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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하림그룹이 '신선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도축한 지 5일 이내의 돼지고기', '오늘 낳은 달걀' 등 신선한 축산물이 차별화 포인트다. 유통기업들이 운영하는 식품전문 플랫폼과 달리 생산부터 출고까지 모든 과정을 하림이 직접 운영해 '신선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거의 동일한 콘셉트의 플랫폼이었던 정육각 모델이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오드그로서가 얼마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시선도 있다.
맛의 '피크타임' 
하림은 지난 10일 신선 직배송 식품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출시했다. 오드그로서는 '남다른'이라는 의미의 '오드(ODD)'와 '식 사업자아파트담보대출 료품상'이라는 뜻의 '그로서(GROCER)'를 합친 말이다. 당일 생산해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하는 식품 특화 플랫폼이다.
'식품의 본질적 가치는 맛에 있으며 최고의 맛은 재료의 신선함에서 나온다'는 하림의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농장에서 수확해 손질한 신선한 식재료나 식품을 소비자가 바로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디지털 직거 캐피탈이자 래 장터'라는 설명이다.
오드그로서의 핵심 가치는 '맛의 피크타임을 최대한 지켜 최고의 맛을 고객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달걀은 당일 산란,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당일 도계·압, 돼지고기는 도축 5일차, 소고기는 부위별 최적 숙성을 거쳐 출고한다. 뿐만 아니라 쌀은 당일 도정, 참기름·들기름은 당일 착유, 샐러드는 당일 수확 원칙을 적금 이자 높은 은행 지킨다. 



오드그로서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당일 산란 달걀'/사진=오드그로서 홈페이지


이렇게 빠른 생산·출고가 가능한 건 하림이 1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온라인 첨단물류센터 FBH(Fulfillment By 하나은행 정기적금 Hairm)의 효과다. 식품 제조공장과 물류센터가 컨베이어벨트로 직결돼 있어 생산이 끝난 제품이 별도의 운송 과정 없이 곧바로 물류센터로 이동해 당일 출고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드그로서가 내놓은 서비스가 앞서 '초신선 식품 배송'을 내걸었던 정육각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오드그로서가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당 대부업체순위 일 도계한 닭고기, 오늘 낳은 달걀, 도축한 지 5일 된 돼지고기'는 모두 정육각이 차별화 지점으로 삼았던 부분이다. 실제로 닭고기의 경우 하림이 정육각에 상품을 공급해 왔다. 
서비스 시작 시점도 미묘하다. 정육각은 서비스 시작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지난 7월 초부터 사업을 중단했다가 현재는 돼지고기만 일부 판매 중이다. 정육각이 사업을 중단한 직후 오드그로서가 또다른 '초신선 플랫폼'을 들고 나온 셈이다.
하림 관계자는 "정육각에서 판매한 닭고기도 하림에서 공급한 것"이라며 "오드그로서는 생산부터 가공, 배송까지 직접 하는 만큼 유통과정이 줄어 신선함을 유지한 채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정육각 시즌 2?
문제는 이 '초신선' 마케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견적'이 나와 있다는 점이다. 정육각은 2020년 아기 유니콘에 선정된 뒤 2021년 401억원, 2022년 414억원의 매출(개별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초신선'의 성장은 여기까지였다. 2023년엔 매출이 283억원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매출은 공개되지도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육각이 기존 컬리나 쿠팡프레시, SSG닷컴 등의 신선식품 배송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초신선'이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은 것으로 본다. 도축한 지 4일 이내의 돼지고기나 오늘 낳은 달걀 등 '더 신선한 축산물'이 유의미한 차이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육각의 '초신선 삼겹살' 마케팅. 도축 후 4일 이내에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정육각 홈페이지


수확이나 도축, 산란 시기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식재료 소비 패턴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오드그로서는 '산란 직후 24시간의 달걀은 본연의 신선함과 고소함이 살아있다'며 '오늘 낳은 달걀'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달걀을 받는 건 산란 다음 날이다. 받자마자 요리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차피 '가장 신선한 달걀'을 먹는 건 아니다. 
오드그로서가 '숙성 5일 돼지고기는 육즙이 가득 차올라 풍미가 가득하다'를 강조하는 점 역시 양날의 칼이다. 냉장고에 하루만 보관해도 '가장 맛있는 때가 지났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주문해 11일 받아 본 오드그로서 삼겹살의 경우 도축일이 9월 5일로, 받아본 날에는 도축 6일차가 돼 있었다. 



오드그로서에서 주문한 돼지고기와 달걀. 달걀은 산란 다음 날, 돼지고기는 도축 6일째인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도축 5일차가 가장 맛있다는 주장 역시 정육각이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가 철회한 부분이다. 2021년 정육각은 '도축 후 5일 이내의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마케팅을 펼쳤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과장 광고'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도축 후 4~5일이 지나야 사후강직이 해제돼 '먹기 좋다'는 내용을 오독했다는 지적이었다. 
오드그로서 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하림산업이라는 점도 문제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매출 802억원, 영업손실 1276억원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최근 3년간 매출 1968억원을 올리는 동안 영업손실 324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당분간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은 '초신선' 사업이 추가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육각이 초신선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동일한 콘셉트의 신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게 의아하다"면서도 "정육각과 달리 자체 생산·판매 능력을 보유한 하림그룹인 만큼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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