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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廢線) 선로를 응시하다

() 폐선(廢線) 선로를 응시하다

시인 신성수

 

이제는 기차가 지나간 흔적조차 잡풀들이 지워내 버린 폐선 선로 위로 용감한 아이 몇 명이 걸어가고 있고 자동차 한 대도 그 가운데에 터억 주차를 하는 어느 오후, 나는 선로를 발로 툭툭 차 보았다. 그만 일어나서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자동차를 큰 목소리로 꾸짖으라고. 그러나 이미 생명력을 잃은 선로는 녹이 슬었고 침목은 균열이 생겨 가엾기만 했다. 기차가 지나다닐 때 녀석은 참으로 놀라웠을 것이다. 그 육중한 무게를 넉넉한 웃음으로 감당하며 사람들에게 추억을 전한다는 기쁨 하나로 긴 세월을 견뎌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기차도 떠나고 잡풀들도 무겁게 느껴지는 일상. 선로를 깨우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 전에는 기차가 무서웠는데 이젠 사람이 더 무섭다고. 잊지 말아야 하는 것과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