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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Ⅱ

                가을비

                                                                                                                        박 재 형

  가을이 푸르고 낙엽이 짙어지면
 
회색 빛 거리를 서성이는 바람소리에 귀를 열어 놓는다.

 
 
마른 공기를 뚫은,
 
국화꽃 향기를 깊이 들이키면
 
두고온 기억들에 물들여진다.

 
 
가을비 고인 낙엽,
 
빗금을 치며 일체의 고민을 잠재우는 빗소리는
 
내게 혼자 자유를 그리는 익숙한 소리로 전해준다.

 
 
후드득, 빗방울은 창을 두드리고
 
혼탁함에 물들어 빛바랜 영혼에 비가 내리면
 
나는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흠뻑 젖는다.

 
 
사랑도, 기억도, 세월도,
 
허둥대며 스치는 얼룩같은 기억이 모두 씻겨 버리면
 
아무 것도 채워지지않는,
 
균형을 잃은 가슴에 비가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