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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이 망가지다...
휘산회 전체 신년 첫 산행인 광덕산으로 가기 위해 롯데쇼핑 앞 시계탑 앞에 도착한 시각이 7시 40분쯤, 휘문 동문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서 기다리는데 무려 4대의 버스가 도착한다. 동대문에서부터 타고 온 동문들까지 합세하고 각각의 기수대로 버스를 찾아 올라탔다. 전영옥, 김현경, 김일붕, 최영철. 67회는 네 명이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많은 숫자라고 하니 다른 때에는 어땠을까 짐작이 간다. 이제까지의 산행 참가 인원 중 가장 많은 150여 휘문 동문들이 4대의 버스로 광덕산 중턱까지 향한다. 떼지어 산을 오르는데 워낙 인원이 많아 줄이 매우 길다. 매우 추울 줄 알았으나 산에 오르니 도리어 따스하다. 중간 중간쯤에서 옷들을 벗어 배낭에 구겨 넣느라고 야단... 단숨에 한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간다. 영옥이는 어제 저녁에 술을 무진장 먹었다는데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숨도 안 몰아쉬면서 가뿐하게 올라간다. 현경이는 내가 고1 때 보았던 현경이가 아니었다. 히말라야를 두어번 왔다 갔다 했다더니 엄청 잔소리가 많다. 산악회 구조대원에다 뭐라 그랬더라? 산림 보호요원이든가? 하여튼 산에 대한 직책이 꽤 많다. 그래도 배울 건 배워야지. 쌍절곤 쓰는 법부터 시작해서 배낭 쟈크 닫는 법, 끈 묶는 법, 축지법, 점심 싸오는 법, 조난당했을 때의 대비법, 도가니 망가지는 법, 등산화 끈 묶는 법 등등.. 매우 다양한 산에 대한 세밀한 기본 지식을 쉬지 않고 강의하는데, 강의만 하다가 듣고만 있으려니 나도 심심해져서 그 틈에 기세를 펴볼까 하여 사교계의 산 지식을 잠깐 강의했더니 일붕이와 영옥이가 바싹 달라붙는다. 갖고 간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산행의 기본을 잘못 배웠다고 쉬지 않고 잔소리를 늘어놓더니 레미 마틴을 꺼내 놓는데 거기서 나머지 일행은 현경이의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한다. 영옥이가 갖고 온(세밀히 말하자면 짜웅받은 것이란다.) 조니 워커를 돌리고 현경이가 대전서부터 가져온 소주로 돌려가며 먹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데 내가 걱정한 건 현경이가 분명히 자기 점심인지 행동식인지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한테 자랑만 했지 먹지 않고 잔소리만 했었는데 나중에 괜찮을까가 걱정 된다. 산하에서 영옥이의 작전 지시에 따라 멀찍이 자리잡은 허름한 집을 찾아들어가 묵에다 감자전을 놓고 맥주와 막걸리로 입안을 축이는데 얼마나 시원한지! 현경이의 가장 큰 요즘의 고민은 딸이 이번에 대학을 들어갔는데 경희대 한의학과와 서울대 약학과를 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한다. 주막집의 계산도 행복한 고민에 빠진 현경이가 하고 나왔는데, 여기서부터 계산 착오가 발생할 줄이야... 현경이는 영옥이가 홍림이와 한 잔 하자고 했을 때 그리로 갔어야 하는 거였어... 잠실로 가는 버스에 나하고 같이 앉았는데 전후 좌우로 59회 선배로 둘러싸이게 된다. 뒷 자리에 앉으신 59회 선배가 현경이와 지리산 종주를 같이 하신 분이라는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이다. 현경이가 대전서부터 가져온 소주와 행동식을 꺼내 왁자지껄하게 잔을 돌리기 시작하고, 점점 분위기가 익어가는게 영 심상치가 않다. 나는 걸릴까봐 아예 잠들어 있는 체했고... 잠실까지 오는 중 현경이는 계속 서서 59회 선배들과 대작하는데 내가 보기에 현경이만 먹는 것 같았다. 히말라야 얘기부터 대전 산악회 얘기 등등... 거기까지는 아슬아슬 하면서도 좋았는데... 잠실 바로 앞까지 와서는 현경이 입이 돌아가더니 별 소리가 다 나온다. \"아따 이 버스 빨리 가서 서지 왜 이리 막히냐\" 조금 더 가면 이제 하극상이고 상극하고 뭐고 없어질 판이다. 겨우 도착하자마자 끌고 내려왔는데 이제부터 비틀비틀 완전히 게걸음이다. 그 와중에 노래까지 한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보고 또 보고... 내 사으랑아으으으으...\" 꽈당... \"갑자기 땅바닥이 바딱 서냐? 이상하지\" 잠실 지하도에서 많은 처녀들 사이를 팔자로 걷다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옮기지 않겠다. 택시를 잡고 동서울 터미널에서 유성 가는 버스에 태우고 돌아서는데 걱정이 되었지만 할수없지 않냐? 제 팔자지... 아까 오늘 현경이를 이렇게 되게 만든 주범인 딸과 통화했으니까... \"네 아빠가 매우 취했으니까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그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