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의선 교우 (81회) 기사...
🧑 강봉준
📅 2005-01-25
👀 468
재계의 두 황태자…이재용 vs 정의선
‘대권’ 승계시기 주목
재계의 양대 황태자로 불리는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와 정의선(鄭義宣) 현대·기아차 부사장(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자동차 기획실장)은 새해에도 여전히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은 할아버지 세대인 이병철 대 정주영, 아버지 세대인 이건희 대 정몽구를 이어 삼성 대 현대 가문의 3대째 라이벌이다.
올해 37세인 이 상무와 35세인 정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서로 친한 사이지만 자신들을 둘러싼 감시와 기대의 눈길 속에 선의의 경쟁을 벌여나가야 할 입장이다. 이들은 경영권 승계를 놓고 시민단체와 여론의 눈총과 견제를 받고 있고, 아버지의 후광을 벗어나 독자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실무적인 상속작업을 마무리한 이 상무 쪽과 달리, 정 부사장 쪽은 이제서야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외 스타일도 약간 차이가 난다. 이 상무가 삼성가(家) 특유의 스타일대로 매우 조심스런 행보를 지속하는 반면, 정 부사장은 현대가 후손답게 이따금씩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내비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젊은 경영인답게 카레이싱에도 관심이 많다. 두 사람은 “아버지 잘 만나 출세했다”거나 “남들은 수십 년 걸려 올라가는 자리를 아무런 검증없이 차지했다”는 소리를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장차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실력으로 임직원을 제압하기 위해 부쩍 노력하고 있다.
이재용 상무 ‘S-LCD’ 등기이사로 참여
이재용 상무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으로 세운 ‘S-LCD’의 등기이사로 참여하면서 이제 경영책임을 지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물론 지난 1월 12일 삼성그룹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지 않고 제자리에 계속 머물렀지만, 이는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외부의 예봉(銳鋒)을 피하려는 아버지의 배려일 따름이며 이 상무의 올해 행동반경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이 상무는 그동안 구미와 탕정 등 국내 공장은 물론, 브라질 헝가리 슬로바키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공장을 누비고 다녔다. 최근에는 중국의 도시바 노트북 공장,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라인 등도 직접 찾아가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작년 3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임 임원 상견례와 7월 보광휘닉스파크에서 개최된 신입사원 수련회에도 참석, 일반 직원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상무는 삼성전자의 경영위원회나 기술전략회의 등에 참석하면서 경영안목을 넓히고 있으며, 반도체와 IT 분야의 첨단 신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사장은 우선 ‘기아 살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자신부터 기아차의 최고급 차종인 오피러스를 타고 다닌다. 기아차에서 나온 ‘모닝’의 런칭을 총괄했으며,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 건설을 주도적으로 챙기고 있다. 동유럽 공장을 어느 나라에 지을까 정할 때부터 현지를 찾아다니며 조사에 참여했다. 지난해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을 기공한 뒤 현지 농부들이 땅을 비싸게 팔려고 내놓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공장 설립이 지연되자 현지로 날아가 해결사 역할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을 방문해 새해 13만대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참여했다. 외부의 고급인력도 직접 뽑아 데려오고 있다.
매일 아침 7시 이전에 출근하는 정 부사장은 국내 공장을 1주일에 한 번꼴로 방문, 근로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2주에 한 번 정도는 남양연구소도 방문해 신차 진행상황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사장 ‘기아 살리기’에 총력
두 사람은 모두 예절이 깍듯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재벌 후계자들 중에서 ‘안하무인(眼下無人)’이란 지적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두 사람의 그런 자세는 분명 차별화되는 요소다.
두 사람은 학력과 경력도 비슷하다. 이 상무는 1992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 석사과정과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을 마치고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입사했으며, 2003년에 상무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도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그는 곧바로 일본 회사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 동안 근무했고, 1999년 12월 현대자동차 구매담당 이사로 입사했다. 1년4개월 만에 상무로 올라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 그는 2002년에는 전무로 국내 영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았으며 이듬해에는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둘 다 한국 일본 미국을 아우르는 학력과 경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의 경영수업 가도에 매제들이 원군(援軍)이자 잠재적 경쟁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삼성은 지난 1월 12일 임원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첫째 사위인 임우재씨를 삼성전기 상무보로 선임, 이미 제일모직 상무로 재직하고 있는 둘째 사위인 김재열씨와 함께 든든한 ‘사위 부대’를 구축했다. 정몽구 회장도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달리 사위들을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가시키고 있다. 작년 5월부터 전업(專業) 카드회사 중에서 처음으로 월별 실적을 흑자로 전환시킨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정 회장의 둘째 사위다.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부사장도 최근 INI스틸과 함께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측은 무엇보다 두 사람을 치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당연히 양 측은 이들의 자그마한 실수라도 철저하게 가리고 싶어한다. 대권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흠없이 깨끗한 기록만을 남기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대외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정 부사장이 언론과 접촉한 것은 많지 않다. 2003년 기아차 쎄라토 발표회 때 기자들과 점심 자리를 함께 했고, 슬로바키아 공장 기공식 때 직접 실무진과 함께 나와서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 고작이다. 이 상무는 정 부사장보다 더욱 몸을 사린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장례식 때에 기자들과 부닥친 정도가 전부다.
이 상무가 돌다리를 두들기며 천천히 대외노출을 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 부사장은 하루라도 빨리 경영 전면에 나서고 싶어한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정 부사장을 하루빨리 언론에 등장시켜 입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거기에 반대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최근 단행된 인사를 보면 전자(前者)가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문제는 이재용 상무가 어쨌든 지분 승계작업을 마무리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관계 규정과 시민단체의 감시 눈길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상태. 현재 정 부사장은 이 상무처럼 그룹을 통제할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지난해 재벌 2~3세의 상장·등록 주식 평가액을 보면 이 상무가 4337억원인 반면, 정 부사장은 3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최근 현대차는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와 건설사인 엠코를 통한 승계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간단치가 않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해 재경위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대한전선의 상속세 납부액이 1350억원인데, 대한전선 매출액의 97배나 되는 삼성의 이재용씨는 현재까지 납부한 증여세 총액이 고작 16억원으로 대한전선의 8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씨가 최대주주인 현대 글로비스는 설립 2년 만에 매출 5787억원, 순이익 403억원을 올렸는데 이 중 그룹 내부거래액이 5208억원으로 90%에 달한다”고 질타했다.
이렇게 두 사람에 대한 따가운 시각이 상존하는 마당이어서, 이 상무와 정 부사장은 더욱 실력과 실적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할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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