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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타임즈 칼럼입니다.
문화타임즈 칼럼입니다. \"공인의 자세란 무엇인가?\" 최영철 / 한국첼로학회장, KBS미디어 콘서바토리 교수 세상 만사를 살펴보면 뭐든지 힘과 능력의 안배가 중요함을 발견할 수 있다. 가까이는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 각각의 조직에서도 그렇고, 국가에서도 여야의 균형, 전 세계에서도 각 세력 간의 균형이나 힘의 안배가 그렇다. 개인으로 봐도 한 평생을 살아가는 데에 힘의 안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젊었을 때 평생 쓸 근력과 힘을 다 써버리고 20대 후반에 벌써 노년 취급받는 선수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그 세계의 특성상 그것이 정상인 것 마냥 치부되지만, 간혹 가다 보면 선수생활도 멋지게 하고 은퇴해서도 감독이나 지도자로 명성을 날리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바로 자기 능력을 철저히 분석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힘의 안배를 적절하게 유지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지도자들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도 훌륭한 지도를 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래서 한참 젊음의 열정을 가진 후배들이 그 열정을 미리 쏟아 부어 나중에 소진되는 일이 없도록 잘 지도할 것이다. 우리 음악계를 보면, 한참 새마을 운동으로 온 나라가 “하면 된다” 라는 기치 아래 무엇이든 열심히 할 때,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클래식 하는 전공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에게는 우상처럼 여겨지던 몇몇 음악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음악인들이 요즘 들어 그 이름을 찾기가 차차 어려워지는 것은 그 명성에 걸맞은 인격이나 능력의 안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다시 말하자면 그 때의 유능했던 연주 테크닉에 비례한 내면으로의 깊은 수양에는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다. 외국의 대가들에 비하면 턱없이 젊은 나이이지만 벌써 옛날의 명성에 맞지 않는 부실한 연주나 연주 태도, 연주회에 임하는 자세 등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한동안 음악계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도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최대로 성공한 케이스로 존경받았고, 그것을 본받은 학부형과 자녀가 일심동체가 되어 온 나라가 조기교육, 조기유학의 열풍으로 뒤덮였었다. 그 그늘에는 기러기 가족의 양산과 무서운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서서히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목적의식도 불분명한 기괴한 형태의 음악가들이 양산되어갔다. 그리고 정작 왕성한 활동할 나이에 이르러서는 이미 소진되어진 역량으로 인해 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외국 유학 몇 년이면 몇 억이 소요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그 돈을 갚으라는 학부형도 있으니 그 학부형은 자녀교육의 목적이 아주 엉뚱한 곳에 있었지만, 이제 와서 이것저것 다 안 될 것 같으니 돈이라도 갚으라는 얘기인가? 한편 당사자는 그 힘든 유학 시절로 인해 흘러간 젊음을 보상받기는커녕 이미 훌쩍 정원 초과된 음악계의 모든 자리로 인해 고학력 실업자가 도처에 흘러넘치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음악계의 실정이다. 잔뜩 유학 비용을 댄 부모들의 눈치에 기가 죽고, 소진된 개인적 역량과 음악계의 제한된 활동 영역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이 막힌 이들이 생존을 위해 택할 길은 비정상적인 형태의 활동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비정상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며 점점 깊어만 가고 있지 않은가? 별로 좋은 탤런트도 가지지 않은 학생을 부추겨 세계적인 대가가 될 것 마냥 부풀리는 선생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면 이 모든 상황이 초기의 음악인들의 허상을 좇은 학부형과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을까? 아니면 초기의 몇몇 음악인들이 실상은 감추고 사익을 위해 허상을 부풀린 결과일까? 결론은 보는 이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하기 바란다. 한 인격체의 평생이 달린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유행 따라 자녀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결과 아닌가?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부호나 문호, 예술가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명성에 걸맞은 내면의 인격을 수양했으며, 부나 명성을 사회로 환원했던 것이다. 독재국가나 잘못된 부호들의 내부의 부자 세습이나, 공인의 자리를 이탈하여 자기 아들이나 가족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행위 등이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비단 가족간의 거래만 아니고 지역이나, 자기네 조직 간의 거래도 별다를 것은 없다. 우리 음악계에서도, 다른 문화계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부와 명성의 사회 환원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극히 일부로 국한되었으면 한다. 일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만을 위해 자리를 이용하고, 치부할 때에만 공인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종적으로든 횡적으로든 공인이면 자기 명예와 위치에 대해서 나이에 걸맞은 안배가 중요하다. 공인이라면 어려운 현 음악계를 위해 공의를 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