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어떻게 자라는가
🧑 신성수
📅 2008-09-07
👀 570
(시) 나무는 어떻게 자라는가
시인 신 성 수
나무는 어떻게 자라는가
물어보기로 했다.
녀석
잰걸음으로 한 발 물러서더니
비 오기를 기다려 보라는 것이었다.
한 사나흘 하늘을 우러른 것 같았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여름 가기를 시샘하는 비가
흩뿌리기 시작하였다.
녀석은 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우산은 적당히 내려놓고
천천히 들여다 보라는 것이었다.
비가 얼굴을 적시는 까닭에
눈을 뜨기가 쉽지 않았다.
내려다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어야 했고
쳐든 고개 사이로 마침내 궁금한 것들이 풀리기 시작하였다.
더러는 비를 맞고 고개를 숙이고
더러는 비를 이겨보려고
한껏 여린 목을 쳐들고 맞서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힘을 준 까닭에
뿌리가 더러 찢겨 나가는 것도 보여
안쓰러웠다.
그러나 나무는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박고
양팔을 치켜 드는 것이었다.
나무는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결국은 비가 숨을 고르기 시작하였고
나무는 제 얼굴을 닦지도 않고
가슴을 쭈욱 펴며
자, 보라는 것이었다.
무릎을 펴고 나무를 향하는데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 왔다.
나는 서둘러 발자국을 집어 들고
나무에게서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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