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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범신의 '당신' 2.

당신 2



치매는 건망증과 감정 기복의 심함으로 시작 된다고 한다.

두번의 뇌 수술후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찾아온 호백.

본인도 희옥도 그럴거라 생각지 않았던 시작 되어버린 치매.

아니, 진단을 받았을때는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의 중증.

흐트러지려 하는 감정을 스스로 제어 할 수 있을때까지 매달리듯 붙들었던 호백.

그러나 깊어진 그의 병은 이제 제어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른다
.

희옥은 호백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놓아둔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 되었기 때문 이었다.


원래 술을 즐기던 사람이 아니었던 호백이지만

매일이 술이었고, 무겁게 취했고 술량은 늘어갔다.

조절 되어지지 않는 몸의 상태와 정신으로 그는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그로 인해 당뇨병도 생기게 된다.

몸은 살쪘고 성격도 포악스러움이 걸러지지 않고 표출됐다.

 

그러던 어느날 호백은 잠자고 있는 희옥 앞에 칼을 들고 무릎꿇은 자세로

앉아 있다
.

...희옥의 토닥임에 순수히 칼을 놓으며 호백은 무너지듯 울며 말한다.

당신이 미웠노라고.. 죽이고 싶었다고..

나중에 스스로 죽으려 했다고

도와 달라고


호백의 나이 일흔 하나
.

희옥의 나이 일흔넷이었다
.


희옥은 비로서 그를 지키기 위해 온힘을 다한다
.

공평해지기 위한 사랑을 위해.

호백의 희옥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 기움의  수평을 만들기 위해

 

희옥은 그를 관리하기에 이른다.

음식을 조절 시키고 열심히 약물치료에 임한다.

아름다웠던 추억속에서 즐거웠다가도  저리게 아팠던 부분에서는 숨겼던

원색적 언어가 여과 없이 엉겨 나오기도 했다
.

외간 남자를 보면 화색이 돌고 나를보면 우거지상을 하고….

생 정신으로는 전혀 하지 못할 말들을 서슴없이 쏟아내곤 하던 호백.


어린 딸을 두고 가인을 찾아 떠났다 돌아온 순간의 조각에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쁜년! 나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기어들어와였다.

 

이렇게 쏟아 내어주는 호백이 희옥은 차라리 고마웠다.

그럴때마다 희옥은 진심을 다해 사죄 하듯 엎드려 말했다.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 했어요
.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들이 점점 짧아졌지만 그는 얌전해져 갔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치매 환자

치매 환자에겐 무조건적  부정(否定)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거 내건데 왜 가져 갔어 하면 아, 미안해요. 몰랐어요. 잘못했어요.하고
.

어떤것에 대해 집착을 보이면 그 집착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한다.



점점 심해지는 호백의 병세는 아무대나 소변을 보고, 변을 발라대고


심지어는 희옥에게 자기의 변을 먹이기도 한다


그래도 희옥은 오래도록 그가 곁에 남아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그를 돌본다.

 



5
년여를 치매로 앓아온 호백은

이러저러한 병이 합쳐지면서 더욱 쇠약해져 간다.

다행스러운 것은 죽음이 다가올수록 좋았던 것들만 기억하며

평온해져 가고 있다는 것.


음식을 넘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그에 따라 쇠잔해지는 호백.

눈도 보이지 않고 희옥의 도움없이는 몸조차 뒤척일수도 없게 중하게 된 호백.






나를 죽여줘..

당뇨약을 먹으면 피가 응고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호백은 잠깐씩 정신이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희옥에게 부탁한다.

내손에 면도칼을 쥐어줘..

살짝만 그어지면 되니까

혈액이 똑 똑 떨어지다 죽음을 맞이함을 의미함일 것이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가는 희옥은 매화꽃을 좋아하는 호백을 위해

청매 나무를 주문해 배달 시킨다.

 

희옥은 택배로 온 청매 나무를 정성스레 다듬어 꽃병과 항아리에

여럿으로 나누어 호백을 배웅하듯 둘러 꾸민다..

청매에 치명적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호백.

꽃이 벙그러지면 향은 빛나듯 번질 것이라고 희옥은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 사온 면도날을 그의 손 닿을곳에 놓는다.

청매로 인한 죽음의 미수(未遂)를 위한 마지막 준비인 셈이다.

 


그러는 동안 문밖 정원에서는 홍매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던 인부가


나무를 기다리다 내일을 기약하고 돌아간다..




 

송 승 범 아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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