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메인

휘문교우회 로고
📖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박범신의 '당신' 3. (끝)

당신 3




희옥은 인부가 파다 돌아간 구덩이를 더 파기 시작한다.

이정도면 되겠지..

희옥은 주검이 된 호백을 씻기우고 곱게 화장을 시킨다.

정장을 입힌후 그녀가 무용할 때 입었던 흰색 천사날개 같은 옷으로

호백을 감싼다무대에 서 있을 때 너무 예뻐서 숨이 멎을 것 같았어! 호백이

말했던 그때 첫 공연때 입었던 그 무용복 이다.

희옥은 호백을 구덩이로 옮겨 웅크리듯 접혀진 그를 조심스레 눕히고

한뼘 정도 더 파헤쳐졌던  흙을 덮는다.

당신은 나랑 있는거예요

다음날 홍매를 심어줄 크레인차가 오고 홍매나무는 그 자리에 얹혀진다.

걱정 말아요.. 내가 당신을 감싸고 있으니까요희옥은 두려워 할 호백에게

속삭이듯 전한다.

정원사가 말한다.

이만한 나무 구하기 힘들어요. 곧 꽃이 필거예요.

일하던 사람들이 돌아가고 희옥은 청년같이 싱싱하고 튼실한 매화나무가 심어진 아래로

나무 의자를 옮겨 놓는다.


예전 호백이 그녀를 위해 손수 짜준 의자다
.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울것이고 커피도 마실 것이다
.

그녀에게 파킨슨 병이 온지 일년이 되어가고 있다




고시에 패스하고 전도 유망했던 호백.

그러나 버리듯 그 모든 것을 털고 사진관을 운영 하며 산 남자.

그림을 잘 그렸던 호백, 하여 우연히 잡게 된 카메라로  사진 찍는 일을 하게 된 남자.


꽃과 새를 좋아했던 호백.


치매 치료를 받는 곳에서 그림 공부를 하면서 그가 말했다

다음생엔 그럴수 있다면 로 태어나고 싶어요


매화꽃을 
사랑했던 주호백.

그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희푸른 청매꽃.

희옥과 살면서 두번째인가로 이사간 집에 청매나무가 있었다.

그가 청매꽃 그늘에서 실신해 쓰러진후 그가 청매 꽃가루에 특수 알레르기 현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홍매 밑에서도 콧물 눈물을 흘린적이 있으나 청매의 꽃가루에 대해선 거의

극적인 정도였다
.

저것이당신하고 나..같아요

(
깊은 사랑은 그만큼 위험 하다는걸 아는데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가 쓸쓸히 웃으며 희옥에게 말했고,

그날 희옥은 사람을 시켜 청매나무를 캐내 버린다.

그때의 심정을 희옥은 이렇게 회상한다.

단순하게 그를 위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도 같고, 그의 숨은 갈망을 훼손하고 싶은

억하 심정이었던 것도 같았다고..


외출해서 돌아온 호백은 없어진 청매나무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호백에게 마음과 몸을 다해 돌보았지만 그가 온정신 이었을적에 그의 사랑에 대해

고마웠음을,
내가 지금이라도 이렇게 티없이 온전하게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릴수 없음에,
호백이 알지 못함에 희옥은 깊은 회한에 젖는다.

 

희옥에게 있어 사랑‘20’대에 끝이었다.

그 누구도 그 마음에 넣어 두지 않았다
..

그냥 그렇게 희옥은 산 것이었다
.



함께 산 세월동안 그 아름다웠던 숱한 계절을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무심히 지나쳤는지

아느냐는 말이  호백, 그의  일기에 남아 있었다.


아름다운 시절들을
, 사랑하는 희옥과 같이 느끼며 행복감을 누리고 싶어 했을

그의 마음을
비로서 읽는다..


그가
내 비밀의 정원이라고 명명 했던 다락방에서 찾아낸 일기중

그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일기는 이렇다.

여기 내 관 속 같아요, 당신! 너무 추억이 많은 집인데. 당신, 언제든

여기 올라오면 창 너머 좀 봐요. 오래오래. 여기에서 보는 풍경은 봄이 제일

이지요. 봄이면 저 숲 어디에 내가 와 있는 줄 아시오.

아니, 당신 가슴속을 좀 들여다보구려. 평생에 걸려, 거기,

당신 가슴속에 내가 집 하나를 지었소.

고대광실로다가.

죽은 다음에도 들어가 살 집. 당신 가슴속인데 당신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지어서 미안해요.

미웠던 적은 있었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소.

그런 점에서 나는 성공 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참, 아무것도 후회하진 말아요.

후회하면 당신 가슴속에 지은 내 집이 무거워질 거요.

아이고, 그 집이 무거워지면 당신, 무슨 수로 걷고 춤출 수 있겠소.

당신은 춤출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질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나는 오래오래, 손바닥만한 창을 통해 그가 말한 대로 바깥 풍경을 내다본다.
 

내 나이 일흔여덟, 내년  봄에도 여기에서 풍경을 내다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 : 원문



딸 인혜가 돌아왔다.

중간 중간 들어왔던 미국에 살던 인혜가 이젠 아주 돌아온 것이다.

아버지 주호백의 실종 신고 때문이다.

호백의 죽음 이후 희옥은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냈다.

그러나 집 주변의 씨씨 티브이 영상에는 어디에도 호백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즈음 호백은 거동 조차 불가한 상태였음을 딸 인혜도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희옥의 몸과 정신이 온전치 않음에 대해 호백의 실종을 자세히 물을수 없음을


인혜에게 알리며 경찰은 말했다
.

참고로 말하자면 사체 유기죄는
7년이하의 징역 입니다


돌아온 딸 인혜와 함께 희옥은 호백의 옛 기억속에 있을  추억과 슬픔과 아픔

사랑을 밟아 숙제 하듯 다녀 왔을곳으로  둘은 더듬어 떠난다.


(
호백은 병이 중하기전 그렇게 떠났다 오곤 했었다.)

 

엄마, 아빠 어딨어?  엄마는 알잖아

딸은 문득 문득 물었다.


.






     송 승 범 아내  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