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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오후 1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 일대 도로가 통제돼 빙 돌아 도착한 센터 앞에는 주방위군 소속 군인 수십 명이 도열해 건물 접근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들의 맞은편에는 항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과 멕시코 국기 등을 든 사람 수백 명이 서 있었다.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붙잡힌 불법 이민자들이 이곳 지하에 감금돼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흘째 몰려든 시위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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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찌푸리고 있던 기자에게 한 시위자가 마스크를 건넸다. "최루가스를 오래 맡으면 두통이 올 것"이라는 말과 함께였다. 그제야 바닥에 나뒹구는 최루탄 잔해가 눈에 들어왔다. 고무탄 발사 후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 케이스도 적잖았다. 지난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증거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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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 앞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비살상탄 잔해들. 최루탄(왼쪽)과 고무탄 발사 후 버려진 케이스로 추정된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 특파원


그에 비하면 이날 오전 대치 상황은 심각하지 않아 보였다. 시위대는 "ICE는 LA에경인양행 주식
서 나가라" "그들(억류된 이민자들)을 석방하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을 반복해서 외쳤지만 무력 충돌은 없었다. "당신들도 덥죠? 방패를 내려놓고 가족에게 돌아가세요. 불법에 저항하는 것이니 탈영이 아니에요." 군인들을 향한 한 시위자의 외침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여유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오후 2시쯤 경찰차 수십 대가 시가온미디어 주식
끄럽게 사이렌을 울리며 나타나더니 구금센터 앞 6차선 도로 끝을 막아섰다. 오후 2시 LA 시청을 출발할 예정인 대규모 시위대가 센터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행진 시위대의 규모는 배치된 경찰의 몇 배에 달했다. 경찰과 군인들은 쏟아지듯 몰려드는 사람들을 흩어지게 하기 위해 결국 비살상 무기들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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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서 최루가스로 보이는 매캐한 연기와 함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뻥, 뻥" 공포탄 소리가 쉼 없이 고막을 때렸다. 섬광탄, 후추탄 등 비상살탄 발사기를 든 경찰들은 시위대와 기자를 가리지 않고 물러나라 위협했다. 그들 중 누군가 쏘아 올린 듯한 물체들이 날아와 떨어졌다. 고무탄이었다. 주변의 한 여성 시위자가 한 팔에 피를 흘리며 비명을 토했다. 그를 부축하던 사람들은 "경찰의 곤봉에 가격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틀 전만 해도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았을 LA의 도심이 순식간에 전쟁터처럼 변했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파견된 주방위군 소속 군인 수십 명이 도열해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 특파원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 앞에서 항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과 멕시코 국기 등을 든 수백 명이 이민세관단속국의 불법 이민자 검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 특파원



정부에 분노한 6000명 거리로
LA 경찰에 따르면 ICE의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검거 작전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LA 시내로 몰려나온 시위자는 약 6,000명이다. 이 가운데 구금센터 앞에서 한국일보의 취재에 응한 시위자 20여 명은 모두 자신을 미국 시민이라 소개했고,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을 거리로 불러낸 건 정부를 향한 분노였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애나(35)는 "ICE는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든 아니든, 모든 사람은 사람처럼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젠더 캘드론(36)은 "미국 정착을 원하던 친구 중 한 명이 최근 자진 출국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추방을 명목으로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평화 시위자들 공격한 건 국가"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주방위군 2,000명을 LA에 파견하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무법 상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의 입장은 달랐다.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시위 행진에 참여한 대학생 토머스는 "평화롭게 항의하는 사람들을 공격한 건 그들(진압 당국)"이라며 "나는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채증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 앞에서 멕시코계 미국인인 애나가 'LA의 더위만큼 얼음을 빨리 녹이는 건 없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검거 작전에 항의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의 약자와 '얼음'이란 뜻의 영단어(ice) 철자가 같은 것을 이용한 문구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 특파원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 앞에서 비살상탄 발사기와 곤봉 등을 든 무장 경찰들이 도로를 막아서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서희 특파원


ICE 검거 작전에 맞선 시위는 일요일인 이날 정점을 찍고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앞으로 최소 30일간 LA 전역에서 단속을 이어가겠다는 게 ICE의 입장이라, 다시금 큰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탈리아계 이민 3세 엔조 워커(42)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서도 "국가는 시민들을 보호해야지, 공격해선 안 된다. 우리를 향한 위협이 계속되는 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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