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얘 21 - 어차피 공수래공수거인데 난 돈도 필요 없다네
🧑 김개석
📅 2003-10-30
👀 324
A lifetime San Jose farmer donated his land for an educational agricultural park.
(바로 어제 70대 후반의 월터 카들 레스터라는) 평생 샌호세 (토박이) 농부가 (다소 까마득한 선조 농부들에게서 지난 1864년 이래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이곳 실리콘 밸리 남부 거주 지역의 한복판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도 아주 가까운 진짜 알짜배기 땅 약 290에이커 즉 한국으로 치면 대략 35만 평이나 되며 이제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남은 휴경 농장으로서 거의 네모반듯하고 평평하고 기름지나 지금은 약간의 지중해성 과일 나무와 호박 넝쿨과 잡초로만 덮여 있는) 그의 (애지중지 금싸라기) 땅을 (평소 자신의 소박한 소원대로 그 옛날 서부 개척 시대에 애초부터 여기에 커다란 땅을 진짜 똥값으로 사서 농사를 지어온 바로 그 선조들의 하나인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을 따서 가칭 마샬 카들 공원으로 명명하며 우리 동네 주민을 위한 아담한 산책로와 잔잔한 연못과 옛날과 같은 아름다운 자두 과수원과 자신들이 쓰던 오래된 농기구들을 일반 후세들을 위하여 전시할 조그만 박물관이 앞으로 5년 내지 10년에 걸쳐서 서두르지 않는 방향에서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 순전히 원하는 자원 봉사자들의 인적 물적 자원을 사용하여 들어서게 되며 그간 어쩌다 밀린 상속세도 특별히 면제받으며 자기 자신은 그 땅의 한쪽 모서리에 위치한 지금의 수수한 농장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도록 보장받는) 교육용 영농 공원을 조성한다는 (아주 독특한) 조건 하에 (절반 땅은 이곳 지구에서 남은 짧은 여생을 위한 나홀로 생활비에 더도 덜도 말고 딱 알맞는 수준에서 보태쓸 심산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현시세의 겨우 30분의 1 수준인 단돈 5백만 불의 말도 안되는 헐값으로 넘기고 나머지 절반 땅은 이곳 싼타 클라라 군정부에 완전 공짜로) 기증하였다.
잠깐 생각해 보자. 사실 이 세상 하직할 때 저승 열차에 그 큰 땅을 떠서 실을 수도 없고 그걸 팔아서 돈을 몽땅 싣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생을 자신의 누이인 이디쓰 카들 레스터와 둘다 독신으로 외롭게 아무런 가족 없이 함께 살아오다가 4년 전 그 누이마저 세상을 등진 후 그녀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포함한 가진 재산을 상속해줄 마땅한 가족마저도 전혀 없는 처지이고, 자신의 사후에는 결국 어차피 그 모든 것이 미국 정부로 귀속될 것이므로 그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미국식 실용주의 관점에서 볼 때 공공의 이익과 자기 집안의 명예를 위하여 가장 현명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고급 주택 단지와 서민 아파트 단지와 부쩍거리는 상가 단지에 의하여 사방으로 둘러 쌓인 채, 그는 그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각종 똥파리 부동산 개발 업자들의 무려 3억불 이상이나 되는 일시 처분 유혹도 소가 닭 쳐다 보듯 묵묵히 뿌리쳐 왔다. 집안의 대가 끊기는 입장에서 그래도 그 모든 소유물에 대한 매듭을 깔끔하게 지어야 나중에 저승가서 선조들을 만날 때 떳떳함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원래 조심성있는 그로서는 약속된 공원 조성 추진에 대한 일종의 보장 보험으로 한 기관의 독주나 변심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주정부와 군정부를 함께 엮어 놓았다고 한다. 평소 매사에 조용하고 신중하고 사려깊은 그로서는 나름대로 미국식 민주주의의 상호 견제 기능 원칙을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겸손하고 내성적인 그는 이러한 기증 계약을 발표하고 자축하기 위한 어제의 기자 회견장에 자신의 변호사를 대신 보내며 끝내 그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누군지 자못 궁금하다.
참고로, 여기서는 무엇을 하든지 빨리빨리 하루 아침에 뚝딱이라는 것이 없다. 간단한 예를 들면, 우리 동네에 새로 난 전장 15마일 즉 약 24km의 85번 고속도로 연결 부분 공사를 끝마치는데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1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무엇이든 한번 만들면 제대로 하기 때문에 반영구적이다. 수시로 여기저기 뜯어고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여기도 겨울철에 한국의 장마철과 같은 축축한 우기가 분명히 있는데, 각종 건물이나 구조물에 쓰여진 대부분의 일반 철골 재료들은 아무런 칠도 되어있지 않은데도 몇십 년씩 오래되어도 벌겋게 녹슬어 상하는 일이 전혀 없다. 지난 번의 한국 여행 때 마침 교간이 무너진 한강 다리 밑을 지나며 여기저기 그 벌건 녹슬음과 강철 기둥들의 조잡함에 혼자서 속으로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강철 생산 기술상의 특수한 꽁수(Know-How)가 있는 모양이다. 그게 뭔지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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