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여행기
🧑 최영철
📅 2005-04-11
👀 515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사우나, 자일리톨로 유명한 북구의 핀란드는 언제든 가 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친절한 국민상과 신사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이 나라는 위도상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울창한 삼림과 루돌프 사슴으로 이름난 순록이 산타클로스와 함께 대명사처럼 붙어 다닌다.
내가 왜 이 나라를 특별히 주목하게 되었는가는 차차 얘기하기로 하자.
인구의 92%가 핀란드어를 사용하는데, 핀란드어는 우랄어족의 피노우그리아어파에 속하며 서쪽의 스웨덴어 동쪽 러시아어와는 전혀 계통을 달리한다. 발음은 명쾌하며 어형이 복잡하게 변화하는 개성적인 언어이다. 또한 주민의 6.6% 정도는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한다. 이 때문에 핀란드어와 스웨덴어가 공용어로 되어 있다. 핀란드 북변 라플란드에는 2240명 정도의 라프인이 살고 있다. 라프인은 인종적으로 핀란드인과 다르지만 라프어는 언어적으로 핀란드어에 가깝다. 핀란드인의 국민성은 온화하고 성실하며 끈덕지고 강한 성격이다. 핀란드인의 정신구조는 언어와 민속이 우랄어계이면서 역사적·사회적으로는 게르만계의 북유럽 문화국가에 편입되는 복합성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우랄알타이어족이며 핀족은 러시아의 볼가강 유역에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셈족의 이동경로에서 파생된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인 헝가리 등을 거쳐 핀란드로 정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셈족 계통이고 같은 어족이다. 지금은 옆 나라인 바이킹 족과 러시아인들의 오랜 침략으로 혼혈로 인한 파란 눈과 금발이 가장 짙은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북부 쪽에는 검은 머리와 황색 피부를 가진 핀족이 아직 살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쎈뜨르를 떠난 시각이 4월 4일 월요일 5시 30분쯤.
서머타임이 시작되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해 벌써 동녘 하늘이 약간 벌개져 온다.
모스크바와 쌍트 뻬쩨르부르그 간의 직선 길을 들어서자 양쪽으로 늘어선 자작나무와 울창한 침엽수림이 장관을 이룬다.
이 길을 통해 독일군이 엄동설한에 탱크를 앞세우고 모스크바까지 침공했다니...
나 같은 문외한이 생각해도 히틀러의 무모함이 얼마나 도를 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 러시아 TV에서는 전승 기념 다큐멘터리 필름을 상영한다.
2차대전 시 이 도로를 통해 진격하는 독일군과 곧 이어 패전하여 도주하는 독일군이 방영되고 그 뒤를 좇는 구소련군의 탱크와 보병부대들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런 먼 길을 더구나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속에서 침공할 생각을 했을까?
그러니 러시아 속담에서 러시아를 침공하는 자는 반드시 패망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
볼가강의 줄기를 건너는 다리 위에서 세계의 수많은 소설가들과 시인들의 소재가 되었던 넓은 평원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이 강의 유구한 역사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다음에는 볼가강 유람선을 꼭 타봐야겠다.
뻬쩨르부르그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6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아직 밝아 마음이 놓인다. 뾰또르 대제가 마음먹고 건설한 이 도시는, 모스크바를 여인이라 친다면 뻬쩨르부르그는 건장한 남성으로 표현해도 될 듯 싶다.
언제 보아도 도시 전체의 웅장함과 큰 스케일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뻬쩨르부르그에서 핀란드 국경으로 가는 길을 잘 몰라 물어물어 가는데 핀란드 번호판을 단 화물트럭이 눈에 뜨인다. 이후 계속 추격전을 벌였고...
주유소에 잠시 정차한 틈을 타 국경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밤은 깊어가는데 이 광활한 나라에서 길이라도 잃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던 차였기 때문에 천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이후 국경까지 순탄한 드라이브 코스를 가질 수 있었고, 마음씨 좋게 생긴 그 고마운 러시아인 트럭 운전기사는 우리 차가 신호등에 걸리면 앞에서 기다려주며 국경까지 인도한 후 자기는 저녁 먹고 간다며 과자 한 봉지도 받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착한 사람이었다.
너무 고마워 속으로 복을 빌며 국경에 도착하니 밤 11시 정도.
공항보다 수월한 출국 절차를 밟고 곧 바로 핀란드 영토를 진입하는데 성공.
순록 주의 표지판을 양 옆으로 밀어내며 계속 달려 헬싱키에 다다르니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다. 고요한 밤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예약한 스타디움에 있는 호텔을 찾으니 예약이 안 되어 있다며 12인용 방밖에 없단다.
이런 낭패가...
모스크바에서 두 번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는데 아마 그것이 문제가 되었나보다.
할수없이 비싼 래디슨 호텔에 들어가 방이 있느냐 물었더니 비즈니스룸을 싸게 주겠다는데 그 가격 또한 매우 비싸다.
집사람의 반짝 아이디어에 따라 마침 호텔 앞에 서서 전화하고 있던 택시 운전기사에게 혹시 가격이 저렴한 모텔이 있느냐 물었더니 있다고 한다. 데려다 줄 수 있느냐 하니 따라오란다.
이건 또 무슨 횡재냐?
핀란드 사람들 친절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친절할 수가 있을까?
도착하면 집사람과 얼마를 주어야 될까 하며 계산하고 있는데, 어느 모텔 앞에 정차하더니 차에서 내린다. 주차는 모텔 주위에 해야 하며 숙박비는 얼마 정도라고 얘기하고는 잘 지내라며 떠난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아니 그냥 가다니...
자기 일도 제쳐두고 여기까지 인도하고는 택시비는 커녕 팁도 안 받고 잘 지내라며 그냥 간다?
이 나라가 산타클로스의 나라라는 걸 새삼 생각게 하는 귀한 기회였다. 아마 그 긴 수염과 긴 머리의 택시기사는 우리 부부에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산타클로스에 대해 잠깐 둘러보자.
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로 어린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산타클로스라는 말은 270년 소아시아 지방 리키아의 파타라시에서 출생한 세인트(성)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자선심이 지극히 많았던 사람으로 후에 미라의 대주교(大主敎)가 되어,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는데, 그의 생전의 이런 자선행위에서 유래,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생겨났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그를 성인으로 숭배하는데, 그의 이름은 라틴어로 상투스 니콜라우스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산 니콜라우스라고 불렀는데, 특히 아메리카 신대륙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은 산테 클라스라고 불러, 자선을 베푸는 자의 전형으로 삼았다. 이 발음이 그대로 미국어화했고, 19세기 크리스마스가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상상의 인물이 되어, 어린이들이 정답게 부르다가 \'산타클로스\'로 변하게 된 것이다. 산타클로스의 복장은 1931년 미국의 해돈 선드블롬이 코카콜라 광고에서 그린 그림에서 유래한 것이다.
핀란드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 바로 사우나이지...
다음날 아침 곧 바로 모텔에 있는 그 유명한 사우나를 찾아간다.
사우나(sauna)는 핀란드어로 \'목욕\', \'목욕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우나는 핀란드인들의 오래된 생활습관이다.
증기욕과 열기욕을 합한 것으로, 대개 농가나 별장에 있다. 사우나 판잣집은 가능한 한 호수 근처에 세우고 목재를 옆으로 쌓아올린 벽으로 대기실 ·탈의실 ·욕실 ·휴게실 등을 구분한다. 부엌은 벽돌 ·강판으로 축조하며 화덕의 내부는 철격자(鐵格子)를 걸쳐 놓아 밑에서 재를 받도록 되어 있고, 위에는 많은 돌을 쌓아 놓았다. 약 5시간 정도 계속 불을 때면 이 돌이 뜨거워져서 2일 정도 고온을 유지하게 된다. 때때로 달군 돌에 물을 끼얹어 증기를 발생시켜 욕실로 보낸다.
욕실은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천장이 낮은 작은 방으로, 스툴이나 목제 침대를 비치하여 입욕자가 앉거나 누울 수 있다. 피부가 증기와 열에 흠씬 붓고 뜨거워지면 자작나무 가지로 피부를 비비거나 때려서 때를 밀고 피부를 단련시킨다. 그 후 수조(水槽)의 냉수에 들어가거나 찬물로 샤워하고, 호수에서 수영하며 피부를 수축시키고 깨끗하게 한다.
핀란드인들은 4명 중에 1명 꼴로 사우나를 가지고 있어, 자동차보다 사우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 스웨덴으로 가는 유람선 실자라인 터미널에서 승선표를 예매하고는 해안도로를 따라 핀란드가 나은 세계적인 음악가 시벨리우스를 기린 공원을 찾았다.
시벨리우스는 나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8년 구리시향을 창단해 지휘자로 처음 데뷔할 때 첫 곡을 서곡 “핀란디아”로 잡았었던 것이다.
그 날의 감동은 평생토록 잊을 수 없다. 무려 4천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통로까지 차지하고 서서 기립박수를 했었지...
핀란드는 스웨덴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번갈아 두 나라의 속국으로 역사를 장식한 비운의 나라이다. 시벨리우스가 이를 탄식하며 작곡했던 서곡이 바로 “핀란디아” 였고...
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이 나라의 작곡가인 시벨리우스를 좋아해 그 곡을 첫 곡으로 택했었으니까...
지하 교회로 유명한 바위 돔을 찾아들어갔더니 경건한 성전 안에서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며 몇몇 신자들이 성경과 찬송가를 들고 앉아서 읽고 있다.
그 멋진 음률이 너무 좋아 나도 앉아 묵상을 하는데 어찌나 감동이 되는지...
5시에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가는 호화유람선 “실자라인 심포니”에 차에 탄 채로 오르는데 아무런 수속도 필요없으니 자유국가가 좋긴 좋다. 러시아 같으면 어림없지...
이 유람선의 가운데는 명동의 한 거리를 옮겨 놓은 듯한 쇼핑점과 레스토랑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어 이 곳이 육지인지 배 속인지 그 곳만 보면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저녁 노을이 지는 북구의 발트해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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