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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봉한 김형주 감독의 ‘승부’는 한국 바둑계의 두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198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응씨배 세계 프로 바둑 선수권 대회에서 조훈현이 우승하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일본과 중국이 바둑 강국으로 군림하던 시절,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기사의 우승은 세계 바둑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 바둑 전성기의 서막을 알렸다. 금의환향한 조훈현은 김포공항에서 종로 한국기원으로 이어진 카퍼레이드와 함께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며 국민적 영웅이 된다.영화의 본격적인 서사는 승승장구하던 조훈현과 바둑 신동 이창호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조훈현은 어린릴게임 공략법
이창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내제자로 삼아 집으로 들인다. 원칙주의자인 스승과 말수가 적고 어리숙한 제자의 동거는 일방적이고 엄격한 가르침으로 그려진다. 스승은 바둑의 본질이 전투이자 공격이며, 정석을 따르는 것이 곧 바둑의 길이라 가르친다. 그러나 제자는 화려하지 않더라도 절대 지지 않는 자신만의 방어적 바둑을 찾고자 방황한다. 그런 태도를 못마땅하게종자돈
여긴 스승은 더욱 엄격한 훈육으로 응답한다.오랜 시간 이어진 사제지간의 불균형은 이창호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최고위전 결승에서 극적으로 깨지고 만다. 장장 13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이창호가 조훈현을 반집 승으로 꺾은 것이다. 영화는 제자에게 타이틀을 내준 스승의 혼란과 내면의 균열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따라가며, 이야기의 화두를 사펀드상품
방 45㎝ 남짓한 바둑판에서 인생의 장으로 확장한다.




햄스테드 맨션 블록./ 서지슨 베이츠



돌 하나하나를 돌보는 태도바둑판은 인생의 과정과 닮아 있다. 가로세로 19줄이 교차최신릴게임
하는 바둑판에는 361개의 교차점이 있으며, 기사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수 앞에서 단 하나의 점을 선택해 돌을 놓는다. 그러나 그 돌은 결코 자기 완결적이지 않다. 상대의 다음 수에 따라 판세는 끊임없이 바뀌고, 어떤 수라도 완전한 정답이라 확신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조훈현의 스승 세고에 겐사쿠는 ‘바둑이란 답이 없지만,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NH투자증권 주식
고 했다. 예상치 못한 패배를 겪은 조훈현이 이를 받아들이고 다음 행보를 모색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바둑의 속성과 깊이 맞닿아 있다.영화는 바둑판 같은 인생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를 조훈현의 가르침을 통해 제시한다. 그는 이창호에게 돌 하나하나를 정성껏 돌보아야 하며, 그렇게 할 때 모든 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말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 하나가 이후 모든 수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가 돌을 놓기 전 머릿속에 수많은 가능성을 그려보는 장면은 한 수의 가치와 무게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집’은 억지로 짓는 것이 아니라 각 돌의 자리를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된다는 교훈이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이러한 철학은 이창호의 회상 장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대국 중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그는 어린 시절 자주 머물던 할아버지의 시계방을 떠올린다. 탁상시계, 벽걸이 시계, 괘종시계 등 다양한 시계가 저마다의 리듬과 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알리며,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룬다. 시계방은 호흡이 다른 시간이 겹겹이 흐르는 정적인 우주처럼 묘사되고, 이창호는 그 안에서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고요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관계를 맺는 바둑돌처럼 인생의 순간을 ‘정중동(靜中動)’의 상태로 은유한다.




햄스테드 맨션 블록./ 서지슨 베이츠



위계 없는 방들의 사회바둑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집은 바둑돌로 둘러싸인 빈 점의 영역을 뜻한다. 건축에서 ‘방’ 또한 벽들로 감싸인 공간을 의미한다. 이처럼 둘러쌈을 통해 비어 있는 공간이 정의된다는 점에서 바둑의 집과 건축의 방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바둑돌이 모여 바둑판 전체를 이루듯, 여러 개의 방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건축물을 만든다.2022년 영국 런던에 완공된 ‘햄스테드 맨션 블록(햄스테드 맨션)’은 한 수 한 수 정성껏 놓인 바둑돌처럼, 개별 방의 집합적 의미를 평면 구성에 고스란히 담아낸 사례다. 영국 건축가 서지슨 베이츠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60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주택으로, 29가구의 아파트와 지하 스파, 외부 정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 주택의 평면은 익숙한 주거 구조와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인 주택에서는 공간의 크고 작음에 따라 방의 위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거실은 중심이자 가장 크고 열린 공간으로 배치되고, 복도는 각 실을 연결하는 부차적 기능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햄스테드 맨션의 각 가구는 열 개 이상의 방이 동등한 위계의 공간 다발을 이룬다. 서로 벽을 공유하는 원형과 다각형의 방은 벌집이나 세포조직을 연상케 한다.건축가는 고령자의 ‘제3의 삶’을 위해, 규격화된 노인 주거 형식을 벗어난 ‘방들의 사회’ 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활동 반경이 점차 좁아지는 노년기에는 주거가 단순한 거처를 넘어 일상의 중심이 된다. 따라서 이들의 주거는 보다 복합적인 기능을 요구하며, 간병인 등 타인을 위한 공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방들의 사회는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방의 조합을 통해 유연한 선택과 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노인의 일상에 리듬을 부여한다.




햄스테드 맨션 블록 평면도./ 서지슨 베이츠



정중동의 주거 환경햄스테드 맨션의 방은 평형 상태에서 동결된 결정체처럼 보이지만, 복도와 거실 없이 모든 방이 연결되는 구성 덕분에 고유한 방향성과 움직임을 띤다. 많게는 다섯 개의 방과 연결되며 상호 관계하는 독립적인 방은 자연스럽게 다각형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건축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있는 중심부를 기준으로 각 가구를 대각선으로 배치했다.각 가구 내부는 현관과 연결된 ‘중간 방’을 중심으로, 열 개 이상의 방이 외부를 향해 방사형으로 둘러싸이듯 배치된다. 인접한 방과 문을 공유하며 덧붙여진 다각형과 원형의 방은 건축물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면서 그대로 입면을 형성한다. 이렇게 들쑥날쑥한 외관은 방의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각 방에 존재감을 부여하는 내부 개념을 도시 공간에 표출한다. 이는 외곽선을 먼저 설정하고 내부를 향해 실을 나누는 설계 방식과 뚜렷이 구분된다.




강현석 SGHS 설계회사 소장 - 코넬대 건축대학원 석사, 서울대 건축학과 출강, 전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 스위스 바젤 사무소 건축가



방사형 배치는 내부 깊숙한 방에서 창문이 있는 외곽으로 향하는 구조를 따라, 방마다 고유한 분위기와 환경을 형성한다. 이는 현관에서 외곽의 침실까지 여러 겹의 방을 구성하며, 간병인이나 가족 간 프라이버시를 자연스럽게 조율한다. 동시에 각 방은 다양한 동선을 품으며 주택 내부에 다중적인 경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채광의 방향과 시선의 흐름을 따라 복잡하고도 풍부한 세계를 형성하며, 오랜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노인 거주자의 필요에 섬세하게 응답한다. 햄스테드 맨션에서 시도된 고령층 주거의 진화는 건축의 가장 기본 단위인 방과 노인의 일상적 순간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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