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교우회게시판 - 자유게시판

휘문교우회 로고
빼앗긴 산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 주말 65회 고우진 선배, 75회 태상이, 악보점 하는 76회 철우와 함께 모처럼 동해안을 향했다. 정식이는 면접이 있어서 못 가고 선봉이도 운학이와 선약이 있다고 하여 입맛만 다시게 하고는 떠나는 아침이 매우 설렌다. 동해안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기대와 함께 기분이 상쾌하다. 간성의 62회 영수 선배에게 휘문 밴드부 80주년 기념 음악회 악보를 가지고 가는 길이다. 22일 아침, 전날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이 맑다. 차가 드문 도로를 시원스레 달려 예정보다 일찍 진부령에 도착하니 태상이와 간성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턱없이 남는다. 내친 김에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교육을 예비군 훈련장 같은 곳에서 받고 통일전망대로 올라가니 금강산 육로 관광로와 도로를 내느라 중장비들이 즐비하다. 내가 군 생활하던 때에는 살벌했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빼앗긴 산하의 봄이 오는 풍경을 니콘에 담고 산불로 그을었던 나지막한 산들에 봄을 기다리는 키 작은 나무들을 뒤로하고 간성으로 간다. 간성에서 태상이와 합류, 곧 62회 선배인 영수형 사무실로 향했다. 거기서 부산에서 올라오신 영수형 동기와 또 다른 한 선배를 만났는데 영수형 왈, \"오늘 휘문 동문회 하는 날이냐? 어찌 된 일이냐?\" 조금 있다가 이번에는 한계령 휴게소 운영하다가 지금은 속초에서 등촌칼국수집 경영하는 호상 선배가 경동대 교수와 들이닥친다. 외진 동해안 끝 간성에서 휘문인들이 갑자기 동문회를 열었지 뭐냐! 생새우 한 박스씩을 선물로 받아들고는 영수 선배의 콘서트홀을 구경하러 간다. 바닷가 우거진 송림 사이에 외국 풍경을 방불케 하는 스틸하우스를 찾아 들어가니 아마추어 밴드가 한참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가만 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도 열심히 스틱을 두드리는데 꽤 괜찮게 들리는 것이 아마 연습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느 외국 영화에서나 본 듯한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영수 선배의 삶이 얼마나 부럽던지 서울에서 각박한 일상을 보내는 우리는 입이 딱 벌어졌다. 영수 선배가 직접 지었다고 하는데 바닷가 송림 사이 모래사장에 파란 동해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그림 같은 집이 가히 환상적이다. 일행은 속초에서 한 잔 하기로 하고 일단 설악산 한화 콘도로 가 여장을 푼다. 콘도에서, 물치로 갈까요? 대포로 갈까요? 하다가 차라리 동명항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우진 선배의 단골집으로 가서 배터지게 회와 소주로 거나하게 회포를 푼다. 주인 아저씨가 성게를 서비스로 주는데 어찌나 생색을 내는지! 우진 선배가 친구에게 전화를 하더니 이번에는 장사동 강진호 횟집으로 향한다. 이후부터 좌중은 우진 선배의 양기 오른 입심의 독무대. 부른 배에다 또 집어넣고 맥주로 또 입가심하고는 코스 따라 노래방으로. 이후 속초 유지의 집을 거쳐 12명 일행이 콘도에까지 가서 빠께스 하나 가득 담은 싱싱한 성게를 맛보게 되는데 저녁 때 동명항 횟집에서 생색내던 할아버지한테 전화하려다가 그냥 참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당초 서울 떠날 때 목표였던 울산바위 등정을 위해 설악산으로 들어간다. 흔들바위까지 가니 우진 선배와 태상이가 아이젠이 없다며 등정을 포기. 할수없이 나와 철우 둘만 올라가는데 눈과 얼음으로 뒤범벅되어 매우 미끄럽다. 힘겹게 오르는 중 눈이 쌓인 부분은 밧줄을 늘어뜨려 놓았는데도 너무도 오르기가 벅차다. 초행인 철우는 멋모르고 내 뒤를 계속 따른다. 가까스로 정상에 오르자 눈 쌓인 설악산의 웅장한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장관이 따로 없다. 하산하여 공원에서 기다리던 우진 선배와 태상이와 함께 이번에는 속초에서 등촌칼국수집 하는 65회 호상 선배 집을 찾아간다. 등촌칼국수는 체인점으로, 같은 65회 호진 선배가 일산에서 경영하기 시작했는데 전국 각 지역에 지점이 있고 맛으로도 이름난 집이다. 거기서 맛난 샤브 샤브를 칼국수와 함께 먹고는 67회 장치영이 가까이서 치과병원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으나 일요일이라 나중에 전화하기로 하고 콘도로 가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태상이와 철우가 저녁에 동명항에 나가 생선을 푸짐하게 사와 해물 잡탕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는 부른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울에서 전쟁과 불황의 소식과 반복되는 일상의 찌든 삶의 여정 속에서 잠깐이나마 푸른 동해안과 눈 덮인 설악산, 금강산의 장관을 한껏 맛본 재미있고 뜻깊은 여행이었다. 특히 62회 영수 선배의 바닷가 송림 속 그림 같은 콘서트홀은 매우 인상 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