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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뉴스타파는 서울 강남 어메이징 타워를 둘러싼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의 차명 보유 의혹과 부정 대출 의혹, 횡령 및 백경게임
배임 교사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제기된 의혹 중 하나는 조현상 부회장의 횡령 혹은 횡령 교사 의혹이다. 뉴스타파는 어메이징타워에 입주한 효성캐피탈과 고진모터스의 보증금 67억 원이 올앤에이와 원광, 어메이징 등 여러 차명회사를 거쳐 세탁된 뒤 결국 조현상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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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명 회사 중 하나인 원광의 대표 이 모 씨는 당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회사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보증금 67억 원이 입금됐다 빠져나간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 다음 날인 22일, 원광 대표 이 모 씨는 조현상 부회장의 측근 김 모 씨로부터 팅크웨어 주식
전화를 받았다. 조현상의 측근 김 씨는 한 때 어메이징 법인의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HS효성 바깥에서 조현상 부회장의 일을 돕는 인물이다.
내가 보니까 오늘 이 뉴스 나오고 뉴스타파가 또 청와대에서 보고 다 보는 뉴스 아니야. 그러니까 이게 사실이든 사실 관계가 아니든간에 내가 보기에 (특검이) 조사하려면 올앤에이주가변동
압수수색, 어메이징 압수수색, 어메이징 대표이사인 나, 김재훈 같은 사람들… 원광, 여기서는 원광이 핵심이야. 원광에 57억이 가서 횡령을 했다고 나왔잖아. 그럼 원광 (대표인) 너 불러야지. 그럼 네 핸드폰 뺏어야지. 너하고 조현상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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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측근 김 씨는 원광 대표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타파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특검이 곧 압수수색을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씨 역시 압수수색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제안했다.
그래서 말인데 하여튼 간에 너도 대비를 좀 해가지고 준비하고 해야되지 않는가. 그래서 일단 내 말은 지금 중요한 거는, 지금 너 쓰고 있는 이 전화기 있잖아. 이 전화기는 내 생각에 내가 다 모르는데 엄청난 말 다 녹음돼 있을 거아니야, 옛날부터.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그게 내 생각에 전화기를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 (새걸로?) 응 이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 그냥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은 핸드폰 지폴더가 나와서 신규 나와서 하나 샀다든지.-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22)
원광 대표 이 씨가 ‘전화기를 바꿀만한 여유가 없다’고 하자, 조현상 측근 김 씨는 ‘도와줄테니 방법을 알아보라’며 월요일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으니 반드시 주말 사이에 전화기를 바꾸라고 말했다.
내가 도와줄테니까 방법을 네가 한 번 알아봐 봐. 내 생각에 토요일 일요일 주말 중에 해야돼. 안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압수수색) 나올 수도 있어. -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22)
실제로 통화가 이루어진 당일 조현상 측근 김 모 씨는 원광 대표 이 씨에게 2백만 원을 송금했다. 원광 대표 이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마포’가 자신을 단속하라는 오더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HS 효성 본사, 즉 조현상 측을 뜻하는 은어다.
조현상 측근 김 씨가 원광 대표 이 씨에게 200만 원을 보낸 계좌 내역 화면
검사 출신인 김규현 변호사는 “전화기는 매우 중요한 물적 증거로 이를 인멸할 경우 일반적으로 증거 인멸죄가 성립된다. 그리고 이를 없애라고 하는 것은 증거 인멸 교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차명회사 대표에 “6억 원 줄게” 제안
조현상 부회장 측근의 증거 인멸 시도는 또 있다. 원광 대표 이 모 씨에게 6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24일 보도에서 어메이징 타워와 연관된 조현상 부회장의 비리를 곧 폭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조현상 부회장 측은 어메이징 타워와 관련된 범죄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원광 대표 이 모 씨에 대한 금품 제공 제안이었다.
지난 8월 10일, 조현상 측근 김 모 씨는 원광 대표 이 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마포(HS효성)에서는 이제 뭘 대응하는가 하면은 분명히 이제 원광 이야기는 안 나올 수가 없는가 봐, 조사를 하면은. 그러면 이제 원광이 누구 거냐 했을 때 마포 꺼다 이래버리면 이것 가지고 시빗거리가 될 수가 있잖아. 지금 보니까 그것만 아니면 시빗거리가 지금 될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10)
김 씨의 말을 들어보면 ‘마포’ 즉 HS효성 조현상 측이 어메이징 타워와 연관된 비리 의혹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원광이라는 차명 법인이 조현상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 ‘시빗거리’ 즉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라는 걸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67억 원이 원광을 통해 조현상의 또다른 차명의심 법인으로 흘러 들어갔으니 방어 논리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론이다.
하여튼간에 너하고 나하고 만나서 좀 이야기할 얘기가 좀 있어. 그러니까 일단은 ‘피해자는 있으면 안된다’ 해가지고 마포에서 그냥 싹 다 정리 그냥 다하고 그런 식으로 지금 하고 있는데 너 그냥 상여 처리하고 6억 주고 있잖아. 깨끗이 정리해버리면 되잖아. (안 줘도 돼 그거) 아, 아니야. 그럼 너가 판단해라. 내가 그러면 그 상여금 있잖아. 이자 있잖아. 상여로 처리해 가지고 이자 주는 거 거든.-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10)
마포, 즉 조현상 측은 왜 갑자기 6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일까. ‘피해자가 있으면 안된다’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처럼 효성캐피탈과 고진모터스가 낸 보증금 67억 원은 건물 관리 법인인 올앤에이에서 원광으로, 그리고 다시 어메이징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그 중 12억 원은 원광 법인 계좌에서 수표로 출금됐고 회계상으로 대표이사 가지급금, 즉 원광 대표 이 모 씨가 원광에서 빌린 돈으로 처리됐다. 이 씨에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12억 원의 채무가 생긴 셈이다. 문제의 발단이다.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채무를 갚지 않는 이상 이자가 발생한다. 조현상 측은 이자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원광 대표였던 이 씨에게 마치 실적급, 즉 급여가 나간 것처럼 꾸며놓고 그 돈으로 이자를 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생긴다.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 씨는 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조현상 부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전 모 상무가 있을 때는 이같은 복잡한 절차를 전 상무가 도맡아 처리하고 세금까지 몰래 냈다고 한다. 그러나 전 상무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문제가 표면화됐다.
이 씨는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12억 원의 빚이 생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여기에 따르는 이자와 소득세까지 스스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씨는 지난 몇년 동안 HS효성 측에 계속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HS효성 측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
그러다 마침내 뉴스타파의 보도로 어메이징 타워와 관련된 불법이 드러날 위기 상황이 됐다. 그러자 조현상 측은 갑자기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12억 원의 빚을 탕감해주고 여기에 추가로 6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럼 그 6억 원이라는 게 이제 대표님 이름으로 돼 있는 채무는 12억이 있잖아요. 그것과는 별도로 6억 원을 주겠다라는 뜻인가요?) 네 그 뜻이죠. 왜 6억 원인지는 모르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쨌든 자기들 딴에는 6억 원을 챙겨줄테니 좀 기다려달라, 이제 문 단속 들어간 거겠죠.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니까. 그러면서 뭐 피해자가 있어선 안되니까 뭐 그렇게 얘기하는데, 아 그럼 진작에 그렇게 생각을 했으면 피해자를 만들지 말든가. 여태까지 가만히 있다가 뭐 니까짓 것들이 뭐 하겠어? 이런 식으로 나오다가 문제가 불거지고 뭐 하고 나니까 이제 와서 피해자가 있으면 안된다는, 갑자기 사람이 착해지는 것 같은… - 원광 대표 이 모 씨
조현상 측근 김 씨는 현재 조현상 부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김앤장에서 있잖아. 이거 골치 아프다. 이걸 상여로 처리를 하든지 가지급금 돼있으면 이런 식으로 처리해야 된다, 그래서 너한테 그렇게 물어본 건데 그러니까 친구야 어쨌든간에 너는 너 좋은 쪽으로 유리한 쪽으로 우리가 판단하면 돼, 그냥-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10)
검사 출신인 김규현 변호사는 “횡령 범죄의 중요한 참고인에게 돈을 주고 진술을 잘 해달라, 혹은 진술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면 참고인을 회유한 것에 해당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증거 인멸 행위로 본다. 그 자체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경우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HS효성 “우리와 무관”... 그러나 김 씨와 긴밀히 협력한 정황
HS효성 측은 뉴스타파 질의에 “사인 간의 대화로 우리 측과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런 답변과 달리 HS효성 측은 조 부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뉴스타파 취재에 대해 김 씨와 긴밀히 협력한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어메이징 타워 보도를 한 건 지난 8월 21일, 그보다 사흘 앞선 8월 18일 HS효성 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시간은 오전 10시 52분이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3시 40분 경, 김 씨는 원광 대표 이 씨와의 통화에서 뉴스타파가 보낸 질의서 내용을 언급했다.
8월 21일 날 뉴스타파에서 기사 낸다고 그랬나보네. 뭐 질의서가 왔나봐. 얘들한테는 답변을 안해도 될 것 같아. 이거 경찰 조사 받는데, 검찰 조사 받는데 근데 뉴스타파에는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괜히 일일이. - 전 어메이징 대표 김 모 씨 - 원광 대표 이 모 씨와의 통화 중 (2025.8.18)
원광 대표 이 씨와의 통화에서 질의서 내용을 한 줄씩 읽으며 대응 방안을 얘기하던 김 씨는 마침내 ‘뉴스타파에는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 날 HS효성 측은 뉴스타파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즉 뉴스타파가 HS효성 측에 보낸 질의서가 곧바로 김 씨에게 전달됐고 김 씨가 내린 결론 그대로 HS효성 측이 뉴스타파에 입장을 전해온 것이다. 따라서 효성 측의 ‘김 씨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조현상 측근 김 씨는 뉴스타파 질의에 사실 관계를 부인하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원광 대표 이 씨에게 6억 원을 제안했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이 없다”, 휴대전화 교체 비용을 왜 줬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측근의 증거 인멸 시도, 조현상 구속 사유 될까
지난 8월 4일 조현상 부회장은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그런데 8월 12일 김예성 씨가 돌연 귀국해 구속되고 김건희 씨까지 구속되는 사이 조현상 부회장 등 돈을 낸 기업인들에 대한 특검 수사는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것이다. 오늘 뉴스타파가 보도한 조현상 부회장 측의 증거인멸 교사, 그리고 차명회사 대표 회유 시도는 특검이 조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하는데 충분한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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