단속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할 때에도, 자신들의 특권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침묵했다.
전 중앙당교 교수였다가 공산당 비판가가 된 차이샤는 NYT에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숙청과 경제 문제는 엘리트의 이해관계에 직접 타격을 주기 때문에, 숙청이 계속되면 당 엘리트들은 시 주석이 아니라 당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코트킨은 “시진핑은 건강이 허락하면 앞으로 10년 이상 권력을 쥘 수 있겠지만, 정권의 최대 취약점은 엘리트들이 권력자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지난 5월 중국 공산당 엘리트층의 불안과 잠재적 균열을 파고드는 영상을 제작해 퍼뜨리고 있다. 그 중 한 편은 “당에서 승진할수록, 상관들이 갑자기 불명예스럽게 몰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내 운명도 그들만큼 불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레이션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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