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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50여년의 세월을 정리하고 싶어서지요. 언젠가는 누구라도 피할 수 없으니까요. 먼저 연습을 해봅니다. 마음 속 깊이 눌어버린 진득한 사연들도 있습니다. 쓸데없는 말다툼의 흔적도 있습니다. 객기와 오기로 똘똘 뭉쳐졌던 세월도 있습니다. 꺼내기조차 힘든 가슴 시린 추억도 있습니다. 가족과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도 있었습니다. 친구들도 있었지요. 이별의 순간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후회와 회한으로 얼룩진 과거들도 떠오릅니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남의 가슴 속에 대못을 박은 기억도 있습니다. 혈기분분하여 통분하던 때도 생각납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집니다. 50여년의 세월을 넘어가려니 고개도 가파르고 힘겹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계로 떠나려 합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려 합니다. 떠날 준비를 하다 보니 한 가지가 크게 걸립니다. 3년 여를 자식같이 기르며 정들었던 진돌이가 걸립니다. 하지만 이것도 세상사의 하찮은 작은 미련으로 돌리렵니다. 어제는 친구네 문상을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여러 친구들과 묵은 회포를 풀었습니다. 세현이는 바로 전 더 견딜 수 없었는지 비행 시간만 이십사 시간이 넘는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앞으로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는지... 나도 짐 꾸릴 준비를 합니다. 50여년 간직했던 모든 사연을 하늘로 날려보내렵니다. 공허한 빈 가슴에 동짓달 설한풍이 마음대로 휘젓고 다닙니다. 수년 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 막연한 기대를 가집니다. 그 때 다시 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