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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새벽, 홍천

(詩) 가을, 새벽, 홍천

詩人 신성수

 

그 해 가을이 막 시작된 어느 날 새벽, 나는 부뚜막에서 서툰 군불을 때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런 호사가 언제 있었을까. 어머니와 한 방에서 잠든 때가 언제였을까. 나는 밤이 길었으면 했다. 쉰이 훨씬 지난 아들을 살뜰하게 걱정해 주시던 어머니의 편안한 숨소리를 오래 들었으면 했다. 그러나 심술궂은 바람은 풀벌레들의 새벽잠을 깨우고 조금은 더 익었어야 하는 밤들을 툭툭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더 편하게 주무시도록 할 생각으로 조용히 부엌에 나와 앉았다. 그런데 불기운이 번져 가는 것과 동시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고 쉽게 멈추지 않았다. 스물일곱 해, 이 집과 인연을 맺고 어머니는 이 부엌에 얼마나 많은 날을 앉아 외로운 시간, 무엇을 생각하며 보내셨을까. 팔순의 어머니, 자주 오고 싶어 하던 이곳 홍천강도 산 구비를 몇 번이나 쉬고 또 숨을 고르고도 이젠 자신 없다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눈에 들어오지 않은 책을 억지로 넘기기 시작하였다. ‘당신 뭘 하는 거예요. 연기가 방으로 들어와 잘 수가 없어요.’ 아내는 부엌과 이어진 작은 창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불기운이라고 운 것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 않고 웃기만 하였다. ‘애비야, 나무 적게 때야 한다. 이제 나무하러 갈 수도 없다. ’ 어머니는 벌써 밭으로 나가 계셨던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