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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퇴근하면 달고 자동차 열심히 방해하지 없었던창작자의 고유한 여정을 비추는 〈엘르〉와 루이 비통의 ‘아트 오브 트래블(Art of Travel)’ 시리즈. 여행의 역사를 상징하는 루이 비통 트렁크와 함께하는 예술적 항해의 마지막 여정에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동행한다. 그는 과거 국제 콩쿠르를 뒤흔든 젊은 신성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음악 그 자체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바탕으로 시대를 통찰해 온 연주자이자,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자신을 변주해 온 음악가다. 타고난 호기심과 진지한 열정으로 전 세계 무대를 누벼온 손열음에겐 하나의 정답보다 수많은 가능성으로 향하는 길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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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쇼팽은 자신을 ‘F단조’와 가장 닮았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A : 저는 G장조를 좋아해요. 무척 해맑고, 금세 다른 성질로 변화할 수 있는 조이죠.
국민행복기금 개인회생 Q : 어떤 이들은 당신의 연주에서 맑고 투명한 서정미를 발견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생각하다가 ‘음악을 향한 순도 높은 애정’이 깃들었던 가정 환경이 떠올랐어요
A : 맞아요. 음악 학교에 다니던 시절, 많은 친구가 음악가 가정 출신이었어요. 저는 드물게 음악과 무관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었죠.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음악을 저축통장 순수하게 경외했어요. 그런 시선과 마음, 존중이 제 음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가족과 함께 음악을 외부에서 바라본 시간이 있었기에 음악가가 아닌 관객의 감정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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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다양한 음악 장르와 스타일을 탐구하려는 호기심과 음악의 순수한 본질을 찾으려는 열망으로 움직여온 듯합니다. 카푸스틴, 알캉, 레케우 등을 비롯해 현대음악, 고전 및 낭만음악의 소외된 영역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음악을 탐구하는 일에 열정적이 갈매 더샵 나인힐스 었죠
A : 20대 때는 오래된 클래식 레코드에서 반짝이는 원석을 찾고 그 음악을 깊이 공부하는 데 열중했다면, 지금은 그런 음악을 실제 공연 프로그램으로 옮길 때 더 문맥에 맞는 큐레이션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맥락을 엮는 작업이 더 와닿는 요즘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 중 하나가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소나타(Hammerklavier Sonata)’예요. 피아노 음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죠. 1818년에 작곡됐는데, 베토벤은 당시 이 작품을 출판하면서 “앞으로 50년간은 아무도 이 곡을 연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어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아 그로부터 50년 후인 1868년에 작곡한 여러 곡을 모아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1부에는 1818년의 ‘함머클라비어’를, 2부에는 1868년의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이렇게 시공간적 연결을 탐색하고, 음악에 내러티브를 입히는 작업에 매료돼 있어요.
Q : 하노버에서 오래 사사한 아리에 바르디를 인생 전반에 많은 영향을 준 인물로 말해 왔습니다. 유학길에 꼭 만나길 원했던 “내가 하는 음악적 표현들의 당위성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르디였다죠
A : 선생님과 전 지식욕이 많은 편이에요. 물론 선생님이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성장기에는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표현하는 분이니까요. 저 역시 관심 있는 분야라면 끊임없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둘이 함께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폭발적인 시너지가 생겨요.



Q : 20대 후반의 진솔한 고민을 담은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1쇄가 2015년 5월에 출간됐습니다. 그사이 17쇄를 찍었더군요. 10년이 흘러 3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 ‘잘된 연주’에 대한 글이 있었죠. 잘된 연주에 관한 요즘의 생각은 어떤가요
A : 이제는 물리적으로 집중이 잘된 연주가 흡족해요. 지난 5월 한국 투어 중 서울 연주에서 라벨 콘체르토 2악장을 치는데, 갑자기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에서 이야기하듯 시간이 늘어나는 듯한 감각을 느꼈어요. 10분 길이의 곡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졌죠. 20대 때는 항상 각성된 상태였다면, 지금은 조금 차분해진 반면 완전히 몰입된 순간의 강도는 더욱 세진 것 같아요.
Q : 예술가로서 오래 간직하고 싶은 감각이 있다면
A : 1년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이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아니에요. 물음표 없이 느낌표만으로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호기심 없는 훌륭한 연주자도 많아요. 제게 중요한 것은 현실적 요소인 청력이에요. 음악에 완벽하게 밀착될 수 있는 이 기능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가능한 한 정적을 많이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음악가로 살아온 여정이 자신을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했을까요
A : 요즘은 다시 어린이로 회귀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어요. 신기하죠. 음악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돼야 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이 되면 의미가 없는 작업이다 보니 계속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게 돼요. 그래서 생의 어떤 순간마다 도돌이표처럼 본연의, 원초적인 나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로 산다는 건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순간 의미를 잃기도 하죠. 그래서 좋기도 하고, 동시에 아프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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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음악을 위해 집요하게 싸워온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A : 너무 많습니다. 이를테면 ‘낯가림’이 심했어요. 저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순간만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무대에 등장하고 퇴장하는 과정, 다시 나가서 박수를 받는 일은 별로였고요. 무대에 솟아났다가 그대로 내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내리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웃음).
Q : 올해도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 전곡-바흐/비트겐슈타인〉이죠. 어떻게 시작된 앨범인가요
A : 처음부터 ‘2025년에는 라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올해가 라벨 탄생 150주년이거든요. 처음 가본 네덜란드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프로듀서가 일종의 ‘사운드 장인’이었어요. 저는 사실 레코딩할 때도 연주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사운드 쪽은 잘 몰라요. 늘 들고 다니는 헤드폰도 15달러짜리인 걸요(웃음). 녹음은 꽤 치열하게 진행됐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결과물에 담긴 소리가 훨씬 밀도 있게 나왔어요. 레코드사와 약속된 앨범이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여러 작곡가의 곡을 모은 컬렉션 형태로 구상 중이에요. 요즘은 조금 ‘소박한 음반’을 만들고 싶어요. 오랜 시간 다른 사람들의 음반을 수집하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음반’이라는 것에 대해 점점 더 무게감을 느끼게 됐죠. 나보다 훨씬 오래 남아 있을 기록이라는 생각에 너무 무겁게 느껴지고, 그래서 오히려 주저하게 돼요. 이제는 그렇게 엄숙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지금 이 순간을 담은 기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 여행이 숙명인 직업이 있습니다. 음악가도 그중 하나죠. 촬영에 함께한 책상형 트렁크는 이동식 사무실 기능을 갖추고 있어요. 1929년에 처음 루이 비통에서 탄생했습니다.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맞춤 제작을 의뢰했죠. 만약 당신이 루이 비통과 맞춤 트렁크 제작을 한다면 어떤 주문을 하고 싶은가요
A : 잦은 여행 탓에 먼저 혁신적인 ‘초경량’ 트렁크가 필요합니다. 또 연주회를 위한 드레스와 신발 등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반할 수 있는 가방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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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손열음의 음악 여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목적지 하나를 꼽는다면
A : 역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한 2011년의 모스크바예요. 사실 그 콩쿠르엔 나가지 않는 게 더 자연스러운 상황이었어요. 이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수상한 상태였고, 주변에서 모두 출전을 만류했거든요. ‘잘되면 본전, 안 되면 손해’라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홀이라는, 기라성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섰던 무대에서 러시아 관객을 위해 상징적인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냥 그 마음을 좇았고, 돌이켜봐도 잘한 선택이었어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제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죠.
Q : 좋아하는 공연이나 녹음에 관한 답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대인 1910~1920년 사이에 쓰인 작품만 모아서 수록한 〈모던 타임즈〉를 꼽은 적 있죠. 시간 여행자가 돼 과거의 한 시대에 갈 수 있다면
A : 역시 〈모던 타임즈〉 시기가 궁금하네요. 세계의 모든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큰 전환기이자 과도기였으니까요. 모든 것이 맞물리고 변한 시대, 클래식이 있고 재즈가 태동하고, 새로운 것이 매일 쏟아지던 풍요로운 시기였죠. 그 시대의 삶이 궁금한데, 그렇다고 누굴 만나고 싶진 않아요. 낯가림이 있어서요(웃음). 그저 그들의 공연을 실제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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