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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의 후배 사랑
지난 여름부터 제가 사는 문형산 누추한 처소에 초대한다고 공수표를 날리다가 며칠 전에야 겨우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장영준 교장 선생님과(이제는 자유의 몸이 되셨으니 그냥 선생님이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장용이 부회장님께 전화를 드려 약속 날짜와 시간을 잡을 수 있었지요. 강남300 골프장 앞 옛날에는 엔틱하우스 하다가 자연식 식당으로 바꾼 넓은 한정식 집으로 안내를 하는데 장선생님께서 계속 저한테 말씀하십니다. \"난 아무 거나 좋아. 이런 데 말고 된장찌게가 좋은데...\" 뭐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고 속으로만, \"말도 안됩니다. 평생을 교직에서 고생하셨는데 된장찌게라니요?\" 장용이 선배님께서도 옆에서 거드셨습니다. \"장선생님 이건 후배가 모처럼 내는 거니까 제자들같이 생각하지 마세요.\" 장선생님은 제자들의 식사 대접은 안 받으시려 하신다고 부연 설명을 하셨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장용이 선배님의 고아 사랑에 대한 얘기도 있으셨구요. 그래서 저도 음악으로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속으로 입에 안 맞으시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자연에 나오셔서 공기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시니 그랬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음식이나 공기 좋은 자연보다 후배가 공수표 청산한 것이 더 즐거우셨을거란 생각에 혼자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식사 후 문형산 저희 처소에서 차와 과일을 드셨습니다. 강남골프장에서 저희 처소까지는 강원도 산길을 방불케 하는 원시림의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어 한 여름의 빽빽한 숲길을 보여드릴 수 없었습니다. 다시금 저의 게으름을 탓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사계절을 다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살을 앓고 있던 저희 집사람이 장선생님께서 가져오신 아름아운 붉은 꽃바구니에 감격해서 나중에 저한테 말했습니다. \"매우 자상하신 분이세요.\" 장용이 선배님은 저희 집에 당도하시자 마자, \"와 진돌이\" 이미 우리집 진돌이는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었으니까요. 집 주위를 돌아보시며 산속마을의 조용하고 맑은 초겨울을 만끽하셨을 겁니다. 분당길을 넘어 앞서서 차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데 전화를 주셨습니다. \"최영철씨 우리가 알아서 갈 수 있으니까 그냥 먼저 가!\" 장영준 선생님은 근검절약이 몸에 배신 분이셨습니다. 요즘 같이 돈만 아는 세상에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셨을까? 당신 자신도 풍족한 생활은 아니실텐데... 장용이 선배님은 휘문 사랑과 후배 사랑이 남다르신 분이셨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 나왔다. 수많은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계시니...\" \"참 후배들도 계시구나.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