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에필로그 (화성 토막 살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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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네탐정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3,257회 작성일 21-03-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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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외삼촌과 살던 조카가 학대와 폭행에 시달리다 독극물(청산가리)를 탄 소주를 먹게 하여 살해하였습니다. 시체의 목, 양팔을 절단, 몸통은 화성 동탄 고속도로 인근 풀숲에 유기하였고 목, 양팔은 소래포구 바다에 유기한 사건이었습니다.


범인은 경찰에 검거되지 않기 위하여 살해 당시 광명소재 월세 집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바이화 하기 위하여 친구들과 제부도 여행을 가며 싸이월드에 사진 기록을 남겼습니다. 더 나아가 몸통 시체를 유기하면서 천안지역 쓰레기 봉투를 미리 구입하여 사용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철저히 대비하였습니다.

실제로 검거이후 첫 경찰조사에서 작성한 자필진술서에는 범죄 준비, 실행, 유기 과정 등에 대하여 법의학, 해부학, 물리학적 지식을 활용한 논문 수준의 진술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자수 형식에 대한 형법, 형사소송법 지식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연락주세요 01* - *** - **** " 메모지가 없었더라면 범인을 검거하기가 불가능한 사건이었습니다.

경찰 생활 30년 중 수많은 사건을 경험했고 검거도 많이 했고 미검거도 없지 않았습니다. 검거 사건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결국은 범인이 남긴 흔적, 단서로 해결되었습니다. 어떤 강도살인 사건은 현금인출기에 찍힌 '모자 쓴 뒷모습 귀모양' 하나보고 검거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은 범인의 행적 중 드러난 단서였습니다.

하지만 " 연락주세요 01* - *** - **** " 메모지가 해결한 이 사건은 범인의 실수라고 하기엔 뭔가 논리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능력이 아니었다고 여깁니다.

왜 그렇게 검거되었을까? 누가 그렇게 검거되게 하였을까?


저는 또 다른 사연에서 논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범인은 사생아였습니다. 대전지역 공무원이며 기혼이었던 중년의 남자와 허름한 식당에서 일하던 처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였습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드러내며 거의 독학하다시피(충남대학교 단골 청강생이었다 함)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 개발, 대학교 장학생까지 되었습니다.


범인의 어머니와 외삼촌은 두 남매이외 사고무친의 고아같이 자란 남매였습니다. 누나였던 어머니가 서울 변두리에 허름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고 외삼촌은 이곳 저곳을 떠돌다 중국집 주방장으로 지냈고, 하지만 40대 중반이 되도록 장가도 가지 못하고 알콜중독자의 삶을 하루하루 살고 있었습니다.


외삼촌을 독살하고 목, 양팔을 토막내어 유기한 범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피해자의 신원만 밝혀지지 않으면 검거되지 않을 것이고 자기(범인)는 이상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범행를 실행하였고 꿈에서도 검거되리라곤 상상치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외삼촌인 피해자가 하루 이틀 연락이 되지않으면 가장 궁금해 할 사람이 누구일까요?


아들도 소중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면?

더 나아가 아들과 같이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 이유없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같이 지내던 아들(범인)에게 경찰 수사가 시작될 것 입니다.


동생이 하루 이틀 연락이 되지않고 행방마져 깜깜해 진다면 엄마가 가장 궁금해 할 것이고 시간 지나 경찰에 신고 하게 된다면?

 

범인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한번 저지른 살인인데 더 나아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참혹하게도 그 피해자가 어머니일 가능성...


아마도 신은 그 패륜을 막고싶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논리 이외는 메모지의 사연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제가 겪었던 수 많은 사건 중 이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흔적, 단서 등으로 검거, 미검거되는 사건의 논리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지금도 곰곰히 되새겨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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